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산재지역은 물론 집거지역 조선족 아이들까지도 서서히 조선어 사용 환경을 잃어가고 있다. 조선족 아이들이 조선어보다 한어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고 또 한어 구사가 용이한 현실은 민족교육의 현주소이다. 민족교육의 명맥을 유지하는 첫번째 징표가 민족언어 구사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이 학생들의 민족어 구사의 중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그 뿌리는 가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조선족 아이들이 제1언어로 조선말을 선택해서 잘하게 할 수 있을가? 기자는 연변대학 사범학원 김순희박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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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대학 사범학원 김순희박사
기자: 자녀들의 언어구사능력을 어느 단계부터 키우면 좋을가요? 어떻게 하면 조선말을 잘하게 할 수 있을가요?
김순희박사: 한 사람에게 있어서 평생의 기본적인 언어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시기는 소학교 단계이다. 다시 말하면 소학교 단계에서 의사소통 능력과 기본어휘를 갖춰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선어에 대한 언어 구사도 소학교 단계 즉 저급학년부터 잘 이루어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유아기, 소학교 단계에 처해있는 학령기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소통에 적극적이다. 즉 말을 많이 하는 아이가 머리가 총명하며 사고도 발달된다. 언어발달에서 아이들의 이러한 우세를 활용하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더 충분히 언어구사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인간의 언어는 생활의 표현이며 일상에 대한 사유의 련속이다. 또한 소학교 단계의 학습은 생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과 분별이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이 단계 아이들에 대한 생활적인 경험을 말로 표현하게 하는 과정은 언어의 발달은 물론 사고의 발달도 촉진시킨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충격과 흥분, 그리고 기억은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 또한 생활의 연장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색 과정에서 아이들은 언어와 사고 발달 뿐만 아니라 생활에 대한 감수성도 함께 간직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이런 일상들에 대한 언어적 표현을 가장 잘할 수 있으며 가장 좋아하고 또 쉽게 표현한다.
기자: 부모는 어떻게 아이가‘이야기 보따리’를 풀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지요?
김순희박사: 우리 아이들이 집에 오면 “오늘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부모님들이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님들의 물음은 한두마디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의 지속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없다.
례하면 “오늘 학교에서 뭐했니?” 하면 “네, 무엇무엇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누구랑 어떻게 놀았니?”하면 “누구랑 어떻게 놀았습니다” 고 하는 과정에 그냥 그친다. 그러다 보니 그 과정에 ‘누구는 무엇을 하고 또 자신은 어떤 역할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의 생각처럼 잘되지 않은 어떤 부분은 없었는지? 또 이 과정에서 어느 친구가 어떻게 해결해줬는지?’ 하는 부분에 대한 상세한 과정적 얘기는 없게 된다.
그렇지만 아이는 자기가 겪은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 대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또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그것에 구체적으로 대답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집에서 우리 부모님들이 “무엇을 했니? 뭐하고 놀았니?” 이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그 과정에서 “어떻게 됐니? 재미있었겠다.그러면 너는 무슨 역할을 했니? 누구는 무슨 역할을 했니?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가장 인상 깊었니? 해결하지 못한 부분은 무엇이니?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거니?” 라고 계속 묻는다면 애는 애 나름 대로의 어떤 사유를 통해서 정리를 해가며 그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다시 엮어갈 것이다.
이처럼 부모님들이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공부한 상황은 어떤지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계속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유도를 하다 보면 이야기 보따리를 굉장히 많이 풀어낸다.
또 학교에서 공부하는 상황이 어떤지, 수업시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친구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본인이 사랑하면서 고민되는 문제는 무엇인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인지, 가지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들을 자발적으로 부모님과 소통을 하게 된다.
따라서 가정에서 부모들은 자녀가 자기가 한 일, 본 일, 생각한 일, 들은 일들을 그대로 말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이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은 조선말로 사물과 관련된 명사화된 용어라든가 장소와 관련된 그러한 용어들에 대해 많이 기억을 하고 있다.
반면에 애들은 감정적인 표현 즉 ‘기쁘다, 슬프다, 화난다, 즐겁다’ 등과 관련된 표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부모님들은 적절하게 이런 추상적인 용어, 색갈 용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작업을 같이 하면서 아이들이 자기 말을 엮어나갈 때보다 형상적이고 풍성하게 엮어나갈 수 있도록 유도를 한다면 우리말로 전반 과정을 구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기자: 아이들이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구사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가요?
김순희박사: 조사에 따르면 조선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조선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구사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례하면 “너 이름이 뭐니?” 했을 때 “네, 저는 김순희입니다.”라고 완벽하게 대답할 대신 “김순희” 이런 식으로 이름만 대답하고 또 학년을 물으면 “3학년”, 이 이 모든 것들을 단어 하나하나로만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단어 하나로만 사유를 진행하게 되고 또 그것과 관련된 폭넓은 사고를 전개해나갈 수 없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하는 요구를 제기할 필요가 있으며 또 한마디가 끝나면 또‘그래서, 그 다음에는, 그러니까, 나중에는…’ 이런 접속사를 많이 넣어 애들이 계속 말을 엮어나갈 수 있고 또 끊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애들이 사고력을 정리하면서 커다란 문장을 만들 수 있게끔 유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어려서부터의 이런 습관은 아이의 언어능력 향상 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명랑한 성격의 양성, 향후 맞이하게 될 사춘기에 대한 극복은 물론 지식의 재구성으로 인한 학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며 건전한 인격 양성에도 도움이 된다.
/길림신문 기획:신정자기자 영상제작:정현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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