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정상회담 D-8]
트럼프, 北 김영철에 파격 예우… 80분 회동서 안보 측근들 배제
떠날 땐 앞마당까지 나와 배웅, 우방국 최고위급 인사 수준 의전
미국은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 파격적인 예우로 그를 대접했다. 1일 오후 1시쯤 백악관 경내로 들어온 김영철을 안내한 것은 존 켈리 비서실장이었다. 켈리 비서실장이 직접 문을 열어주는 등 길 안내를 하면서 북한 대표단을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이 미국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켈리 실장은 김영철을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로 안내했다.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사건과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등으로 2010년 이후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온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예우였다. 미국 정부 공인 범죄자를 대통령 집무실에 불러들여 대화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회동엔 백악관의 안보 사령탑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막후에서 한반도 상황을 챙겨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이 두 사람의 강경 발언을 문제 삼아 과거 6·12 정상회담 취소를 위협했던 것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회동에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CNN의 진행자는 김영철의 백악관 방문을 생중계하면서 "볼턴이 함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 "볼턴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그만큼 당연히 참석할 줄 알았던 사람이 불참한 것이다. 북한을 배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회동은 80분 넘게 계속됐다. 2000년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면담이 45분 정도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는 김영철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백악관 앞마당까지 나와 배웅을 한 것이다. 그는 김영철과 웃으며 대화를 나눈 뒤 악수를 하고, 북한 대표단과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미국 NBC는 "김영철에게 우방국 최고위급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의전이 펼쳐졌다"며 "백악관이 거의 모든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김영철을 환영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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