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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20만년 전에 화산 충격 끝나…소행성 충돌만 원인
화산 용암이 흐르는 장면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룡을 지구에서 사라지게 한 약 6천600만년 전의 대멸종은 소행성 충돌이 결정적 원인이며, 또 다른 원인으로 추정돼온 대형 화산 폭발과는 무관하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질·지구과학 조교수 핀첼리 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도 북서부 데칸 용암대지를 만든 대형 화산 폭발에 따른 환경적 충격은 대멸종 훨씬 전에 이미 끝나 대멸종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중생대 백악기(Kreidezeit/Cretaceous)와 신생대 제3기의 첫 세인 팔레오세(Paleogene) 경계에서 발생해 'K-Pg 멸종'으로도 불리는 이 대멸종 때 공룡뿐만 아니라 육상 생물 종(種)의 75%가 사라졌다.
소행성 충돌이 대멸종의 원인이라는데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지만 데칸 화산 폭발에 따른 기후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화산 폭발 때 이산화탄소(CO₂)나 이산화황(SO₂)과 같은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배출돼 기온을 바꾸고 지구를 산성화하면 대멸종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해양 미세화석과 시추 심해퇴적물[폴 보운/UCL 제공]
연구팀은 화산 가스가 작용하는 메커니즘보다 화산이 폭발해 용암을 내뿜는 시기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화산 폭발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 해저 시추를 통해 얻은 해양 미세화석을 통해 지구 온도변화와 탄소 동위원소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 CO₂ 관련 기후 모델과 비교했다.
그 결과, 약 50만㎦의 용암을 쏟아내며 데칸 대지를 만든 화산이 뿜어낸 가스의 대부분은 소행성 충돌이 일어나기 20만년 전에 발생해 대멸종은 소행성 충돌이 유일한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백악기 말기의 화산 활동이 지구 기온을 2도가량 점진적으로 상승시켰으나 북대서양과 남대서양, 태평양 등에서 시추한 심해 퇴적물에서는 이런 기온 상승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았으며, 대멸종이 발생하기 전에 온도가 다시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상당수 해양 생물 종이 낮은 수온을 찾아 북극과 남극 쪽으로 이동했다가 대멸종 훨씬 전에 다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난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심해에서 시추된 K-Pg 퇴적물을 분석 중인 연구원 [폴 보운/UCL 제공]
헐 박사는 "많은 사람이 화산이 K-Pg 멸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를 통해 K-Pg 멸종 직후 데칸 화산이 대규모 폭발을 했지만 이렇다 할 기온 상승이 포착되지 않은 수수께끼도 풀어냈다.
연구팀은 K-Pg 멸종이 지구의 탄소순환을 크게 변화시켰고, 이런 변화를 통해 바다가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양의 CO₂를 흡수하게 돼 대멸종 직후 화산 폭발로 인한 온난화 효과를 감췄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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