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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미군 재건, 테러단체 관련국 출신 입국자 심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서를 보여주고 있다. 2017.01.28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입국금지 대상이 된 국가들이 자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이라크와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 이슬람국가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고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3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전 세계 각국 수장들이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정명령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국가들은 일제히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반면 대표적인 이슬람국가임에도 입국금지를 면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아무런 공식발언을 내놓지 않고 동향만 살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라크 정부는 모술 등에서 미국과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협동작전을 펼쳐온 자국민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금지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IS테러위협이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 공감·연대감을 형성해왔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이라크 외무부는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유감스럽고 불운한 결정에 크게 놀랐다"고 밝혔다. 이라크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대테러 부분에서 미국과 이라크가 전략적으로 협력해 상호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미국 신임 행정부가 잘못된 이 결정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압둘말릭 알미클라피 예멘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입국금지는 정당성이 없다"라며 "오히려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테러범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멘 국민 모두를 테러범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법적이고 부정당하다"고 비난했다.
수단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 생활하는 수단 국민들은 미국법을 존중하고 급진주의·불법 행각에 연루되지 않아 좋은 명성을 쌓아온 나일강 문명의 후예들"이라며 미국 행정부가 수단을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로 지명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번 입국금지 대상국 가운데 가장 강한 반감을 표한 나라는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이란이다.
이란 외무부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모욕적이며,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규탄했다. 이란은 또 "미국 정부가 이란 국민들에게 부과한 모욕적인 제한을 없애기 전까지 상호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정책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가 "재앙이자 최악의 거래"라며 재협상을 천명한 바 있다. 반면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에 "핵협상을 파기하면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에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라이벌국가이자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불만을 키울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우디와 인도네시아, UAE, 터키, 이집트, 레바논 등 주요 이슬람국가들이자 주요 테러공격에 대한 연루 의혹이 제시된 나라들이 트럼프의 행정명령 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은 그의 사업상 이익과 관련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공격인 2001년 9·11 사태 실행범의 출신국은 사우디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 상원은 희생자 유족이 사우디 정부에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하기까지 했다.
한편 사우디 등 트럼프의 입국금지 철퇴를 모면한 국가들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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