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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옌볜과기대 한족(중국인) 학생 한글 글짓기 대회 현장
조선족 학교에 다니는 한족 초등학생들이 지난 25일 중국 옌지의 옌볜과기대 강의실에서 한글로 글짓기를 하고 있다.
강의실 칠판에 적힌 주제어 '시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리 차이링(11)양이 연필을 들고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글이었다. '시계는 비록 생명이 없지만 자기의 행동으로 저를 도와줍니다….' 20여명의 다른 학생도 제법 능숙한 필체로 한글 글짓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강의실 앞 로비와 건물 밖에서는 학부모 수십 명이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한국의 입시 수험장을 연상케 하는 이 모습은 한족(중국인) 학생들의 한글 글짓기 대회 안팎의 풍경이다.
지난 25일 오전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의 옌볜과학기술대학(옌볜과기대·총장 김진경) 본관 4층. ‘제9회 한족 학생 한글 글짓기 대회’에 참가한 소학교(초등학교), 초·중급 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여러 강의실에 흩어져 글짓기 실력을 겨루는 중이었다.
옌볜과기대 한국어과가 주최한 글짓기 대회의 참가 자격은 조선족 학교에 다니면서 한글을 배우는 한족 학생들. 조선족 학생들의 한족 학교 진학이 점점 증가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한족이면서도 오히려 조선족학교에 진학해 공부를 하고 있다. 옌볜조선족자치주 전체에서 3000여명에 달하는 이들 한족 학생 가운데 각급 학교의 추천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330여명. 역대 최대 규모다.
옌볜과기대 동양어학부 학부장 김민영 교수는 “1995년 설립된 한국어과에서 한글을 배우는 한족 학생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행사”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옌볜지역 내 한족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지역은 물론 학교의 ‘명물’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했다. 실제 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학교마다 ‘한글 글짓기 대회’를 위한 특별 수업을 마련했다. 자동차로 3시간 넘게 걸리는 시골지역 학교의 한족 학생들도 참가했다.
인기 비결이 뭘까. 한글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할 경우 학교 측에서는 약 1주일간 한국을 방문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글 글짓기에 입상하면 현지 상급학교 진학은 물론 향후 국내외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 시험장 밖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던 짱진룽(41·여)씨는 “어릴 때부터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문화를 딸에게 경험시키고 싶다”면서 “한국어를 배우면 취업뿐 아니라 여러 모로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옌볜과기대 입장에서도 일석이조다. 이미 16회째 이어오고 있는 ‘조선족 학생 한글 백일장’과 더불어 한족 학생을 위한 한글 글짓기 대회가 한국어와 한국어과를 널리 알리고 한·중 양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글짓기 대회가 끝나자마자 20여명의 한국어과 교수들은 곧바로 심사에 착수해 수상 대상자들을 추렸다. 최종 수상자들 중 대상과 금·은·동상 수상자 등 10여명은 내년 1월쯤 이 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KT&G의 도움으로 한국 방문 기회를 갖는다.
1992년 9월 문을 연 옌볜과기대는 중국 최초의 중외(中外) 합작대학이다. 한국교회를 포함해 세계 한인 교계 목회자와 성도들의 십시일반 성금이 학교 설립의 주춧돌이 됐다. 지금도 ㈔국제교육문화재단(이사장 오정현 목사) 등 외부 기관·단체·개인들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고 있다. 1995년 개설된 옌볜과기대 한국어과는 올 초 졸업생 수가 400명을 돌파했으며,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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