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5만8000명 새긴 기념벽… 국방부·보훈부 주관으로 헌화
식각 지역 참전군 묘지에선 안장자 이름 부르는 행사도
미국 베트남전 참전 용사의 날인 29일, 워싱턴DC에 있는 베트남전 전몰자 기념벽에 토머스 보먼 미 보훈부 차관이 장미꽃을 세워 놓고 있다. /AFP 연합뉴스
29일(현지 시각) 오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주 의사당 앞. 빛바랜 전투복에 훈장과 핀을 주렁주렁 매단 장·노년층 참전 군인 수백명 앞에서 헨리 맥매스터 주지사가 "베트남전 참전 용사의 날을 선언한다"고 말하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이곳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베트남전 참전 용사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의 날'은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새로 지정된 국경일이다. 3월 29일은 1973년 미군 전투 부대가 베트남에서 마지막으로 철수한 날이다. 미국 전역에서 기념행사가 본격적으로 치러진 건 올해부터다. 이날 수도 워싱턴에서는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5만8000명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벽에서 국방부·보훈부가 주관하는 헌화식이 열렸고, 주요 도시의 베트남 참전 용사 기념물은 꽃다발로 뒤덮였다. 각 지역의 참전군 묘지에서는 안장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행사가 열렸다. 독일 등 해외 미군 기지에서도 주둔국에 거주하는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기념 핀을 달아주고 케이크 등을 대접했다.
베트남전은 미국이 막대한 예산과 전력을 쏟아붓고도 패배하면서 각종 후유증을 남겼다. 미국 전사(戰史)에서 몇 안 되는 암흑의 역사인 셈이다. 미 성조지는 "베트남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참전 군인들은 고향에 돌아와서도 환영받지 못했고, 국가는 그들의 희생을 고마워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최근 미국에선 베트남전의 재조명이 활발하다. 이달 초엔 종전 후 처음으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베트남 다낭에 입항하기도 했다. 사실상 '패잔병'으로 나왔던 미군 노병들의 베트남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뒤늦게 국경일을 제정해 전국적인 위로·추모 행사를 치르는 것도 악몽으로 여기는 베트남전의 상처를 봉합하고 역사의 장으로 넘기는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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