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교원수기] 내 마음속의 따사로운 해빛 _ 박해연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12월20일 06시14분    조회:310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내 마음속의 따사로운 해빛

박해연

(왕청현제5중학교 교원)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훨씬 넘었다. 새 학기 교수준비에 새로 맡은 학급에 대한 료해와 적응, 오랜만에 맞는 전 현 교사절준비에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드디여 심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기다릴 50여명의 애들을 생각하니 한시도 애들에 대한 교수를 늦출 수 없는지라 터질 것 같은 목아픔을 가까스로 참아가면서 수업을 지탱해나갔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안을 정리하는데 한 녀자아이가 살며시 옆으로 다가왔다.

 

“선생님, 그냥 목감기입니까? 아니면 어디 크게 아픈 데라도…”, “그냥 감기야, 약 먹고 주사 맞고 있으니 금방 나아질 거야.” 이 때 교실뒤자리에 앉아 평소 머리 한번 쳐들지 못하고 눈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던 한 녀자아이가 살그머니 내 뒤를 따라 나오더니 눈물이 가랑가랑 맺힌 얼굴로 처음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선생님, 아프지 마세요. 우리 엄마도 감기로 아프다고 하던 것이 결국 돌아가셨어요. 선생님이 아프면 저도 아픕니다.”라고 말하였다.

 

이튿날, 더욱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작문숙제책 속에서 떨어진 하트쪽지 하나와 목감기에 좋다는 약 두봉지였다. 핑크색 색종이로 정히 접은 하트쪽지에는 역시 이런 글이 씌여져있었다. “선생님 아프지 마세요. 선생님이 아프면 저도 아픕니다.” 보잘것없는 하트쪽지 하나, 약 두봉지. 하지만 내가 어찌 모르랴, 그 애의 진지한 마음을… 일찍 부모를 여의고 삼륜차를 끄는 불구자 큰아버지 밑에서 평소에 다른 애들이 자주 먹는 쵸콜레트사탕은 고사하고 50전짜리 막대사탕 하나도 변변히 사먹지 못하는 그 애의 진심을…

 

20여년간 교직에 몸 담가오면서 지치고 힘들 때마다 나는 교원사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도 있었다. 늦둥이 8살짜리 딸애를 학교에 보내놓고  학교에서 교도주임사업을 하면서 늘쌍 퇴근시간이 훨씬 지나야 퇴근하는 아빠, 차등생들에게 뭐라도 좀더 배워주려고 매일과 같이 다섯시가 훌쩍 넘어서야 퇴근하는 교원인 엄마,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하학하면 애들이 다 돌아가고 없는 휑뎅그렝한 교실에서 아빠나 엄마가 데리러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딸애를 생각할 때마다 종종 후회했었다.

 

 

 

“애들은 내가 엄마, 아빠가 다 선생님이여서 부럽대. 그런데 나는 엄마, 아빠가 선생님인 게 너무 싫어. 엄마도 진이 엄마처럼 집에서 놀면 안돼?”라고 애원하거나 “엄마는 언제면 나를 데리러 올 수 있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환할 때 집에 가고 싶어.”라는 딸애에게 “래년 봄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데리러 갈게.”라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면서 차라리 교원사업을 그만두고 시장통에 앉아 채소라도 팔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매번 배움의 욕망에 불타오르는 애들의 눈길을 마주하거나 가끔씩 다른 반을 대리강의하고 나오는 걸 보고 자기들을 내칠가 봐 두려움에 가득찬 눈길로 “선생님, 왜 그 쪽 반에서 나옵니까?”라고 물어오는 천진한 애들을 바라볼 때면 교원으로서의 자부감과 의무감을 가득 느끼게 된다. 때론 외출했다 오면 오랜만에 돌아오는 엄마를 만난 것처럼 날듯이 기뻐하며 달려와 품에 와락 안기면서 “나는 선생님이 엄마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아니야 내 선생님이야.” 하고 애교를 떨며 사탕 한알을 내 입에 넣어주는 학생들을 마주할 때면 딸애한테는 너무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에 힘들고 지친 내 마음이지만 그 땐 맘속에 달콤한 향기로 차넘친다.

