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의 한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허를 찌르는 변칙 카드도 동원했다. 부족한 건 '1분의 집중력'이었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정상 문턱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축구대표팀은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개최국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석패했다. 조별리그에서부터 4강전까지 5경기를 무실점 전승으로 통과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에 과감한 변칙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 라인업부터 파격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주호(마인츠)를 왼쪽 날개 공격수로 배치했고, 손흥민(레버쿠젠)을 오른쪽 측면으로 돌렸다. 기성용과 짝을 이룰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기용했다. 전반에 수비적인 운영으로 호주 공격의 예봉을 꺾은 뒤 후반에 과감한 역습으로 승부를 보려는 선택이었다.
기대와 달리 한국은 전반 45분에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후방에서 넘어온 볼을 호주 미드필더 루옹고가 받은 뒤 돌아서서 기습적으로 슈팅했고, 한국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전반 종료 직전 일말의 방심이 뼈아픈 실점으로 이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막바지에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스트라이커 이정협(상주)을 빼고 수비수 곽태휘(알힐랄)를 최전방에 기용해 공격진의 높이를 보강했다. 이게 신의 한수가 됐다. 곽태휘의 머리를 거친 공이 미드필더 한국영(카타르SC)을 통해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전달됐다. 기성용의 횡패스를 받은 손흥민(레버쿠젠)이 위험지역 내 왼쪽 측면에서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 종료 이후 추가시간이 1분 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기대를 모은 연장전은, 그러나 또 한 번의 막판 실점으로 아쉽게 막을 내렸다. 호주 장신 공격수 토미 주리치가 오른쪽 측면에서 시도한 크로스를 골키퍼 김진현이 반사적으로 쳐냈지만, 상대 미드필더 제임스 트로이시가 2선에서 뛰어들며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연장 후반에 총공세를 폈으나 수비형 미드필더 장현수의 부상 등 악재가 겹쳐 만회골을 넣지 못했다.
한국은 1960년 이후 55년 만의 우승에 도전을 정상 문턱에서 마무리했다. 한국은 대회 최다 준우승(4회) 기록도 세웠다. 호주는 4년 전 카타르대회 준우승의 한을 풀고 사상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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