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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우크라 영부인 "우리와 역사 비슷한 한국이 도와달라"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7월14일 20시11분    조회: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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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한국언론 첫 인터뷰…"전쟁에 무뎌지지 말아야" 당부
"우리 아이들 '잃어버린 세대'되면 안돼…충격을 의욕으로 바꿀 것"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연합뉴스와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4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5개월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이 군사적·인도적 지원을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한국 언론과는 첫 인터뷰다. 2022.7.14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번 전쟁에 중립은 없습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신과 무관한 일로 여겨 참상을 외면하지 않길 바랍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44) 여사는 14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5개월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이 군사적·인도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한국 언론과는 첫 인터뷰다.

젤렌스카 여사는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치렀다는 점에서 역사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핵무기로 전 세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이웃 나라 옆에 살고 있다"며 "서방은 1950년대에 한국이 자유를 위한 전쟁에서 이기도록 모였고,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고 비교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 초기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러시아 공격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슬픔과 상실감에 빠진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관심을 보여 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이젠 웬만한 전쟁 뉴스에도 사람들이 무덤덤해졌다"며 "제발 전쟁에 익숙해지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으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일례로 전쟁 전에는 학교 급식 메뉴를 고민했었지만 이젠 아이들이 굶어 죽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게 자신의 일이 됐다며 "21세기 유럽 한가운데 있는 국가의 퍼스트레이디가 이런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개인적인 두려움도 솔직히 털어놨다.

젤렌스카 여사는 남편에 이어 러시아가 노리는 '2호 표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두렵다"며 "하지만 남편과 떨어져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수백만의 우크라이나 어머니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 침착하고 공황에 굴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관심사는 자신의 안전보다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어린이들이다.

러시아가 침공한 2월24일 우크라이나의 어린이들은 강제로 '어른'이 돼 버렸다고 했다.

가족이 탄 차가 총을 맞자 다친 어른들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고 피란한 15세 소녀 리사, 집안의 막내지만 다리를 잃은 엄마를 보살피는 소년을 하나하나 기억했다.

"우리 아이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전쟁이라는 충격적 경험을 살고자 하는 의욕으로 바꾸도록 도와야 합니다"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와 얘기하는 젤렌스카 여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러시아의 점령으로 굶어죽은 엄마의 무덤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본인 역시 "다 괜찮아 질 거야"라고 위로할 자신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을 말로 안심시키는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23일 '퍼스트레이디·젠틀맨 서밋'을 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처음 개최됐던 이 행사는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젤렌스카 여사는 "올해 서밋에서는 전쟁의 맥락에서 심신 회복, 난민, 교육, 어린이, 여성 문제 등을 폭넓게 이야기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보 유통에 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관심은 전쟁에 반대하는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 살인"이라며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꾸준히 보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관심이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 국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함께 승리를 축하하고, 국가를 재건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구호 물품을 점검하는 젤렌스카 여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일문일답]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은 14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또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익숙해지지 말고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은 젤렌스카 여사와 연합뉴스의 서면 일문일답.

-- 우크라이나의 영부인으로서 지금 본인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나.

▲ 평시에 영부인의 역할은 대체로 인도주의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이다. 전쟁 전 내 주된 역할도 그랬다. 그러나 전쟁이 나면서 내가 기울이는 노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쟁 전에는 모든 이가 우크라이나에서 똑같이 편하게 살도록 노력했다. 요즘 내 초점은 어린이를 포함해 지뢰와 폭약으로 다쳐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것이다. 최근엔 전쟁 피해자가 해외에서 치료·재활을 하기 위해 각국 영부인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전쟁 전에는 학교 급식을 더 건강하고 균형 잡히게 하도록 노력했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굶어 죽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1세기에 유럽 한복판에 있는 한 국가의 영부인이 이런 과제에 직면하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느냐.

