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 다음날인 11월 30일 초청장
펠트먼, 5일부터 나흘간 평양行
펠트먼 평양 도착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가운데)이 5일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을 포함한 유엔 고위급은 이례적으로 이날부터 북한에서 나흘간 머물며 최근의 북-미 대치 상황을 조율하는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평양=AP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도발 후 추가 대북제재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5일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나흘간의 방북 길에 올랐다. 중국이 실패한 북-미 간 긴장 해결과 대화 중재 역할을 유엔이 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4일(현지 시간) “펠트먼 사무차장이 중국 일정을 마치고 방북해 리용호 외무상과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일 베이징에 도착한 펠트먼 사무차장은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난 뒤 5일 서우두(首都)공항에서 고려항공 항공기를 이용해 방북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에 대해 “중국은 유엔이 한반도 핵문제를 타당하게 해결하는 데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은 2010년 2월 전임자인 린 패스코 대북특사에 이어 7년 만이다.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북한은 9월 유엔 총회 기간에 비공식으로 초청의사를 밝혔고 화성-15형 발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에야 초청장을 보내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을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이번 방북이 ICBM 도발로 한창 고조된 북-미 간 강 대 강 국면을 완화시킬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유엔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북-미 ‘트랙 1.5’ 협상(민관 협상)에 참여했던 조엘 위트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미 간의 새로운 대화의 여지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고, 심각한 중재 노력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7년 전 외교부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패스코 사무차장을 면담했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도 “유엔이 북핵 문제 해결의 주요 플레이어가 아닌 만큼 방북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선 김정은과의 면담도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국면 전환보다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인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등 북한의 ‘민원’만 듣고 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15일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특별회의’가 열리는 만큼 북한으로서도 대북 압박이 예고된 상황에서 유화책을 펼칠 명분도 마땅치 않다. 북-미 간 뉴욕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을 통한 채널 강화 차원에서 이번 방북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방북에 한국 정부가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관심거리다. 외교부 관계자는 “펠트먼의 방북이 깜짝 방문은 아니다”라며 사전 언질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이 2012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주유엔 한국대표부 등을 통해 알려왔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방북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있어 한국이 배제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패스코 사무차장이 방북에 앞서 한국을 3일간 먼저 찾아 외교당국과 의견을 교환했던 것과 달리 펠트먼 사무차장은 중국에 머문 뒤 한국을 건너뛰고 북한을 찾았기 때문이다.
노규덕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유엔 측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 방북 결과에 대해서는 추후 적절히 설명해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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