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와 영국 사우샘프턴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공룡이 몰살한 대멸종은 화산폭발에 따른 지구 온난화 때문이 아니라 소행성 때문임이 확실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예일대 지질학 및 지구과학과 조교수인 핀셀리 헐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은 논문에서 “인도 데칸고원 서쪽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용암지대인 ‘데칸 용암대지’에서 일어난 화산 대폭발은 6600만년 전에 발생한 ‘백악기 제3기 대멸종’(K-Pg)보다 꽤 앞서 일어났다”며 “따라서 대멸종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이-피지’ 대멸종이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화산폭발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는 증거를 들어 대멸종에 화산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케이-피지 대멸종에 대한 데칸용암대지의 대규모 용암 분출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소행성 충돌의 영향을 구별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헐은 “화산은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산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이산화황(SO₂)과 이산화탄소(CO₂) 같은 온실가스를 방출해 대멸종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가스 방출보다 마그마 분출의 시기에 초점을 맞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백악기 제3기(K-Pg) 대멸종은 화산폭발 온실가스 분출로 인한 온난화 시기 훨씬 뒤에 발생했다. <사이언스> 제공
헐 연구팀은 데칸용암대지의 화산폭발 때 분출된 온실가스가 지구 기온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화산 가스는 대멸종을 일으킨 원인이라기보다 대멸종 뒤 다양한 생물종이 출현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화산 가스 분출의 시기를 특정하기 위해 해양 화석에서 추출한 지구온도 변화와 탄소 동위원소(동위원소는 특정 원소보다 중성자가 많거나 적은 원자를 말한다)를 이산화탄소 방출의 기후학적 영향을 추정하는 프로그램(모델)과 비교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의 폴 윌슨 교수는 “심해 퇴적층에는 유공충(Foraminifera)이라는 해양미생물 화석이 남아 있다. 티스푼 하나 정도의 퇴적물에도 수천마리의 유공충이 들어 있다. 유공충 껍데기는 해양의 화학적 성분과 당시 온도를 알려준다. 이를 통해서 대멸종이 발생하기까지 일어난 환경 변화를 상세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는 50% 이상의 데칸 화산가스 분출이 대멸종 바로 직전이 아니라 꽤 이전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행성이 대멸종의 유일한 ‘범인’이라고 연구팀은 결론내렸다.
이번 연구에서 온도 기록을 분석한 전 예일대 연구원 마이클 헤니핸은 “백악기 후기의 화산 활동은 온난화를 일으켜 지구 온도를 2도 가량 높였다”며 “많은 생물종들이 북극과 남극 쪽으로 이동했지만 소행성 충돌 전에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헐은 “많은 사람들은 ‘케이-피지’ 대멸종에서 화산이 중요하다고 추정하지만 우리 대답은 ‘아니다’이다”라고 덧붙였다.
데칸용암대지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 대규모 분출이 케이-피지 대멸종 직후에도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화산 분출과 맞아떨어지는 온난화가 없어 과학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수수께끼도 풀어냈다. 예일대 박사후과정 연구원 도널드 펜맨은 “케이-피지 대멸종은 지구의 탄소 순환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연구를 통해 이런 변화로 장기간에 걸쳐 해양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었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화산의 온난화 효과가 가려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데칸 화산폭발은 대멸종 이후 신생대 생물종의 출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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