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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심각했나… 인구절벽의 현장] [6] '노인의 나라' 일본 보니
인구 10년째 감소, 年 20만명 줄어… 30년 뒤면 1억명선도 무너질 판
올해 보육원 확충에 2조엔 투입, 불필요한 야근 등 없애 육아 지원
"늙어가는 한국, 日 반면교사 삼길"
웬만하면 외국인 노동자를 안 받던 일본이 올 11월 베트남 간병 인력 1만명에 문을 열기로 했다. 노인은 계속 늘고 젊은이는 계속 줄어 자국 간병 인력만으론 감당할 수 없어서다. 노부모 돌보느라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이미 한 해 10만명이다.
일본은 전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지 10년째다. 노인들이 24초에 한 명씩 한 해 120만명 넘게 세상을 떠나는데, 신생아는 31초에 한 명씩 연간 100만명 이하로 태어나서다. 이걸 한눈에 보여주는 게 '전국 빈집 820만 채'라는 통계다. 노부모가 사망해도 상속받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생긴 폐가들이다.
◇1억 유지하며 전 국민이 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15년 집권 2기 아베노믹스 2탄으로 '1억 총활약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최측근 참모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를 담당 장관에 임명했다. 합계 출산율을 현재 1.4에서 1.8로 끌어올리고, '일하는 방식 개혁'을 통해 주부와 노인을 일터로 끌어오겠다는 것이 양대 목표다.
10여 년 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일본은 현재 연간 신생아가 연간 사망하는 노인보다 적다. 일본과 비슷하게 고령화하는 한국도 노인 간병과 출산·육아 문제에 대해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커다란 사회적, 경제적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릭커
한때 1억3000만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지금은 1억2700만명이다. 이 추세로 가면 2048년에 1억 선이 무너지고 2060년 8700만명이 된다. 1953년 일본 인구가 그 정도였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한 나라 인구가 한 세기 전 수준으로 축소되는 사상 초유의 현상"이라고 했다. '어떻게든 1억을 유지하면서 그 대신 전 국민이 뛰자'는 게 1억 총활약의 의미다.
그러려면 중·장년의 일터 이탈부터 막아야 한다. 일본에선 중·장년 자녀가 노부모 모시느라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비정규직·아르바이트생이 되는 '간병 이직'이 사회문제가 됐다. 부모 간병하는 동안 자녀들 소득만 아니라 국민연금 넣는 액수도 줄어들기 때문에 간병 이직은 노후 빈곤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때로는 더한 비극도 벌어진다. 지난 2월 일본 수도권에서 81세 치매 아내를 살해한 84세 남편이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병원에 실려가며 인사불성으로 반복한 말이 "애 엄마, 미안해. 60년을 같이 살았는데…"였다. 일본 경시청은 2007년 이후 8년간 간병 때문에 벌어진 가족 간 살인 사건이 356건이라고 지난해 발표했다.
◇국가가 간병할 테니 국민은 일해라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각료회의에서 '새로운 간병 시스템 구축'을 국정 목표로 삼기로 했다. 자녀 세대의 간병 부담을 덜어 간병 이직을 막기 위한 첫걸음이다. 간병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동시에 고령화에 따른 추가 복지 지출은 연간 5000억엔(약 5조원) 선에 묶어둬야 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고민이다. 일본이 작년 11월 70세 이상 국민의 의료비 자기 부담 비율을 대폭 올린 것도 그래서다. 병원비가 100만엔 나왔을 때 저소득층은 6만엔, 중산층은 9만엔, 고소득층은 18만~25만5000엔을 자기 돈으로 내야 한다. '국가가 간병을 도울 테니 국민은 최대한 일해라. 단 능력 있는 사람은 자기가 해결하라'는 메시지다.
아베 정권이 작년부터 '육아 지원'과 '일하는 방식 개혁'에 나선 것도 여성 인력을 일터로 끌어내는 게 목적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보육원에 자리 나길 기다리던 엄마가 익명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고 쓴 글이 작년 일본 최대 유행어 중 하나였다. 보육원이 충분하고, 불필요한 야근이 사라지고, 재택근무를 활성화해야 더 많은 여성을 일터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 정부는 보육원 확충 등에 올해 2조엔을 투입하고, 연내에 어린이 22만명을 더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을 일본 모델이 있는데도 불행하게도 약 10년 차이를 두고 일본이 간 저출산 루트를 따라가고 있다"며 "장기적인 인구 목표를 설정하고 일본의 시행착오와 부분적인 성공 요인을 잘 분석해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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