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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자유무역 반대' 포퓰리즘 득세…EU 미래 가늠할 분수령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이번 프랑스 대선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고립주의, 포퓰리즘, 보호무역주의 바람의 분수령이 될 선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프랑스와 유럽의 미래는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간 지속된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전후 자유주의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숨죽이며 프랑스 대선의 향방을 주시하는 이유다.
유럽연합기[AFP/dpa=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 대선에 전후 자유주의 질서의 핵심이었던 EU의 미래 걸려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두권 후보인 네 명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면서 넷 중 그 누구도 결선에 오를 수 있는 긴장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과 극좌파 연대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라는 뜻)의 장뤼크 멜랑숑의 결선에서 맞붙는 상황이다.
둘 다 유럽연합과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우파와 좌파 포퓰리즘 세력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르펜과 멜랑숑을 주목하는 이유는 둘 다 집권 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프렉시트(Frexit. 프랑스의 EU 탈퇴)와, 미국의 유럽 방어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부문 탈퇴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는 것은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후 미국의 대전략 아래에 독일과 함께 유럽을 지탱해온 강대국 프랑스에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강한 고립주의 성향의 포퓰리스트가 국가지도자로 등장하는 상황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이 해방 이후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띠긴 했지만, 그는 2차대전의 대독 항전을 이끈 국민적 영웅이자, 전후 프랑스 재건의 초석을 닦은 정치가였다.
세세한 부분에서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유럽연합과 나토라는 유럽의 두 축은 유럽과 세계에 주목할 만한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다는 데 이견을 제기할 만한 사람은 없다.
1·2차 세계대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유럽에서 강대국 간 전쟁이 없었던 지난 70년의 평화를 바탕으로 유럽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번영했고, 그 뒤에는 회원국 간 국경을 개방하고 상호의존성을 심화시킨 유럽연합과 구소련에 대항한 집단방위체제 나토가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유럽연합은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두 기둥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어 프랑스의 탈퇴는 유럽연합의 붕괴까지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르펜이나 멜랑숑처럼 EU탈퇴 또는 재협상과 군사적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세력이 집권할 경우, 유럽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회장은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이번 프랑스 대선의 의미를 "유럽과 세계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시아가 21세기 역사에서 유럽보다 더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지난 세기의 교훈이 잊혀서는 안 된다"며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은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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