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잉, 극초음속 무인 항공체 마하 5서 6분간 시험비행 성공
中선 극초음속기 디자인 공개… 사막에 '마하35 실험장'도 지어
비싼 요금·음속 돌파 때 소음 등 취항 전 해결해야 할 문제도
미국과 중국이 음속의 5배(시속 6120㎞)로 나는 '극초음속(hypersonic)' 여객기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중·러시아·일본 등 우주 강국들은 지금까지 적(敵)의 탐지·대응 체계를 무력화할 만큼 빠른 극초음속 미사일과 폭격기, 정찰기 개발에 주력했는데, 이 군사 목적의 기술력이 민간 분야로 옮겨간 것이다. 음속의 5배는 2003년 퇴역한 뉴욕~런던 간 초음속(supersonic) 여객기 콩코드보다 두 배 이상 빠르며, 전 세계 어디든 3시간이면 간다는 얘기다.
군사용 극초음속 항공체와 민간 여객기는 엔진부터 다르다. '군사용'은 로켓 엔진으로 동력을 얻지만, 로켓 엔진은 연료를 태울 산소 탱크가 별도로 있어야 해 민간용에는 적합하지 않다. 미국 보잉사가 지난 1일 공개한 모델이나, 중국이 현재 풍동(風洞·wind tunnel) 실험 중인 극초음속 여객기는 모두 음속의 3배 이상 속력을 내는 데 적합한 '램제트(ramjet)' 엔진을 활용한다. 일반 여객기의 터보제트 엔진은 터빈을 돌려 압축한 공기에 연료를 연소시켜서 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제트엔진의 일종인 램제트는 터빈 없이 고속 비행이 일으키는 기압으로 공기를 압축하며, 미사일 추진체로 주로 쓰인다. 또 1000도 이상의 마찰열(熱)을 해결하기 위해, 니켈 합금을 이용한 열 저항 소재로 표면을 덮는다.
극초음속 여객기 개발에서 선두는 미국의 보잉사. 보잉사는 2013년 5월 1일, 무인(無人) 극초음속 항공체인 X-51A '웨이브라이더(WaveRider)'를 태평양 상공에서 최고 마하(음속) 5.1의 속도로 6분간 시험 비행한 경험이 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소개된 중국 연구진의 극초음속 여객기 개발도 음속의 5배 이상이 목표다. 중국과학원 추이카이(崔凱) 박사팀은 보통 초음속 항공기가 채택하는 유선형 동체에 얇은 날개를 한층 덧댄 디자인을 제시했다. 정면에서 보면 알파벳 대문자 'I'와 비슷해 'I-플레인'이라고 불린다.
이렇게 복엽기(複葉機) 모양을 띠는 것은 극초음속 항공기에 발생하는 특수한 공기 역학 때문이다. 음속 이하 비행에선 비행기 정면의 공기 저항이, 극초음속 비행에선 항공기가 일으키는 충격파가 가장 큰 항력(抗力)을 일으키는 것을 고려했다. 유선형 동체에 덧붙인 날개는 항공기가 일으키는 충격파를 분산하는 작용을 한다. 화물 적재량은 비슷한 크기 여객기의 4분의 1 정도. 길이 35m의 보잉 737 크기라면 승객 50명, 화물 5t을 나를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의 I-플레인 프로젝트엔 대공(對空)·요격 미사일 체계를 무력화하고 극초음속 전략무기 개발에서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작년 11월 중국은 네이멍구 사막에 극초음속활공체 실험을 실시하고, 음속의 최고 35배(시속 4만3200㎞)까지 실험할 수 있는 풍동 실험장을 짓기도 했다.
음속의 5배로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떨까. 보잉사의 케빈 보컷 박사는 "이륙하고 나서 목표 속도에 도달하기까지 몸이 뒤로 밀리는 기분이 수 분간 계속되지만, 이후엔 일반 여객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비행 고도는 지상 30㎞로, 일반 여객기의 3배 높이쯤 된다. 이런 고도에선 창밖으로 '곡선'인 지표면과 윗부분의 '검은 우주'를 함께 볼 수 있다.
극초음속기가 실제 취항하려면 가격 대비 경제성, 음속 돌파 때 발생하는 충격음인 '소닉 붐(sonic boom)'의 폐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2003년 운항을 중단한 콩코드는 일반 여객기 연료의 4배를 썼고, 요금이 1만2000달러까지 치솟았다. 또 미연방항공관리청(FAA)은 인간과 야생동물에 대한 악영향 탓에 육지에서 여객기의 초음속 비행을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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