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블룸버그 집계 2위…‘자라’ 창업자 오르테가의 삶
공장 마루에서 직원들과 회의, 일이 끝나면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산책. 여가시간엔 닭을 키운다. 세계 2위 부자인 스페인 갑부 아만시오 오르테가(89)의 하루 일과다.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세계 최고의 소매업 재벌이고 곳곳의 대도시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 번도 고향에서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다.
블룸버그통신이 6일 공개한 세계 억만장자 재산 순위에서 오르테가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재산 규모는 755억달러(약 88조원)다. 올 한 해에만 151억달러(약 17조6000억원)를 벌어, 한 해 수입 기준으로도 301억달러(약 35조원)를 번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뒤를 이었다. 오르테가는 ‘자라(
ZARA)’ 브랜드로 유명한 스페인 인디텍스그룹 창업자로, 지분 59%를 갖고 있으며 올해 수입 대부분은 주식 배당금에서 나왔다.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의 소도시 라코루냐에 사는 오르테가의 하루는 수영을 하고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고 나서 16㎞ 떨어진 자라 공장으로 향한다. 공장 마루의 공용 책상에서 직물 전문가나 디자이너들, 바이어들과 회의를 한다. 점심은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그는 한 번도 개인 사무실을 둔 적이 없다.
오르테가는 가난한 철도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13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작은 옷가게의 심부름꾼이 됐다. 뒤에 아내가 된 로살리아와 돈을 모아 공동소유의 옷가게를 열었고, 1975년 회사를 차리고 자라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 후 40년이 지난 지금 자라는 세계 최대의 패션체인이 됐다. 최신 유행과 소비자들의 취향, 구매 패턴에 맞춰 동남아산 저가 의류를 초단시간 내에 판매하는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세계 어느 매장에든 48시간 안에 제품이 깔린다.
오르테가가 고안해낸 이런 유통방식의 저가 의류, 이른바 ‘패스트패션’은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자라 매장은 세계 77개국에서 5000개가 넘었다. 루이뷔통의 패션디렉터 다니엘 피에트는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를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동시에 가장 파괴적인 소매업체”라고 불렀다.
2013년 방글라데시 다카의 라나플라자 의류공장 붕괴 현장에서 자라 상표가 달린 옷이 나와 글로벌 브랜드들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고, 미국 자라 법인은 직장 내 차별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 경제위기와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산은 나날이 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포브스 집계에서 잠시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영국 런던의 대형 상업용 부동산을 거액에 사들였다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40년 전 창업을 했을 때나 세계 곳곳 대도시에 부동산을 가진 지금이나 그는 매일 라코루냐의 똑같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마리아 피타 광장을 산책한다. 시간이 나면 근교의 별장에서 닭을 키우며 소일한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그를 알지만 1999년이 될 때까지 그가 찍은 사진은 신분증에 있는 것이 유일했다. 심지어 유행이 빨리 바뀌는 자기 회사 옷을 잘 입지도 않는다. 패션업계의 선구자이지만 공식 석상에서조차 그의 옷차림은 파란 정장에 흰 셔츠, 회색 바지로 늘 똑같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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