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다, 그걸 보여주려 뉴질랜드 택했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3월16일 07시44분    조회: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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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 뉴질랜드 최악 총기테러
범행 직전 "파티 시작"… 2년 준비, 인터넷 총싸움 게임하며 훈련
테러범 "트럼프, 백인 정체성 바로 세워… 제거 1순위는 메르켈"



15일(현지 시각) 오후 1시 42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알 누르 이슬람사원(모스크).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난입해 총을 난사했다. 당시 모스크에서는 금요예배가 진행 중이었고, 300여명의 사람이 있었다. 생존자들은 "사방에 시체가 뒹굴었고 바닥은 피로 물들었다" "그저 그의 총알이 다 떨어지기만을 빌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잠시 뒤 6㎞가량 떨어진 린우드 모스크에서도 비슷한 참극이 벌어졌다.

◇16분 55초 테러 생중계

알 누르 모스크 총격 테러의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는 소형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는 그의 총기 난사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16분 55초 분량이었다. "파티를 시작하자"는 말과 함께 모스크로 향한 그는 차량 트렁크에서 소총(AR15)을 집어들고 모스크로 들어가 난사했다. 페이스북 영상에는 사람들이 도망가는 모습,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모스크의 기도실마다 들어가 총격을 가했다. 부상을 당한 사람을 확인 사살하기도 했다. 총알이 떨어지자 차량으로 와 총을 바꿔 들고 다시 사람들로 향했다. 그는 모스크를 빠져나와 길을 가는 여성에게도 총을 쐈다. 그러면서 "타깃이 너무 많다"고 혼잣말을 했다.

총기엔 예전 테러범들 이름 빼곡… 생존자들 "그의 총알이 다 떨어지기만을 빌었다" - 15일(현지 시각)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난 총격 테러의 주범인 브렌턴 태런트가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로 찍은 차량 내부 모습. 소총과 탄창 등 무기가 조수석과 운전석에 놓여 있다. 총격범의 무기에는 최근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왼쪽). 테러가 벌어진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바깥에서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오른쪽). /테러범의 생중계 영상·AP 연합뉴스
외신들은 "(그가) 비디오 게임을 하듯 총을 난사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는 테러 전 인터넷에 올린 선언문에서 총싸움 게임(FPS)인 '포트나이트'로 가상 총격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2년 동안 反무슬림 테러 계획

태런트는 2년 동안 이날 테러를 계획해왔고, 3개월 동안 구체적인 후보지를 물색했다고 밝혔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출신인 태런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인 2010년 소규모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잠시 일했다고 한다. 그 뒤 스코틀랜드·아일랜드 등 외국을 떠돌다가 뉴질랜드에 정착했다.


그는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새로운 사회를 향한 대전환'이란 제목의 선언문에서 무슬림 이민자를 '침략자'라고 규정한 뒤 "한 명의 백인 남성이라도 살아 있는 한 그들은 결코 우리의 땅을 정복할 수 없고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테러로 규정되겠지만, 나는 이를 점령군에 대한 게릴라 행위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방화·폭탄·비행기 공격 등 모든 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과 언론 주목도, 미국과 세계의 정치 상황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총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살해해야 할 1순위 목록에 이민자 포용 정책을 펼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름을 적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을 바로 세운 사람'이라고 했다.

◇발 빠른 뉴질랜드 당국의 대응

뉴질랜드 경찰의 대응은 신속했다. 태런트의 범행 시작 직후 경찰은 도시 일부를 폐쇄하고, 방송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아주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니 집에 머물러 달라"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정부기관·학교·병원 등도 모두 문을 닫았다. 뉴질랜드 전역의 모스크도 폐쇄했다. 당국은 오후 6시부터 순차적으로 도시 폐쇄 조치를 해제했다.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크라이스트처치라는 도시 이름은 식민지 시절 영국 크라이스트처치 대학 동문들이 진출해 개발한 데서 유래한다. 숲과 공원이 많아 '정원의 도시(Garden city)'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평화로운 도시다. 리앤 달지엘 시장은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크라이스트처치가 표적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한 시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은 뉴질랜드가 아니다"며 "오늘 일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에 대해 느끼던 감정을 영원히 바꿔 놓을 사건"이라고 했다. 테러범 태런트도 그 점을 노렸다. 그는 "뉴질랜드에서의 공격은 세상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고, 침략자(이민자)들은 모든 우리(유럽)의 땅에 있으며, 심지어 외딴 지역들에도 존재하고, 결국 이민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로운 곳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뉴질랜드의 무슬림 이민자는 약 4만6000명(2013년 기준)으로 현재 전체 뉴질랜드 인구의 1.1%를 차지한다. 2006년에 비해 28%가량 급증한 것이다. 뉴질랜드에는 57곳의 모스크가 있다. 태런트는 당초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의 모스크에서 테러를 자행하려고 했으나,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에 무슬림이 더 많은 것으로 보여 목표물을 바꿨다고 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4곳의 모스크가 있다.

뉴질랜드에서 대형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90년 해변 마을 아라모아나에서 33세 한 실업자가 이웃과 싸우다 격분해 무차별 총격으로 13명을 숨지게 한 사건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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