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소복이 내려 대지를 하얀세상으로 만들어놓았던 지난해 초겨울의 어느 날이였다.
그 날 나는 내가 지도한 젊은교원들을 거느리고 삼일동안 펼치게 되는 전주 교수경연에 참가하러 먼길을 떠나야 했다.
며칠동안 집에 못오는지라 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첫돐생일을 한두달 앞둔 귀여운 손녀와의 리별이 아쉬워서 점심시간에 잠간이나마 손녀 얼굴을 보려고 딸집에 들렸다.
언제나 그랫듯이 내가 집에 들어서자 손녀애는 나를 빤히 몰려다보면서 반갑다고 두팔과 두다리로 비행기모형을 해가지고는 바둥거리면서 나를 반겨주었다. 그러는 손녀가 너무 귀여워 나는 손녀를 번쩍 들어 안고는 아직 말도 번지지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손녀한테 아쉬운 소리로 “지예야, 할아버지와 3일 동안 못 만나게 되는구나. 보고 싶어 어떡하지? 그동안 할머니와 엄마랑 함께 재미있게 놀거라, 할아버지가 돌아와서 다시 만나자.” 하고 속삭였다. 그리고 귀여운 손녀 얼굴에 가볍게 뽀뽀해주고는 재롱부리는 손녀를 내려놓고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출입문쪽으로 갔다.
그런데 신에 발을 꿰던 나는 무언가 내다리를 끌어당기는 느낌에 깜짝 놀라며 내려다보았다. 아니 글쎄,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손녀애가 어느새 나한테로 기여와서 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바지가랑이를 끄당기고 있지않는가? 나는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앗!” 하고 소리질렀다. 놀란 나의 소리에 쏘파에 앉아 소담하느라 이 모든 정경을 보지 못한 딸과 마누라가 깜짝 놀라며 와닥닥 일어섰다. 요놈의 손녀애가 할아버지가 떠나는 눈치를 알고 누구도 보지 않는 사이에 기여온 것이였다. 우리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손녀애는 두 다리를 바둥질 치면서 “아앙~아앙~” 하고 울음을 떠뜨리는 것이였다. 그것도 눈에 눈물을 그득 담고 아주 서럽게 말이다. 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부터 뭔가 치미는 감격에 가슴이 울컥해졌다. 한돐도 안되는 어린애도 리별이 무엇인지 알고 리별하기 싫어서 내 바지가랭이를 잡고 울면서 내 앞을 막는게 아닌가!
날로 정이 메말라가는 인간사회에서 우리 어른들은 이웃사이에도 서로 담을 쌓고 인사법은 아예 없어졌고 심지어 한 아빠트에 살면서도 옆집, 아래웃집에 누가 사는 것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한돐도 안되는 어린 손녀의 인사는 너무나도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귀여운 손녀를 딸한테 안겨주고 손녀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집문을 나섰다. 그것은 내가 이 세상에서 나눈 인사중 제일 아름다운 작별인사였다.
밖에 나와보니 눈내리는 거리에서는 소학생인듯한 열살미만의 동네 조무래기들이 눈사람을 만들면서 동네가 떠나갈듯 웃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애들은 나를 보자 쪼르르 달려와서 허리 굽혀 곱게 인사하는 것이였다.
나는 무정해지는 인정세계를 원망했을 뿐 우리 후대들한테 천성적으로 그리고 아직 때묻지 않은 눈처럼 깨끗한 인간세계가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그리고 교육자로서 날로 인정이 없어지는 세상을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후대들을 가르쳐 줄 의무가 나한테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
나는 손녀와의 작별인사와 어린애들의 웃음소리를 뒤에 남기고 내 교육의 전당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겨울해님은 따스하게 온누리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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