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의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무엇이 이들을 거부로 만들었을까요. 또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어떠한가까지 말입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6년 여성 억만장자 순위에 올라있는 거부들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과 돈의 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핑크 금수저'를 아시나요
폄하하고 싶지 않지만 세계의 여성 부자들은 일제히 '상속형' 부자들이었습니다. 요즘말로, '금수저'죠. 세계 10대 여성 부자 안에 든 이들은 창업주의 자제와 아내처럼 가문이 보유한 부를 물려받았습니다. 유일하게 '경영자'로 일선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이들의 사회활동은 소극적이었습니다.
기업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애비게일 존슨(54·7위·재산가치 131억 달러)입니다. 미국 뮤추얼펀드 회사인 피델리티 창업주의 손녀로 피델리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2년째 올라있죠. 학창 시절부터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가족회사인 피델리티에선 전화받기 아르바이트를 한 건 눈에 띄는 점이기도 합니다.
회사에 합류한 건 1988년의 일로 펀드매니저를 거쳐 회사 전반의 업무를 익혀며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뮤추얼 펀드 시장에서 뱅가드 그룹에 1위 자리를 내준 피델리티의 정상 탈환이란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기도 하죠.
◇'부의 저주'인가···막장 드라마 같은 세계 최고 여성 부자의 비극
세계 최고의 여성 부호는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93·사진)입니다. 재산가치는 361억 달러(약 43조1200억원)에 달합니다. 세계 경기 침체와 증시 불안으로 그의 재산은 한 해만에 40억 달러가 빠졌는데 로레알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포브스는 "릴리안이 시장의 희생양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치매 질환을 앓고 있던 릴리안은 평소 재산관리인을 뒀는데, 금고지기였던 이들이 릴리안을 속여 돈을 빼내갔습니다. 평소 친분을 쌓아오던 지인들도 릴리안에게 비수를 던졌죠. 대표적인 인물이 사진작가 프랑수아 마리 베니에르입니다.그는 지난 1987년 릴리안의 사진 촬영을 계기로 연을 맺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릴리안이 병원에 입원해 병마와 싸우기 시작한 2003년부터 수년간 베니에르에게 건너간 릴리안의 돈은 수십억원에 달했습니다.
베니에르는 릴리안의 옷과 립스틱 색깔까지 고를 정도로 삶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릴리안이 "로레알을 베니에르에게 넘기겠다"고 선언하자 외동딸인 프랑수아 베탕쿠르 메이예는 엄마를 고소하기에 이르죠. "치매를 앓고 있는 모친을 속여 재산을 빼돌렸다"며 법원에 어머니에 대한 관찰보호까지 신청했습니다.
재판 과정은 추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돈을 어떻게 빼돌릴지 논의한 릴리안의 지인들 대화내용이 공개되었고 엄마의 우정은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법원은 지난해 베니에르에게 3년형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은 베니에르의 항소로 계속될 전망입니다. 로레알 창업주를 아버지로 뒀지만 5살의 나이에 엄마를 잃고,1957년 부친마저 세상을 뜨면서 세계 최고의 여성 부호 자리에 올랐던 릴리안은 이렇게 돈 때문에 진짜 관계를 잃은 셈이죠.
◇월마트의 '그녀' 앨리스 월튼
2위의 여성 거부는 월마트의 앨리스 월튼(66·323억 달러)이었습다. 아버지 샘 월튼이 월마트를 세운건 1962년으로 월마트의 주가 상승과 함게 앨리스의 재산도 늘어났죠. 하지만 그는 남자형제인 롭슨 월튼, 짐 월튼과는 상반되게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월튼가(家)의 또다른 아들인 존 월튼이 2005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자 주식을 상속받은 창업주의 며느리 크리스티 월튼은 1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습니다. 29세 아들인 루카스 월튼과 남편의 유산을 나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앨리스 월튼은 아칸소주의 아몬카터미술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크리스탈 브리지 뮤지엄 오브 아메리칸 아트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대선 경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자로 기부를 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M&Ms의 '마스' ···재클린 마스도 금수저
3위는 초콜릿으로 유명한 마스그룹의 상속녀 재클린 마스(76·234억 달러)가 차지했습니다.
세계 최대 캔디 회사인 마스는 1911년 워싱턴주 타코마에 세워졌지요. 설립자는 프랭크 마스. 19세부터 사탕을 만들어 팔았던 사나이는 처음부터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타코마에 세운 회사는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결국 공장을 팔아치우고 다시 고향인 미네소타주로 돌아와 재기를 노려야 했죠. 다시 회사를 세우고 제품 개발에 들어가 1923년 '밀키웨이 바'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대박을 쳤습니다.
마스그룹은 철저히 가족중심 회사로 돌아갔고, 외부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례로 1999년 창업주가 사망했을 때에도 근무 여부나 사망과 관련한 정보를 외부에 밝히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죠.
◇발렌타인데이 사망한 페레로 창업주···딸 마리아 10대 거부로
마스에 이어 '페레로 초콜릿'을 만드는 페레로그룹의 마리아 프랑카 피솔로(98·4위·221억 달러)도 10대 여성 거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페레로그룹 창업주인 피에트로 페레로가 지난해 발렌타인 데이에 세상을 떠 지분을 물려받았기 때문이죠.
피에트로 페레로는 세계 2차 대전이 벌어지자 당시 군용식량으로 쓰이던 코코아 가루에 견과류를 섞어 만든 초코잼 누텔라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우리에겐 '악마의 잼'으로 불리는 제품이기도 하죠. 1942년 회사를 세운 피에트로 페레로는 누텔라와 페레로 로쉐 브랜드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비서와 결혼한 부친···상속으로 여성 거부된 수잔 클라튼
독일의 수잔 클라튼(53·5위·185억 달러)은 독일 명차 브랜드 BMW 상속녀입니다. 지난해 부친의 세번째 부인인 비서 출신의 요한타 콴트가 사망하면서 추가로 지분을 상속받아 지난해 9위에서 다섯계단 뛰어올랐습니다. 수잔 클라튼은 한해 20억 달러 매출고를 올리는 독일 강소 제약·화학회사인 알타나 지분도 물려받았습니다.
상속형 부자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렌스 파월 잡스(6위)와 네덜란드 맥주 하이네켄으로 유명한 하이네켄그룹의 샤를 드 카르발류(61) 등도 부를 물려받아 부자가 되었습니다.
◇'맨손으로 부자'된 여성은 1명···중국의 악바리 저우췬페이
세계적인 여성 부호 가운데 '자수성가형'은 누구일까요. 블룸버그를 뒤져봤습니다. 안타깝게도 세계 500대 부호 가운데 자수성가한 여성 부자는 중국의 저우췬페이(周群飛·45·224위) 회장 단 한명이었습니다.
이 억척여성의 성공사는 여느 기업인의 고군분투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렌즈테크놀로지를 세운 그의 재산은 57억 달러입니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억척스럽게 유리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야간대학도 다녔죠. 유리공장서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을 활용해 유리 회사를 차렸고요.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서 집을 두번이나 팔기도 했습니다. 기회는 스마트폰에서 찾았는데, '강화유리'를 만들면서 고속 성장을 합니다. 지난해엔 선전증시 상장에도 성공을 하면서 대 부자가 되었습니다.
자수성가한 부자 여자가 드문 것은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남성에 비해 비교적 늦은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억만장자가 되는 행운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대체로 크게 성공한 회사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여성기업인들이 이같은 성공을 하는 데 있어서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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