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조선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서는 관심이 대단해요. 내가 죽을 먹고 배를 곯아도 자식들은 다 공부를 시킨다고. 조선족들이 이게 웃점(장점)이라. 한족들은 다 밖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해. 완전히 달라요."
2007년 중국 조선족 리현균(당시 68세) 씨는 자신이 체감한 조선족 사회의 교육열을 이같이 구술했다.
이처럼 조선족 학교가 민족 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발자취를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인 정미량 씨가 최근 펴낸 '조선족 근현대 교육사'다.
저자는 직접 중국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 성)의 조선족 학교를 찾아다니며 교육 현황을 조사하고 교사·졸업생 등을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동북아 근현대사에서 조선족 학교가 해온 역할을 진단했다.
저자는 조선족 교육을 "본래 소수민족의 교육이며 이주민의 교육"이라고 보고 100여 년에 걸친 조선족 교육사의 흐름을 추적한다.
책에 따르면 중국 내 조선인 근대 교육이 시작된 것은 20세기 초 간도 일대에서부터다. 일제 침략으로 19세기 후반부터 조선인들이 간도로 이주하면서 근대적 조선인 학교가 설립된 것.
조선족 학교는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중국 문화대혁명(1966∼1976) 이전까지 학생 수가 크게 늘며 전성기를 누리다 1980년대 들어서는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한족 학교를 선택하는 조선족이 늘면서 성장세가 주춤했다.
2000년대 들어서 조선족 학교가 모색하는 새로운 성장 방안은 '한국'에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그는 이들 학교가 "경제적으로 성장한 한국 정부나 한국 교육 기관과의 관계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조선족 학생은 민족 언어의 유지가 중국 사회의 경쟁을 뚫고 갈 도구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특히 "여전히 많은 조선족이 조선족 교육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들이 한국, 북한, 중국과의 소통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대 조선족은 민족 언어, 민족 문화를 배우며 초국가적 이주민으로서의 삶을 구현하는 전략적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살림터. 320쪽.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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