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지만 나의 하루 스케줄은 욕심많은 엄마 때문에 꽉 차있었습니다. 매일 “띠리링-” 하는 알람소리가 나면 나는 반사적으로 천근무게나 되는듯한 눈을 비비며 일어나야 합니다. 조금만 늦어도 엄마의 호령소리가 알람소리보다 더 무섭게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을 대충 먹고 이야기책과 방학숙제책, 영어학원책, 댄스복장 등을 챙겨 가지고 바삐 엄마의 가게로 달려갔습니다. 조금만 늦으면 엄마의 호출메시지가 하얀 눈꽃처럼 나풀나풀 날아올 테니깐요.
가게문에 들어서기 바쁘게 엄마의 련주포가 쏟아집니다.
“아침은 먹었어?”
“감기는 좀 어때?”
“준비물은 다 챙겼어?”
줄기찬 엄마의 질문에 나는 눈을 흘기면서도 일일이 대답을 해야 했습니다. 안 그랬다가는 언제 엄마표 꿀밤이 이마에 날아들지 모릅니다. 우리 집에서 엄마는 무서우면서도 자애로운 최고령도이니깐요.
“아침은 먹었구요. 준비물도 다 챙겼어요. 그런데 감기는 좀… 아마도 엄마가 너무 피곤하게 굴어서 잘 안 낫는가봐요.”
나는 감기에 걸린 것이 엄마 탓이나 되는 것처럼 톡 쏘았습니다. 아마도 어제 오후 댄스학원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덥다고 앞섶을 헤치고 찬 음료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놀다나니 감기에 걸린 것 같습니다.
코물이 줄줄, 휴지로 닦기도 귀찮아서 “훅—” 들이키면서 엄마가 마련해준 전용책상 앞에 앉아서 나만의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습니다.
“코물을 삼키지 마!”
엄마의 레이다망같은 시선은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하고 도는지 속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생강차도 끓이고 씨를 파낸 배 속에 얼음사탕을 넣고 찐다 하며 란리였습니다. 이럴 때는 또 엄마한테 무한 감동입니다. 그렇게 가게 일이 바쁘면서도 이 딸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슈퍼맨처럼 못해내는 일이 없는지… 이래서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하는가 봅니다.
나를 힘들게 구는 엄마가 미워 싸울 때도 있지만 입을 꾹 다물고 나를 위한 일이라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또 너무나 고맙게 느껴집니다. 사실 나를 위해 비좁은 가게에서 손님을 접대하면서도 전용책상까지 마련해주고 살펴주는 엄마의 사랑을 내가 모를리 없지요.
이렇게 오늘도 엄마와 나만의 사랑싸움이 시작되였습니다. 나는 이런 사랑싸움이 싫지 않으며 영원히 계속되였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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