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력으로 바로 세운 학생
김경희
(길림성연길시제8중학교)
세월이 흐르고 흘러 2020년 5월이면 곧 정령퇴직하게 된다.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만나서 희로애락을 많이 겪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것은 2000년 8월부터 중학교에 전근하여 담임을 맡았을때 해룡이와의 만남이다.
해룡이는 중학교에 올라와 며칠 안되여 학적을 올릴때 자기는 소학교때 악명이 높은 학생이고 중학교도 끝까지 다니지 않을테니 학적에 자기 이름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이것은 내 마음대로 할수 없는 일이며 소학교에서 나쁜 학생이라도 중학교에 와서 노력하면 훌륭한 학생으로 될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무릇 내 학생이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함께 노력하자고 약속하였다.이렇게 해룡이는 중학교 생활 시작부터 나에게 인상이 깊었다.
개학하여 한달도 안되는 어느날 점심, 반급에서 제일 어질고 여린 철순이의 키가 구척이나 되는 사촌형 넷이나 검은 서양복을 입고 해룡이를 찾아왔다. 눈치 빠른 해룡이는 교실구석에 숨어서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찾아 온 불청객들에게 먼저 학생교육을 제대로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담임으로서 매 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해룡이를 못 만나게 했다. 이 일이 있은후 해룡이는 두번 다시 애들의 돈을 꾸고 돌려주지 않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아마도 두려움 무릎쓰고 자기를 보호한 나에게 감동되였나보다.
나는 해룡이를 소학교때 놀던 나쁜 친구들과 더는 놀지 못하게 감독하였다 해룡이가 학교공부가 끝난후 그들과 어디에서 논다는 소리만 들으면 시도 때도 없이 그를 찾아가 집에 돌려보내군 했다. 그때 내 나이 서른을 좀 넘었는데 뽀얀 담배연기속에서 트럼프치거나 술을 마시는 불량배들속에 찾아 들어갈때면 소름이 끼치였다. 그러나 해룡이를 구하려는 일념으로 주저없이 그런 속으로 들어가 해룡이를 찾고 그들에게 나의 애타는 맘을 전함과 동시에 다시 찾으면 파출소에 련락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나의 끈질긴 노력은 해룡이를 귀찮게 하면서도 감동시키였다.그는 사회불량배들과 만나는 차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학교규률도 위반하는 일이 없이 자각적으로 준수하였다. 그래도 나는 그에 대한 감독을 늦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은 진보에도 크게 칭찬해주며 바른 길에 자리를 잡게 하였다.
해룡이는 공부는 말이 아니지만 뽈차기를 특별히 좋아했다. 그래서 교내 교장컵 축구경기를 할 때 그에게 반급대장이란 직무를 맡기여 친구들을 거느리고 훈련하게 하였다. 훈련하면서 그는 친구들과 친해졌고 학교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였다. 나는 좀씩 시름을 놓았다. 교장컵축구경기에서 1등을 하자 나는 해룡이의 능력을 크게 칭찬해주며 위신을 수립해주었다. 나와 해룡이의 거리는 더욱 가까와져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였다.
나는 비록 어문선생이지만 그에게 간단한 수학문제를 풀게 하고는 백점을 맞으면 그의 총명과 노력을 긍정하고 크게 칭찬해주었다. 칭찬은 돌고래도춤을 추게 한다고 해룡이는 공부에 신심과 흥취를 가지였으며 항상 밝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들어갔다.
나는 해룡이가 진보하자 요구를 좀씩 높이였다. 어느날 해룡이가 영어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께 전화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될줄이야! 저녁에 해룡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가 교과서를 싹 찢어버렸다는것이다. 그래서 밸김에 집에서 뛰쳐나갔다는데 인젠 학교로 다니지 않겠다는 것이 였다. 나는 억이 막혀 말이 나가지 않았다. 어떻게 부모로서아이의 책을 찢어버릴수 있는가! 소학교때 말썽꾸러기여서 소문났지만 지금은 노력중인데 아버지로서 너무 인내성이 부족했다. 나는 해룡이의 말에 동정을 표하면서 내가 고자질한 것 때문에 괴롭힘 당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학교는꼭 다녀야 한다고 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그동안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니 선생님을 좋아한다면 학교에 다녀달라고 애원했다. 해룡이는 쿨쩍거리며 자기는 선생님께 티끌만큼도 의견이 없다면서 중학교에 올라와서 선생님을 만났기에 사람대접 받았다고 했다.그동안 선생님의 애타는 노력이 있었기에 나도 노력이라는것을 해왔고 삶의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나는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그의 눈물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이 울컥했다. 골치덩이지만 인정맛은 있는 학생이였다.나는 그동안 함깨 노력해줘 고맙다며 돌아오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루를 박아 말했다.그는 래일 학교에 오겠다고 했다. 그제야 나는 시름을 놓았다.