 

그렇다. 누가 그랬던가? “교원사업은 새싹들을 키우는 세상에서 가장 신성하고 위대한 사업이라고…” 살점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인 내 딸애의 선생님도 자신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희생시키면서 내 아이에게 나와 같은 사랑을 주고 있지 않는가? 딸애의 선생님께서도 아마 나와 같은 마음으로 26명의 애들을 한품에 따뜻이 품었을 것이며 지금도 그런 심정으로 변함없이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하나하나 어루쓸어주리라.

 

 

 

따스한 봄바람이 내 마음도 어루만져준다. 교정의 아름드리나무 잎과 화단의 꽃잎들이 해빛 속에 별처럼 반짝인다. 따스한 해빛이 아프고 시렸던 내 마음도 따스하게 비춰준다. 오늘도 래일도 나는 이 따스한 해빛 속에 내 아이들의 별 같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활기찬 모습으로 세상에서 가장 영광스럽고 신성한 일터인 이 교단을 빛낼 것이다. 아이들의 해빛 찬란한 미래를 위하여!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704
  •   북경정음우리말학교 2019 가을학기 수료식 및 제8기 졸업식 개최   1월 4일 저녁 5시, 북경정음우리말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한학기 동안의 성과를 총화하는 가을학기 수료식 및 졸업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음우리말학교 교장 정신철, 정음우리말학교 후원리사회 부회장 박철, 중국조선민족사학회 운영...
  • 2020-01-08
  • 교원사업은 태양 아래 가장 빛나는 직업         전금연 (무순시조선족제1중학교 교원)   내가 교편을 잡은 지 어언간 18년이란 세월이 류수같이 흘러갔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면 인생의 달고 쓴 맛을 만긱하였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폭풍우가 지난 후 모래톱에는 작...
  • 2019-12-27
  • 내 마음속의 따사로운 해빛 박해연 (왕청현제5중학교 교원)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훨씬 넘었다. 새 학기 교수준비에 새로 맡은 학급에 대한 료해와 적응, 오랜만에 맞는 전 현 교사절준비에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드디여 심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기다릴 50여명의 애들을...
  • 2019-12-20
  • 사계절을 닮고 싶어요   윤지영     (연변대학사범분원부속소학교)   지도교원: 장명화   나는 사계절을 닮고 싶습니다.   나는 봄의 강한 의지력을 닮고 싶습니다. 봄이면 겨울에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았던 나무는 그 추위를 이겨내고 드디여 파란 새옷을 입습니다. 꽁꽁 얼었던 강물...
  • 2019-12-20
  • "진로발달과 자기주도학습" 공익강좌 연변에서 성황리에 개최       현대사회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생애계획이 점차적으로 학교와 학부모들의 중시를 받고 있다. 12월 15일 오후, 연변주교육학원강당은 수강자들로 빈틈이 없었다. 연변조선족녀성발전촉진회에서 주최, 연변주교육학원 협찬으로 진행...
  • 2019-12-19
  • 2019년 《중국조선족소년보》 소선대 계렬활동 표창대회 개최 관련 지도자 및 대상 수상자들 ‘새 중국 창건 70주년 새 시대 꿈의 나래 펼쳐’를 주제로 한 중국조선족소년보사 2019년 소선대 계렬활동 표창대회가 13일, 길림성 연길시에서 펼쳐졌다. 수상자만 385명! 길림성, 흑룡강성, 료녕성 등 전국 120여개...
  • 2019-12-16
  • 선생님이라는 그 부름   박성옥 (연길시 제13중학교)   대학을 졸업하고 연길시제13중학교에 배치받은 첫날, 나는 기쁘면서도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교장사무실을 노크했다. 당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풍채가 름름한 남흥범 교장선생님은 밝은 웃음으로 내 인사를 받으면서 잘해보라고 말씀하셨다. &n...
  • 2019-12-13
‹처음  이전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