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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의 조선족학교 어디로 갈가?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6월18일 16시02분    조회: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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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지역 조선족학교에 가보다》 (3)

마지막 남은 《전교생》주림호학생의 초롱초롱한 눈빛에는 구지욕이 가득하다 

전교생이 1명…꼭 조선말을 배워주고싶다

6월13일, 기자는 길림성산재지역조선족중소학교 전문취재차 길림시룡담구 우라가만족진 알라디조선족소학교를 찾았다. 교문밖에는 소식을 듣고 마중나온 최영빈교장이 그늘진 얼굴로 서있었다. 최교장의 뒤로는 2층구조의 커다란 교사와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 널다란 운동장이 6월여름의 고즈넉한 정적속에 묻혀있었다.

《다 사라져가는 학교에 뭘 취재할게 있다고 왔어요?...》최영빈교장의 그늘진 얼굴이 조금은 퉁명스러워보이기까지 했다.

최교장을 따라 사람 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는 길다란 복도를 지나 2층 교장실로 향하는데 복도 저쪽에서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려왔다. 다가가보니 이 학교 조선어문교원 황금옥선생의 수업시간이였다.

거친 벽돌로 바닥을 깐 교실에는 구식 난로가 놓여져있고 책상 몇개가 놓인 교실에서 황금옥교원이 이 학교의 유일한 재교생인 1학년 주림호학생에게 조선어를 가르치고있었다.

《사슴, 곰, 춤…》선생님이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곱씹어주는데도 어린 학생은 받아읽는 발음이 이상하게 꼬여있었다.

황금옥교원에 따르면 얼마전에는 《고양이, 송아지…》 등 《ㅇ》받침이 들어가는 단어들을 가르쳐주었는데 이번에 《ㅁ》 받침이 들어가는 단어를 배워줄라하니 발음이 자꾸 엉뚱하다는것이였다.

주림호학생은 조선족이기는 하지만 어릴 때부터 마을 한족애들과 거의 어울리다보니 한어에는 익숙하지만 조선어 발음엔 억망이란다.

《지금 애한테 조선어를 배워주지 않으면 저 애는 영원히 조선족이면서도 조선말을 못하는 유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것입니다》최교장이 문뜩 한마디 던졌다.

눈앞의 현실은 조선족학생인 주림호에게 조선말을 꼭 배워주어야 한다는 교육자들의 소박한 사명감이 날따라 황페해져가는 산재지역학교의 안타까운 현실과 대조되는 침침한 광경이였다.

민족교육의 사명감이라는 거창한 의미까지 부여하는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남은 산재지역 조선족학생에게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려고 지금껏 남아 렬악한 교육의 현장을 지키고있는 산재지역교원들앞에 머리가 숙여졌다.

최영빈교장에 따르면 올 3월 개학초기까지만해도 이 학교에는 3명의 1학년생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학생이 리혼한 어머니를 따라 외지로 전학해가면서 그 애가 떠나자 덩달아 남아있던 다른 한 학생마저 외롭다고 다른 학교에 전학가버려 지금은 주림호학생 1명이 유일한 전교생으로 남아있게 되였다는것이다.

단 1명의 학생만을 학교에 남겨둔 최영빈교장과 이 학교 4명 교원들의 불확실한 학교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충분히 리해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현재 알라디조선족소학교에는 교장 최영빈선생님을 비롯해 김효순(45세), 강대운(60세) , 백려영(35세), 황금옥(50세) 등 5명의 교원이 남아 스러져가는 산재지역교육의 불씨를 간신히 지켜나가고있었다.

알라디조선족소학교의 력사를 소개하고있는 최영빈교장

당지촌민들이 일떠세운 민족학교, 민족교육의 전성기도 누려

산재지역의 허다한 조선족소학교들처럼 알라디조선족소학교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라도 자식들을 공부시킨다》는 우리 민족의 눈물겨운 교육사와 함께 학교의 흥성하던 과거가 있었다.

알라디조선족소학교는 지난 세기 1937년에 설립된 력사가 오랜 조선족학교였다. 일제의 통치아래에서 정든 고향을 등지고 살길 찾아 모여든 조선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녀교육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들의 유지들에 의해 학교가 설립되였다.

알라디는 만족어로 《물가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수자원이 풍부한 당지에 벼농사에 능한 조선족들이 대거 모여들면서 마을규모도 커졌고 학교규모도 점차 커졌다.

학교의 한 때 휘황을 말해주는듯 상장들이 걸려있다

해방후 비로소 당지 조선족들의 진정한 민족교육의 요람으로 거듭나게 된 알라디조선족소학교는 한 때 거족적인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다. 최영빈교장에 따르면 알라디조선족학교가 가장 흥성했을 때는 지난 세기 70년대말부터 80년대초사이였다. 소학교로부터 초중과 고중까지 설치되였으며 전성기에는 학생수가 500명을 넘겼고 40여명의 교직원들이 성스러운 민족교육의 일터에서 열의를 다하기도 했다. 현재의 학교건물도 당시 전성기의 교육수요에 따라 크고 널직하게 새로 지은것이였다. 1937년에 마을의 조선족농민들이 힘을 합쳐 학교를 설립하던 그때처럼 새 교사도 알라디촌의 조선족농민들이 힘을 모아 건설했다. 당지 농민들이 민족교육사업에 대한 열망을 안고 벽돌 한장한장 쌓아올리면서 심혈을 몰부어 현재의 교사를 지었다고 한다.