뛰어노는 아이를 지켜보는 젤렌스카 여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소아암 환자가 지하실에 숨는 대신 해외에서 치료받도록 하는 일, 최전방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대피시키는 일도 한다. 폭격으로 정전된 병원 지하실의 조산아를 보호할 인큐베이터를 공급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문제들을 전 세계 영부인에게 얘기해 인도적 지원을 받을 방법을 찾는 중이다.

--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

사회적 회복이다. 인프라 재건뿐 아니라 사람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회복해 정상생활로 완전히 돌아갈 수 있어야 완전한 회복이다.

전세계 전문가의 도움 속에 시작한 '정신건강·심리사회적 지원 국가 프로그램'은 이같은 회복을 도울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인 최소 60%가 자신의 심리 상태가 심각하다고 여긴다. 국민 절반이 이번 전쟁으로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고 수백만명은 집을 잃었다. 끔찍한 스트레스고 앞으로 수년간 이 문제와 씨름해야 할 것이다.

이달 23일 열리는 '퍼스트레이디·젠틀맨 서밋'에선 사회적 회복을 얘기할 것이다. 작년 회의의 결과로 퍼스트레이디·젠틀맨의 첫 전문 모임도 생겼다. 전쟁이 시작됐을 때 동료들이 즉각 도움을 줬고 몇 달 동안 상당히 많은 인도주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이번 서밋에서 이 인터뷰에서 말한 모든 문제를 얘기할 계획이다.

병실에 방문한 젤렌스카 여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 민간인 학살은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줬다. 러시아가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나.

▲ 부차에서 러시아군은 단순히 재미로 민간인을 고문했다. 잔인한 러시아 공격에서 살아남은 여성은 러시아군에게 당한 위협을 조금씩 얘기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그저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모든 것, '우크라이나스러움'을 싫어한다는 증언이 나온다. 지금 점령된 도시에서 어떤 전쟁범죄가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조차도 두렵다.

러시아는 점령한 도시에서 인도적 위기를 일으켜 사람들이 목말라 죽지 않으려고 빗물을 모으도록, 인간성을 잃도록 한다. 그러고 나서 러시아인은 자신들을 구원자라고 칭하며 '관대하게' 음식을 나눠준다.

이게 제노사이드가 아니면 무엇인가.

--러시아는 왜 그런 일을 저지른다고 생각하나.

▲ 솔직히 이런 잔혹성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연쇄살인범이나 미치광이 행동을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이건 정신과 의사의 영역이다. 러시아 군인이 아이의 자전거를 빼앗아 러시아에 있는 자신의 자녀에게 보내는 건 어떻게 설명하나. 러시아 어머니는 훔친 물건을 자신의 아이에게 주면서 어떻게 웃을 수 있나. 우크라이나 아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이걸 절대 이해하지도 설명하지도 못하겠다.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이 전쟁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

▲ 정부와 비정부기구(NGO)가 자녀에게 전쟁에 관해 이야기하는 법을 알려주는 지침과 특별 강좌를 만들었다. 나이에 따라 정도는 달라도 전쟁을 솔직하게 말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다섯살이면 우리의 풍년을 질투한 악한 이웃의 얘기를 들려줘야 하고 열다섯이라면 밭에서 지뢰를 밟은 농부가 죽고 러시아군이 밀밭을 태우는 뉴스를 이미 봤을 것이다.

총을 맞은 열다섯 소녀 리사는 총격당한 차를 몰고 성인 네명을 대피시켰다. 집안의 막내 소년은 다리를 잃은 엄마와 누나를 보살핀다. 모든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2월 24일(러시아 침공일) 즉시 어른이 됐다.

아이들이 우리가 왜 이 전쟁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지하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각자 집에서 살 권리, 우리 언어를 말할 권리, 원하는 사람을 초대할 권리를 위해 싸운다고 말해줄 것이다. 자유로운 사람이 될 권리를 말이다.

아이들이 겁먹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전쟁 뉴스가 나올 때 TV를 끄지 않는다. 전쟁은 세상을 흑백으로 나눈다. 아마 이게 전쟁이 아이들에게 하는 가장 끔찍한 짓일 것이다. 전쟁이 유일하게 가져오는 것은 슬픔이고 전쟁은 현실을 왜곡한다고 솔직히 말해주고 있다.

