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다 지난 선풍기, 보기만 해도 어깨와 발가락이 움츠러드는 철 지난 반팔 티셔츠와 샌들, 한개 5원, 두개 8원, 1+1, 수출 전용 상품…어디서 본 건 있어서 시장 장사군들의 마케팅 수법을 그대로 베껴쓴 유치원생 일일장사군들이 저마다 한복차림으로 좌판을 깔고 목청껏 홍보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후끈한 판매 열기로 들끓는 이곳은 사랑을 실천하는 연길세원유치원의 ‘추석맞이 행복 나눔 바자회’현장이다. 오늘 그들이 추석을 앞두고 장터를 연 까닭은 가족 하나 없이 외롭게 남겨진 복리원 아이들을 위한 의연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오늘 이 만큼 벌었어요.” 아직 돈 셀 줄을 몰라 함께 온 엄마더러 얼른 세여보라는 최연지(5살)어린이 얼굴에는 기대가 잔뜩 어려있었다. 세여보니 25원, 연지는 달려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 25원을 의연함에 넣고는 칭찬에 쑥스러워했다.
비방울이 떨어지자 5원이라고 쓴 가격표보다 2원 싸게 새 수건을 ‘세일처리’로 서둘러 팔아야 한다는 김현지(7세)어린이 판매센스에 장터는 웃음바다로 번졌다.
목이 터져라 “사세요”를 연신 웨치던 리승현, 리민현 쌍둥이는 반나절을 홍보에 나섰지만 둘이 합쳐서 겨우 5원 매상을 올렸다.
“오늘 비록 많이는 못 팔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돈은 어디에서 오는 것과 어떻게 힘들게 오는 것인지를 깨달은 것 같습니다.”
승현이는 3원을, 민현이는 2원을 나란히 의연함에 넣는 것을 지켜보던 쌍둥이 엄마는 누구보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대견스러워했다.
오늘의 판매왕 한유진(6살)어린이는 ‘알뜰한 상품’으로 무려 판매액 175원을 손에 쥐게 되였다. 유아도서, 악세사리, 꼬까옷, 평소 유진이가 좋아했던 물건들로 가득 채워진 그가 차린 좌판은 그야말로 인기쟁이였다. 아직 너무 어린 탓에 기부의 뜻을 잘 모르는 눈치였지만 유진이는 의연함에 판매금 전액을 넣고 환한 미소로 마음을 대변했다.
오늘 바자회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시킨 세원유치원 박향란 원장은 “전통명절 추석을 맞아 뜻깊게 조직된 이번 행사에서 우리 전체 유치원생 200여명이 흥미로운 판매를 통해 자기표현력이 한층 제고되고 사랑실천으로 베푸는 마음을 가진 인성 바른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아진 수익금으로 명절에도 외롭게 보내고 있을 복리원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고저 이 같은 행사를 펼치게 되였다고 덧붙였다.
그의 소개에 따르면 이날 바자회 수익금 전액 2,304원은 도촌자애원 아이들에게 추석명절 선물로 보내지게 된다.
길림신문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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