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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고급 아파트 앞에서 좌판을 깐 노점상. [EPA 연합뉴스] 주택가격ㆍ임대료 급등…소득 대부분 대출금에
증시급락, 위안화 하락, 미중 무역전쟁 등 악재
중 내수부양 전략 힘 받기 어려울듯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베이징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천쓰치(30ㆍ여)는 한달 수입이 9577위안(약 157만원ㆍ베이징 평균임금 약 126만원)으로 소득이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소득의 절반을 아파트 월세로 내고 있어 지출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돈을 아끼려고 대부분 집에서 밥을 해먹고 옷은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한다. 친구와 약속도 잘 안 잡는다.
한때 세계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던 중국 중산층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주거비는 급등했지만 증시 급락, 위안화 가치 하락, 미중 무역전쟁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소비대국’ 중국에 ‘소비절벽’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 수출보다는 내수를 부양하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살인적인 주거비, 교육비 등이 중국 중산층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새 폭등한 집값은 구매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동반했고 원리금 대출에 허리가 휘는 중국 중산층은 소비에 쓸 여유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중국의 주택담보대출은 26조위안(약 4300조원)에 달해 전체 가계부채의 57%를 차지했다.
베이징의 대기업 직원인 우샤오총은 지난해 중국 국영은행에서 일하는 남편과 결혼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신혼집을 마련했지만, 부부 월급의 3분의 2 정도를 월세와 대출금을 갚는 데 쓰고 있다. 그는 “저축도 안하고 은퇴 계획도 없다. 아이는 낳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끔찍한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다. 지난달 전국 11개 도시의 주택 임대료는 전년 대비 평균 20% 올랐고 이 가운데 광저우, 선전, 청두 등 인구 유입이 많은 도시의 임대료는 30.7%, 30.5%, 31%씩 인상됐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21.89%와 19.2% 각각 올랐다.
밥상 물가 폭등도 소비 절벽을 돕고 있다. 중궈징잉바오(中國經營報)에 따르면 계란,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과 밀가루와 빵 등 기초 생필품이 최근 30%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소비에까지 미치고 있다.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의 한 전자제품업체에서 일하는 리커리는 “무역전쟁 여파로 지난 6월 공장 노동자의 3분의 2가 정리해고 됐다”면서 “500달러 받던 월급이 10%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곱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인근 도시로 나들이를 다녔지만, 이제는 돈을 아끼기 위해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중산층의 소비는 중국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으며 전세계 경제 성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이어지면서 중국의 소비 절벽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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