키이우 지역의 파괴된 건물 앞에서 노는 꼬마아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

▲ 작은 남자아이가 마당에 판 엄마 무덤 옆에서 울고 있다. 이 아이는 엄마 무덤 앞으로 음식을 가져다 놓는다. 러시아군이 점령할 동안 엄마는 굶어 죽었기 때문이다.

이게 내가 떠올리는 가장 비극적인 전쟁의 이미지다.

내가 이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죽은 가족을 옆에 두고 지하실에 숨은 아이에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말이 있기나 한가.

내가 말로 안심시키는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아이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게 하고 싶지 않다. 기차역에서 아빠에게 울며 작별 인사를 한 아이를 위해, 화창한 하늘과 꽃 대신 탱크와 미사일을 그리는 아이를 위해, 팔다리 없이 입원한 모든 아이를 위해 싸우고 싶다. 아이들이 회복하고 세상이 그리 나쁜 곳이 아니라는 믿음을 되찾게 하고 싶다.

아이와 눈맞춤하는 젤렌스카 여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 전쟁이 마침내 끝났을 때 아이들이 비극적인 경험에서 배울 게 있을까.

▲ 아이들이 절대 전쟁이 다시 일어나는 걸 용납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이 전쟁과 침략 없는 세상을 만들길 희망한다.

동시에 우리 아이들은 자신과 가족, 땅, 자유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평생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일이 생기면 아이들은 항상 그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의 도움으로 이 충격적인 경험을 살고자 하는 의욕으로 바꾸는 것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은 어른이 조국을 지키려고 연대한 것을 보고 단결이 어떤 건지 배우고 있다. 올해 많은 고등학교 졸업생이 졸업 파티를 여는 대신 군대에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 SNS에서는 군인을 돕기 위해 손수 만든 팔찌를 팔아 모금하는 아이를 자주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장난감이나 영화표가 아니라 군인에게 줄 드론을 사려고 돈을 모으는 것이다. 이런 건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교훈은 아니지만 그들은 이미 완벽하게 스스로 터득했다.

아이들이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뭉치는 습관이 평생 갈 것이다. 그들이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 전쟁 난민 중엔 여성과 아이들이 대다수다. 난민 지원을 위한 우크라이나 정부 노력은.

▲ 우크라이나 난민이 가장 많이 체류하는 폴란드 정부의 모든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는 유치원에 갈 수 있고 무료 언어강좌가 있으며 모든 우크라이나인은 사회적으로 보호받는다. 서방 이웃이 모두 우리에게 큰 지지를 보낸 덕분에 피란한 우크라이나인은 유럽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

안드라 레비테 라트비아 영부인의 도움으로 라트비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위한 여름캠프가 열렸다. 의사이기도 한 레비테 여사는 국가 심리지원 프로그램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댜나 나우세디에네 리투아니아 영부인과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국내실향민 센터를 함께 구상해 최근 방문자를 대상으로 문을 열었다. 리투아니아는 법을 바꿔 우크라이나인이 현지 시민과 같은 의료 복지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와 포옹하는 젤렌스카 여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책장' 프로젝트도 있다. 유럽 도서관에 우크라이나 책을 비치해 난민들이 모국어로 읽도록 하는 사업이다. 급하게 떠나 아이의 책을 미처 가져오지 못한 엄마에게 책을 배포한다. 지금까지 유럽 12개국에서 10만부 넘게 펴냈다. 우린 '전쟁 난민'으로 부르지 않고 '강제이주민'으로 부른다. 안전해지면 즉시 집으로 돌아왔으면 해서다.

'강제이주민'은 이달 23일 퍼스트레이디·젠틀맨 서밋에서 핵심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을 보호한 나라들은 우리 어린이와 어머니들의 목숨을 구해줬다.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우린 본국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함께 승리를 축하하고, 국가를 재건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 러시아가 당신, 그리고 자녀를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두렵진 않은가.

