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 잡고 발목에 수갑... 여성 ‘집단구타’ 영상 확산에 사우디, 결국 진상조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집단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논란이 커지자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트위터
1일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시르주 카미스 무샤트의 한 보육원에서 경찰복과 사복을 입은 남성 여러 명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일이 발생했다. 집단 구타가 발생한 시점과 원인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인권단체들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당 사건이 인권 개선을 요구하던 여성들에 대한 탄압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은 지난달 31일부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다. 영상에는 남성들이 달아나는 여성들을 쫓아가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복 차림의 한 남성은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다니다 여성이 몸부림치자 발목에 수갑을 채웠다.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은 여성 머리에 벨트로 추정되는 가죽끈을 휘둘렀다. 여성들은 고통스러운 듯 울부짖었지만, 폭행은 계속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사우디 인권단체 ALQST는 첫 영상 게시물을 인용해 “경찰과 가면을 쓴 남성들이 보육원에서 항의하는 소녀들을 폭행하는 충격적인 영상”이라며 “사우디 당국은 조사를 착수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ALQST가 공유한 게시물은 3일 기준 조회수 276만회를 기록하고 5200회 이상 공유되는 등 화제가 됐다.
사우디 네티즌들도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여성을 고문하고 협박하는 사람들을 규탄해야 한다” “폭행에 가담한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등의 글을 남기며 분노했다. 일부는 트위터에 ‘카미스 뮤사트 보육원’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집단 구타 사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역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조사를 진행하더라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는 지난 31일 성명에서 “이전에도 요양원 등의 기관에서 구타당한 여성들이 비슷한 침해 행위를 신고했지만, 위반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사법 시스템의 문제와 여성 범죄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ALQST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남성 후견인 없이 보육원에 사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기본권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로부터 얼마나 심각한 폭력을 당할 수 있는지 드러났다”고 했다. 현재 사우디는 남성 후견인 제도를 통해 남성에게 여성 친족의 삶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여성들은 가정폭력을 당하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육원 등 보호시설로 보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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