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20대 이상 성인 170명을 대상으로 '옆집 사람에게 느끼는 친밀도가 어떤 사람과의 친밀도와 비슷하냐'고 설문했다. '모르는 사람'(40.2%)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배달 아르바이트생'(11.8%), '타 부서 직원'(22.5%) 정도로 생각한다는 대답도 많았다. '옆집 이웃과 교류가 있다'는 문항에는 40%만이, '옆집 사람의 연락처를 안다'는 문항에는 2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동네 반상회도 사라지는 추세이다. 서울 송파구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이 거의 모이지 않는 데다 반상회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집도 없어 반상회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 안에 반상회에 참여해봤다는 응답자는 8명(4.7%)에 불과했다. 경기 부천시는 올해 초 동네 반장직을 없앴다. 하겠다는 지원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직장인 강은주(31)씨는 "밖에서 맺는 인간관계도 피곤한데 동네에서까지 굳이 사람을 사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자주 가던 동네 분식집도 사장님이 아는 척을 하는 게 싫어 발길을 끊었다"며 "이웃과 친해지면 내 생활 패턴에 간섭할 것 같다"고 했다. 세 살 딸을 둔 이모(31)씨는 "동네 문화센터에서 내 또래 엄마들을 많이 만났지만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딱히 이웃에게 도움받을 일이 없다 보니 더 적극적으로 사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웃 도움 없어도 되는 환경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이웃 도움이 없어도 대신해 줄 수 있는 상품 서비스가 많아져 이웃과 잘 지낼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예전엔 집이 비면 옆집 사람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갔지만 지금은 그 기능을 보안서비스 회사가 대신한다. 자녀 교육 관련 정보는 '옆집 엄마'가 아닌 전문진로학원에서 얻는다. 육아도 정부나 업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회사·학교에서 사람을 상대하느라 지친 젊은 세대가 동네에서까지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이웃 공동체란 개념이 거의 없다"며 '마을·동네'를 하나의 필수적 공동체로 인식해 이웃과 잘 지내야 한다고 여겼던 위 세대와는 다르다"고 했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 이웃 간 얼굴을 마주칠 기회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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