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얼마 전 미국이 장악해왔던 전 세계 스타트업 챔피온 자리를 설립 6년 된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꿰찼다. 전 세계 '틱톡(Tik Tok)' 열풍을 불러일으킨 중국의 인공지능(AI) 콘텐츠 업체 '바이트댄스(北京字節跳動科技·Byte Dance)'가 그 주인공이다.
바이트댄스는 창립 5년 만에 기업가치 110억 달러(약 13조원)를 기록하며 '슈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했고,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는 750억 달러(약 89조5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의 기업가치(720억 달러·약 86조원)를 넘어선 수준으로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더욱 놀라운 건 이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 장이밍(張一鳴)이 1983년생, 만 36세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창업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29세였다. 중국 톈진의 난카이 대학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장이밍은 2009년 한 온라인 부동산 거래 사이트를 창업했고 이후 3년 만에 '제2의 구글'을 꿈꾸며 '바이트댄스'를 창업했다.
징이밍은 설립 5개월 만에 '오늘의 헤드라인뉴스'라는 뜻의 뉴스 서비스 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를 출시했다. AI를 통해 이용자의 뉴스 관심도를 분석하고 맞춤형 뉴스를 자동으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AI 뉴스 서비스를 최근에 도입한 점을 고려하면 획기적이었다.
당시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캐피탈이 장이밍의 AI 뉴스 서비스를 '말도 안 된다'며 비웃은 건 유명한 일화다. 세콰이어캐피탈의 판단과 달리 진르터우탸오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출시 3개월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보유했고, 현재 가입자 수는 7억 명에 달한다. 결국 세콰이어캐피탈은 바이트댄스의 투자자로 돌아섰다.
진르터우탸오의 성공에 힘입어 바이트댄스는 2016년 쇼트클립 앱 '틱톡(?音, 더우인)'을 출시했다.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촬영, 편집하고 공유하는 앱이다. 영상을 찍어 배경 음악이나 특수효과를 삽입하고 다양한 편집을 통해 개성 있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편집 방법도 간편한데다 영상 재생 전 광고가 없는 점 등이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10대 사이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진르터우탸오의 AI 기술이 틱톡에 도입된 점이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이용자의 구독 패턴을 분석해 이와 유사한 성격의 클립을 지속 제공한 것이다. 맞춤형 콘텐츠다 보니 사용자들의 평균 이용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실제로 틱톡의 인기는 진르터우탸오보다 매서웠다. 월 1회 이상 사용자는 5억 명에 달하고, 2018년 1분기에는 당 분기에만 4500만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세계 최대 동영상사이트 유튜브를 제치기도 했다.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려온 바이트댄스지만 위기는 있었다. 진르터우탸오의 급성장에 기존 중국 내 포털 강자 바이두와 텐센트가 견제에 나서면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바이두는 검색창에 진르터우탸오 검색 시 부정적인 내용이 상단에 올라오면서 업계에서는 바이두 내부에 진르터우탸오를 집중 공격하는 ‘다터우반’이라는 부서를 운영한다는 소문이 번지기도 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이 지속 강화되면서 바이트댄스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바이트댄스가 선택한 건 과감한 인수합병(M&A)이었다. 2017년 2월에는 2억명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미국 쇼트클립 앱 '플리파그램(Flipagram)'을 인수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틱톡을 벤치마킹한 미국 '뮤지컬리(Musical.ly)'를 인수했다. 기존 이용자들이 그대로 틱톡을 이용하면서 바이트댄스는 글로벌 시장에 날개를 달았다.
바이트댄스는 해외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현재 10%에 불과한 해외 이용자 수를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장이밍 CEO은 "바이트댄스가 구글처럼 국경 없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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