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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마지막 한쪽의 기념비_류정남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1월19일 10시20분    조회: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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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교원수기는 얼마전 진행된 개혁개방 40년 민족교육 특별기획 _ 중국조선족중소학교 우리글 사랑 교원수기 응모작품 시상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마지막 한쪽의 기녀념비
류정남

 

몇해전 로모의 한국친척 방문수속을 하기 위해서 고향행차를 한적이 있었다.떠난지 십여년 잘 되는 고향마을이였는데 심중으로 제일 찾아가고 싶은 곳이 바로 나의 모교이면서  내가 교원사업을 했던 학교였다.명칭이 동풍소학교였던 옛촌 학교는 내가 어릴때 다니였던 소학교였고 또한 내가 고중을 졸업하고 근 십년간 교원사업을 하였던 학교이기도 했다.어릴때에 나는 동풍소학교를 졸업한후 바로 현성 교구에 위치한 림구현조선족중학교에서 고중까지 다니였었다.

 

근 20년이나 되는 풍상세월을 겪는 사이에 두 학교는 언녕 합병이 되였었는데 현재 교명이 림구현조선족학교로 유치원-소학교-초중까지 련합된 학교라고 했다. 그런데 학교대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서글픈 감회가 끓어버지기 시작하였다. 하늘을 찌를듯 높직한 국기게양대도 치솟아 있었고 업간체조체조대도 널다란 운동장앞에 덩그랗게 놓여있었는데 즐겁게 뛰노는 애들이 눈에 띄이지 않았고 복도와 교실마다 그런대로 정갈하고 꽤 아담했지만 애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를 통 들을수가 없었다.아니, 이게 바로 내가 다니던 그 큰 학교였단말인가?이게 정말 내가 사업하였던 전 현적으로도  이름났던 그 학교였단말인가? 당시 소학교 문예대는 목단강지구급 경연에 참가하여서 여러번 대상을 받았고 학교축구팀은 전 현을 대표하여 지구급 경기에도 참가하였댔으며 조선족중학교 시절에는 학교문예대에 가입하여 겨울방학때면 전 현 14개 조선족촌의  순회공연까지 하군 했었다.그리고 고중졸업생들을 할빈공업대학, 천진대학 등 명문대학교에 입학시키는 영광의 력사를 지니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날에는…형용하기에도 눈물이 앞서는, 마치도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강마른 할머니 체구같은 가슴아픈 모습이였다.교원 13명에 학생은 열명좌우(유치원-소학교-초중부)라고 했다.가슴이 탁 막혀오는 현황이였다.

 

“엄마 아빠는 외국 나간거지?”전 반급에 한명뿐이라는 녀학생한테 이런 질문을했다.

“내가 어릴때 아빠 엄마는 갈라졌다는데 아버지얼굴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엄마는 재작년에 한번 집에 왔댔습니다. 지금 외할머니와 둘이 삽니다.”

 

“부모들은 언제부터 한국나간거니?”

“모르겠습니다, 하두 오래전 일이 돼서.”

 

나는 저도모르게 목이 메여와서 조금 뜸을 들였다가 한마디 롱을 걸어서라도 딱딱해진 분위기를 완화시키려고 했다.

 

“전 반급에 네 한명뿐이니, 네가 바로 반장이구, 공부도 일등으로 잘하겠구나.”

“우리반에 제일 많을땐 12명이나 됐댔습니다. 지금은 나 혼자뿐이지만…그래도 교장선생님은 뭐라는지 아세요? 제가 이 학교의 마지막 력사를 써놓는 기념비라고 해요. 졸업할때까지 꿋꿋하게 기념비로 남을 것이래요. ”전 반급의 유일한 학생이라는 녀자애는 나이에 비해  천진한데가많은 것 같았다.

 

 나는 나의 자서선 작품집 “청화대학 꿈을 이루기까지”를 한권 꺼내여 여자애한테 건늬였다.

 “이 사진이 누구인데요?”여자애는 책표지에 올린 나의 아들애 사진을 가리키면서 물어왔다.

 “류청이라는 애인데 전에 바로 이 학교를 다녀댔고 지금은 어엿한 청화대학생이 되였단다.”

 “네? 와 ― 청화대학생! 우리학교를 다녀도 청화대학생까지 될수 있어요?” 여자애는 두눈을 올롱히 뜨고 나를 쳐다보면서 다시 또박또박 물었다.

 

 “그럼, 될수 있구말구. 노력만 한다면야 중국 제일이 아니라 세계제일의 대학에도 갈수있지.너도 이제 될수 있을거야!”나의 말에 그 애가 얼마만한 힘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여자애는 두손으로 책을 소중히 받아쥐고 가슴에 꼭 갖다대는 것이 였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지요. 마지막 하나 남은 애라고 해도 여전히 우리 민족의 후대이고  새싹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교원들도 이 학교의 마지막 한쪼각 기념비로 남을 각오가 돼있는 겁니다. ”

 

나는 저도 몰래 교장선생님한테 탄복이 갔다. 그렇다, 악렬한 환경에 봉착했을수록 교장부터 교원들한테도 학생들한테도 어떻게 나 한점의 불꽃같은 희망과 신심을 북돋아주어야 하는 것이다.우리의 교육도 마찬가지이다.단 지식전수만이 아닌 인간성과 민족의 얼과 기를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장원하고 진정한 교육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어린이들한테는 특히 자기 부모들의 고생도 헤아릴줄 알게 해야 하고 역경을 이겨내는 강인한 성격도 길러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때 나는 140명의 교원과 1400여명의 학생들을 거느린 방대한 조선족소학교에서 령도사업을 해오면서도 별로 행복과 긍지를 느끼지 못하였었고 오로지 힘들고 고달픈 점만을  생각해왔던 것이다.그날 옛 고향 학교를 들려본 후 부터는 지금까지 늘 교원으로서 잘하지 못하였던 부끄러운 자신을 되뇌이게 되였고 “마지막 한쪽의 기념비”로 남을 각오가 돼 다던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무겁게 내 가슴을 두드리군 한다.

 

 “마지막 한쪽의 기념비” ― 이제 수십년의 세월이 더 흘러가버린 후에라도 지나온 옛길을 뒤돌아 보노라면 추억의 고향언덕에 견고하게 버티고 서있을 그 기념비속에는 하얀 넋과 들끓는 정열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전 반급의 유일한 학생이였던 그 녀자애가 읊조리는 시구절도 여전히 동반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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