▲ 물론 두렵다. 난 사람이고 아내이자 엄마다. 전쟁 초기엔 남편을 영상에서만 봤고 그를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두 자녀에게 다른 우크라이나 엄마처럼 왜 우리가 집을 떠나야 했는지 설명해야 했다.

대통령 가족은 적에게 2호 표적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압박하는 방법이라는 걸 안다. 남편이 (대통령의) 책무와 가족 사이에서 양자택일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날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난 침착해야 하고 공황에 굴하지 않아야 한다. 전쟁 때문에 남편과 떨어져 두려움에 빠진 우크라이나 엄마 수백만명이 날 바라보고 있다. 나와 아이들이 러시아의 표적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승리와 회복이라는 목표에 집중하려 한다.

-- 위험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에 머물기로 선택한 이유는.

▲ 내가 선택했다. 떠날 수 있었지만 남는 걸 선택했다. 우크라이나 공기를 마시고 우리 국민과 같은 경험을 하려고 남기로 했다. 내가 남았기에 내부 상황을 잘 안다. 전 세계에 우크라이나 일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내가 그 일부여서다.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다. 전쟁 첫날 우린 집을 떠났지만 우크라이나에 머물렀다. 다음날 밤을 어디서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지치는 일이다. 남편은 서방 동맹이 대피를 권고했는데도 책임감으로 키이우에 남았다. 우린 그의 가족이고 적어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 때까진 그와 가까이 있고 싶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 전쟁이 시작된 이래 남편과 떨어져 지냈다고 들었다. 남편과는 얼마나 자주 연락하고 어떤 얘기를 주고받나.

▲ 아이들은 간간이 아버지를 안을 기회가 있다. 우린 때때로 짤막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충분하진 않지만 수백만 우크라이나 가족은 갈라져 이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기회라도 감사하다. 안전상의 이유로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언론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우크라이나 보도를 계속 이어가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실질적인 도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제발 전쟁에 익숙해지지 말아달라. 요즘은 공습으로 수십만명이 잔해에 깔려있다는 뉴스에 더는 놀라지 않는다. 이건 우리에게 진정 비극이다. 기사에 쓸 흥밋거리를 위해 러시아인이 또 다른 잔인한 짓을 벌여야 하는 건가. 뉴스 프라임타임에 오르기 위해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은 희생자가 필요한 건가. 무관심은 간접 살인이다. 전쟁에 반대하는 행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언론의 임무는 어떻게든 이걸 방지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잔혹성에 대한 헤드라인에 싫증났다면 5개월째 끔찍한 공격을 저지하는 용감한 우크라이나인을 써달라. 노인 5명을 돌보려 최전방 마을을 떠나지 않는 사회복지사에 대해, 집 마당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손에 책을 들고 숨진 소녀를 써달라.

러시아는 선전을 통해 왜곡된 현실을 만들고 싶어한다. 평화로운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정상인, 집을 겨냥한 조준 공격을 조작이라고 부르는 게 정상인, 점령한 도시에서 사람들이 세상과 연결되지 못하게 통신을 끊어버리는 게 정상인 그런 현실 말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에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 우크라이나를 최대한으로 보도하고 멈추지 말아달라. 이게 언론에 전하고픈 메시지다.

-- 한국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공통점이 많고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전쟁으로 둘 다 희생자가 많았고 도시는 완전히 파괴됐다. 한국은 핵무기로 전 세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나라 옆에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안다. 서방은 1950년대에 한국이 자유를 위한 전쟁에서 이기도록 모였고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뭉쳐 이 전쟁에서 누가 옳은지 보여주고 있다.

이 전쟁에서 중립이 설 자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세계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고 기아와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이 전쟁을 동떨어지고 무관한 걸로 묵살해선 안 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길 부탁드린다. 우린 인도적 지원, 무기, 재건 프로그램 참여 등 모든 게 필요하고 도움을 주면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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