황페화된 민족교육의 현장…《약한 다리에 침질》

영원할것 같던 민족교육의 휘황은 지난 세기 80년대 중반에 이르면서부터 점차 퇴색하기 시작했다.

교육개혁의 원인으로 학구가 옮겨지면서 80년대 중기에 원래 있던 고중이 해체되였고 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초중마저 해체되였다. 1996년에 알라디조선족소학교는 강요진 신풍조선족소학교와 양목향 룡신조선족소학교, 대구흠진 화수조선족소학교의 230여명 학생들을 합병하여 전 영길현(당시는 영길현에 소속)적으로도 제일 일찍 기숙제소학교로 새로운 교육모식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련이어 들이닥친 조선족농민들의 한국나들이와 도시진출 등 대규모 리농현상으로 학생수가 87명으로 급격히 감소하면서 결국 2003년에 기숙제학교도 페지되였다.

사람그림자 하나 언뜰하지 않는 텅빈 교정(웃사진)과 먼지가 가득 쌓인 학교도서실(아래사진)

학생수의 급감과 함께 민족교육의 보금자리가 날이 갈수록 황페화되고 위기를 맞고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약한 다리에 침질》이라고 조선민족교육에 대한 상급 해당부문의 중시와 관심 그리고 지지도 미약하다.

우라가만족진의 몇개 학교들이 합병하여 새롭게 교사도 짓고 교육에 대한 투자와 지지가 이어지고있는 반면 당지 조선족학교들은 그러한 정부적지지와 혜택에서 소외되여있다는것이 최영빈교장의 안타깝고 답답한 심경이였다. 그러한 사회적인 교육의 무관심과 변두리화가 결국 산재지역 조선족학교들의 해체와 소실의 속도를 빨리고있다는것이 최교장의 분석이다.

현재 알라디조선족소학교는 당지 조선족촌의 지원과 도움으로 간신히 경비난을 해결해나가고있는 실정이다. 학교에 있는 논을 촌에서 관리해주고 양도비를 지원해주며 촌에서 겨울철 석탄비용을 대주고있다고 한다.

교육투자가 다년간 이루어지지 않은 학교에는 교수설비도 모두 지난 세기 70~80년대의 구식 교수설비들이며 가장 기초적인 학교교수시설들인 도서관이나 실험실 등은 모두 텅 빈채 먼지만 쌓여있다.

산재지역 조선족학교의 황페화와 함께 당지의 조선족학생들도 조건이 좋은 당지의 한족학교들에 등을 돌리고있는것도 안타까운 현실문제이다. 조선족학생들이 한족학교를 가는것을 뭐라고 나서서 반대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선족학생이라면 우리 말과 글을 알고 한가지 언어라도 더 장악하는것이 금후의 취업이나 사업에서 더 가치있고 유용하지 않겠느냐고 최영빈교장은 말했다.

최교장은 알라디조선족소학교를 졸업하고도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가고 학업에서 성공한 허다한 졸업생들의 생동한 실례를 들어가면서 조선족학생들이 한족학교에 등을 돌리는 현상에 일침을 놓았다.

최영빈교장은 조선족학생들은 줄어드는것이 아니라 아예 없어져버렸다고 말한다.

학생래원의 고갈은 슬픈 일이지만 우리 조선족사회가 안고있는 엄연한 현실이며 문제점들이다. 최교장도 알라디조선족소학교의 페교도 시간문제일뿐이라고 말했다. 촌에서 사라져가고있는 민족운명을 되살리려는 의미에서 알라디촌에 민속촌도 건설하면서 모지름을 쓰고있지만 학교와 문화가 없는 민속촌은 색바랜 문화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알라디촌에서 학교에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고있지만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마을에서 어찌 민족교육과 문화의 흥기를 론할수있을것인가?!

《풍전등화》같은 민족교육의 위기...나갈길은 어디에?

최영빈교장은 그러나 민족교육의 현장이 아무리 렬악하고 힘들어도 마지막까지 민족교육의 현장에서 맡은바 소임을 다해나갈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또 이 학교 5명 교직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기도하다. 지금 알라디조선족소학교는 각일각 페교의 갈림길에 서있지만 남아있는 단 1명의 학생이라도 책임감있게 우리 민족의 진정한 인재로 만들려고 노력하는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최영빈교장은 말했다.

《알라디에 살고있는 우리 민족 애들이 커서 조선족학교를 다닌 보람으로 조선말을 할수 있고 그것으로 평생 유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만족합니다.》최교장의 소박한 바램이였다.

교실에는 아직도 구식 난로가 놓여져있다

최영빈교장은 1993년도에 알라디조선족소학교에 와서 교편을 잡아서부터 20여년동안 알라디학교의 흥망성쇠를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교원이다. 자기의 청춘과 지혜를 깡그리 바쳐왔고 교육사업과 학생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보람을 안고 매일같이 성스러운 교단에 올랐던 최영빈교장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스러져가는 학교운명을 눈앞에 두고 할말을 잊었다.

《기자선생님들에게 다시 오라는 말을 못하겠어요. 학교가 조만간 사라질수도 있으니 그런 약속도 할수가 없네요…》

취재를 마치고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최교장이 남긴 솔직한 말이다.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 황량한 교정으로 돌아서 걸어가는 최영빈교장의 뒤모습은 아직 50대초반의 패기있는 교장과는 어울리지 않게 쓸쓸하고 어두워보였다.

바람이 불면 당금 꺼질것만같은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한 산재지역 조선족학교들의 운명, 황페해지고있는 민족교육현장을 구할 해법은 과연 무엇일지 우리의 숙제로 남아있다. 

길림신문 안상근 김성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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