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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드론 상용화 성큼 지진-화산폭발 등 재해땐 사람 대신 시설복구 일본 지바에서 열린 드론 전시회에서 동일본전신전화 직원들이 재해 시 시설 복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드론을 시범 운항하고 있다. 지바=장원재 특파원peacechaos@donga.com “지진 등 재해로 전기와 통신이 끊어졌을 때 시설 복구를 위해 사용하는 드론(무인 항공기)입니다. 차량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강을 쉽게 건널 수 있습니다.”
3월 25일 일본 지바(千葉) 현 지바 시 마쿠하리의 대형 전시장. 안전모를 쓴 동일본전신전화(NTT 자회사) 직원들이 컨트롤러 버튼을 누르자 드론 프로펠러 4개가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날아오른 드론은 붉은색 공이 달린 선을 끌고 목적지로 이동했다. 안내원은 “이 드론으로 20kg짜리 전선 케이블을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저팬 드론 2016’ 행사는 일본에서 처음 열린 드론 단독 전시회다. 사흘간 진행된 이 행사는 드론 관련 118개 사가 참여하고 방문객 8000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서도 10개 회사가 참여했다.
○ 아파트마다 드론 착륙장, 일본 드론 특구
일본 정부는 1월 이번 행사 개최지인 마쿠하리를 ‘드론 특구’로 지정했다. 이곳에서 2020년 세계 최초로 드론 택배가 상용화될 예정이다. 지난달 11일에 드론을 이용해 쇼핑몰 옥상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공원으로 와인을 배달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지바 시는 최고 46층인 고층 맨션 베란다마다 한 변이 1.5m인 사각형 착륙장을 만들어 드론이 물건을 배달하게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도쿄(東京) 만의 물류창고에서 바다를 건너 10km가량 떨어진 마쿠하리 고층 맨션까지 드론으로 15분 만에 물건을 배달할 수 있다. 행사에 참석한 구마가이 도시히토(熊谷俊人) 지바 시장은 “현재 짓고 있는 맨션은 드론 활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라며 “3만5000명이 거주하는 도심이 드론의 폭넓은 활용을 위한 테스트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재해가 많은 일본의 특성을 반영해 노후 교량 및 터널 점검용 드론, 화산 분화구 관측용 드론, 튜브를 장착한 구조용 드론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보안회사 세콤은 드론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을 선보였다. 고성능 카메라와 통신 장비를 갖춘 비행선이 하늘에서 넓은 지역을 감시하며 필요할 때 드론에 지시를 내려 침입자 및 수상한 차량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세콤 직원은 “방범용 비행선은 2월 도쿄마라톤에서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며 “콘서트 같은 대형 행사나 재해 시 대피에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드론서비스회사 블루이노베이션은 집적회로(IC)칩 카드 인증을 통해 드론 무단 이용을 막고 이용자별 비행 경로를 기록하는 인증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회사의 구마타 다카유키(熊田貴之) 사장은 “도난 카드는 즉각 정지시킬 수 있다”며 “비행 기록을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바로 원인 규명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8월 드론 특구로 지정한 아키타(秋田) 현 센보쿠(仙北) 시는 전체 면적의 80%가 임야다. 일본 정부는 이 지역의 낙농업과 조난자 구출, 화산 감시 활동 등에 드론을 활용할 계획이다. 센보쿠 시는 지난달 12일 드론이 1.2km가량 떨어진 학교 사이를 비행하며 책을 운반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도서관과 책이 부족한 시골 학교에 드론을 통해 책을 배달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드론이 고령자 보호, 소외 지역 인프라 확충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
○ 드론 가로막은 ‘손톱 밑 가시’도 빠져
미국 일본 유럽 등은 항공기와의 충돌 등을 막기 위해 △가시(可視) 범위 내 비행 △공항 주변과 인구 밀집지역 비행 금지 △물건 낙하 금지 △야간 비행 금지 등의 드론 규제를 시행 중이다. 미국 아마존이 2013년 말 “드론 택배를 2015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했지만 주거지역 비행 금지 등 미국 연방항공청(FAA) 규제에 묶여 실현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선진국들이 드론 상용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월 10일 드론 제조회사 플러티가 네바다 주 호손에서 미국 최초로 주거지역 드론 택배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옛 주택지구에서 이뤄진 비행이지만 현지에선 이를 드론 규제 완화를 위한 큰 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월 말 미국 네바다 주 리노에서 만난 리처드 캘리 NAASIC(네바다대 산하 산학협력기관) 수석 엔지니어는 “드론 상용화를 위한 ‘굿 사인(goodsign)’이자 터닝포인트”라고 환영했다. 미국은 현재 네바다 주를 포함해 6개의 드론 시범지구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가시 범위를 벗어나는 구간에서 드론 비행 테스트를 추진 중이며 도심까지 비행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의 노나미 겐조(野波健藏) 지바대 교수 등은 등록된 상업용 드론이 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드론 하이웨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일본도 드론 상용화를 막는 ‘손톱 밑 가시’ 규제 제거에 나섰다. 일본에서는 몸이 불편한 고령자가 원격으로 병원 진료를 받으면 드론으로 의약품을 배달해 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대면으로 의약품 복용법을 안내해야 하는 등의 관련 법 규정을 고칠 계획이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드론 시범 사업을 시작했지만 민간의 드론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더딘 편이다.
김상현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항공교통연구본부)은 “국토부의 시범사업은 매우 좁은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처럼 도시를 특구로 지정하고 그 안에서 실제 상황처럼 시험 비행을 해 볼 수 있게 규제를 풀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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