이튿날 해룡이는 교과서도 없이 학교로 왔다. 나는 학교에서 교과서들을 얻어줬다.그리고 저녁에 해룡의 아버지를 찾아 셋이 한자리에 앉았다.( 어머니는 한국에 간지 몇년 되였다)나는 해룡의 노력과정을 긍정해주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성근하게 반성하게 하였다. 그리고 해룡이도 결심을 말하고 아버지의 술잔에 술을 붓게 하였다.나는 사춘기와 갱년기의 만남인데 이 고비를 무난하게 넘기는 것이 아들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쉽게 이야기했다. 이런 내가 주제넘지만 그래도 해룡이를 책임지고 바르게 키우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나보다 년상인 해룡의 아버지를 설복교육했다.
해룡의 노력과 아버지, 담임인 나의 노력으로 해룡이는 소학교때의 미운 딱지를 하나하나 뜯어버리였다. 나는 밝고 씩씩한 해룡의 모습을 보며 성취감에 젖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유효기간이 겨우 한학기였다. 7학년후학기의 11월 18일 그는 친척집의 돈을 엄청 많이 훔쳐 갖고 집을 뛰쳐나갔다.
친척의 전화를 받은 그날 아침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온하루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저녁에 해룡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당분간 학교에 갈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쁜 짓을 하지 않겠으니 시름을 놓으라고 했다. 나는 꾸짖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고 어디냐고 물었다. 그는 선생님만 알고 있으라며 위치를 알려주었다. 나는 인츰 해룡아버지께 련락했다. 그날 저녁으로 북산파출소에서 경찰들이 인츰 해룡이를 찾았다.
이튿날은 나와 남편의 결혼10주년 기념일인데 나는 해룡때문에 파출소에 불리워갔다. 내가 파출소에 들어서자 해룡이는 이런 곳까지 담임선생님을 오게 하여 미안하다며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경찰들도, 그의 아버지, 친척도 놀랐다. 종래로 잘못을 승인하지 않던 해룡이가 자기 담임을 이렇게 존경했으니 말이다. 나는 먼저 경찰들에게 학생교육을 제대로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우리 해룡이가 지금 진보하고 있는 중이니믿어달라고 애원했다. 해룡이는 눈물을 뚝뚝 떨구며 스스럼없이 나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나도 그 부름에 놀랍고 감동되였다.
파출소에서 해룡이때문에 제때에 남편과의 데이트 장소에 가지 못하자 남편에게서 전화 왔다. 학생이 결혼기념일보다 중요하냐며 짜증이 섞이였다. 눈치를 챈 해룡이는 자기 손에 은반지를 빼서 나에게 주며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고 했다. 그바람에 모두가 웃으며 엄숙하고 긴장하던 분위기가 깨졌다. 나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번만 해룡이를 용서해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경찰들은 나의 진지함에 머리를 끄덕이며 해룡에게 좋은 담임을 만났을 때 잘못을 고치고 바르게 살아라고 타일렀다.그리고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있을 때에는 수용소에서 고통스런 생활을 한동안 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해룡이는 크게 결심하고 나와 함께 파출소에서 나왔다.
해룡이는 파출소에서 나온 후 나를 더욱 따르고 좋아했다. 해룡이는 제때에 학교에 다니고 더는 나쁜짓도 하지 않았으며 반급을 위해 좋은 일도 많이 하였다.
바른 길을 걷는 해룡이를 보며 나는 교육에서 사랑과 인내, 관용, 칭찬의 힘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깊이 느끼였다. 나의 도량과 따뜻한 사랑이 좌절에 무릎을 꿇을 번 한 해룡이를 구해냈다. 해룡이의 성장에 잔잔한 감로수와 따뜻한 해빛이 되였다고 생각되니 무한한 보람을 느끼였다.
해룡이와의 만남은 나를 많이 힘들게 하고 피곤하게 하였지만 교원사업의 보람과 가치를 느낄수 있는 한차례 소중한 체험이였다. 이런 체험이있었기에 교원사업을 더욱 사랑하고 더욱 인내성 있게 끈기있게 하여오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한다.그리고 지금 학생들은 그때의 학생들에 비하면 너무 온순해서 교원사업이 훨씬 가볍고 즐거운것 같다.
해룡이와 헤여진지도 어언 16년이 되였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는지 무척 궁금하다. 나쁜짓을 많이 했지만 인정미가 넘치는 학생이였는데 부디 사회에서 인정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그렇게 많은 훌륭한 제자들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고 그리운 학생이 해룡인 것은 왜서일가? 내 사랑과 정성으로 다시 바로 선 학생이여서? 고운 정 미운 정이 들대로 든 학생이여서?
(《청년생활》《연변녀성》《중학생작문선》《중학생신문》《연길교육》에 수기와 수필을 20여편 발표. 효사랑 글짓기 공모에서 특별상을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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