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열질환자 나흘새 285명, 2명 사망… 어제 제주 김녕 37.4도
日 폭우 이어 폭염으로 14명 숨져… 中 베이징은 20년 만에 최악 홍수
17일도 전국이 폭염으로 펄펄 끓었다. 올여름 초강력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 중국은 물론 캐나다·미국 등 북미 대륙과 유럽 등을 포함한 북반구 곳곳에서 찜통더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낮 최고기온은 대구 36.6도, 포항·강릉 36.3도, 광주 35.3도, 서울 34도 등을 기록했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기록된 낮 최고기온은 제주 김녕(37.4도)이 가장 높았다. 이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12~15일까지 나흘간 올해 전체 온열 환자(551명)의 52%에 달하는 285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두 명은 사망했다.
17일 일본 중서부 기후현은 대부분 지역이 38도를 넘어섰다. 앞서 기후현 이비가와초는 16일 한낮 최고기온이 섭씨 39.3도로 올여름 들어 최고를 기록했다. 인근 효고현, 나고야시도 37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종일 이어졌다. 열흘 전 1000㎜ 넘는 폭우가 덮쳐 200여 명이 숨진 일본 서부 지역을 이번엔 폭염이 습격한 것이다. 도쿄 도심은 17일 오전 6시 기온이 28도를 기록했다.
지상 1만2000m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북반구 - 지난 7~13일 전 세계 1만2000m 상공에서 고기압이 발달한 상태를 나타낸 열(熱) 지도. 빨간색일수록 고기압이 강하며,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는 이상 고온(高溫) 현상이 나타난다. 북위 30도 이상 북반구가 강력한 ‘히트돔(Heat Dome)’에 갇힌 것을 알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지상 1만2000m 상공까지 높게 뻗쳐 발달하면 구름이 적어져 소나기도 잘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기상청
무더위로 인한 '넷추쇼(熱中症)'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다. '바다의 날(16일)'이 포함된 사흘 연휴 기간에 일본 전역에서 5616명이 무더위로 병원에 실려갔고, 이 중 14명이 후송 당일 사망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반면 중국 베이징은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왔다. 지난 15일부터 화이러우, 팡산, 먼터우거우 등 베이징 곳곳에 300㎜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연평균 강수량이 500~600㎜인 베이징에 사흘간 1년 강수량의 절반 가까운 비가 내리면서 20년 만에 최악의 침수 사태가 발생했다. 16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는 연착 적색경보가 발효돼 670편 항공기가 결항했다.
북미도 기록적인 더위를 겪고 있다. 미국 남서부 지역은 이달 초부터 연일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넘는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치노에선 주 기상 관측 사상 최고인 48.9도까지 치솟고, LA 카운티에서는 우드랜드힐의 기온이 지난 주말 화씨 112도(44.4도)까지 올랐다. 캐나다 오타와는 47도까지 수은주가 상승했다. 퀘벡주에선 지난 14일까지 온열 질환으로 최소 70명이 사망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몽골과 접한 내륙 지역의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는 월드컵 기간 중 높은 기온으로 산불이 발생해 8만㏊(2억4200만 평)의 숲을 태웠다. 시베리아 지역도 낮 최고기온이 연일 30도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북반구에 이처럼 찜통더위가 나타난 것은 뜨거운 고기압 기단(氣團)이 북반구 전체를 뚜껑처럼 덮어 열을 가두는 '히트돔(heat dome)' 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기상 전문가들은 이런 히트돔 현상을 부른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온난화로 전 지구의 기후 사이클이 망가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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