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연변조선족전통요리협회장
“우리는 예로부터 훌륭한 전통음식과 이에 따른 고유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족 전통음식은 맛도 좋지만 보기에 좋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중국 연변조선족전통요리협회 김순옥 회장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우리 전통음식의 훌륭함을 강조하는데 긴 시간을 썼다. 그가 2003년 법원 판사직을 떠나 우리의 요양원격인 에리스호양원을 연길시에 세워서 우리 전통음식을 통한 식이요법으로 현대의학이 고치지 못한 병을 치료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현재 요양원을 정리하고, 조선족전통요리교육을 할 수 있는 한식요리아카데미를 길림 시내에 세워 운영 중이다. 중국 최초의 일이다. 또 이 건물에는 그가 평소 꿈꿔오던 전통음식 관련 교재 출판과 연구소, 박물관을 설립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약 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홀로 건물을 구입해 이룬 성과들이다.
김 회장은 “전통음식은 단순히 먹는 차원의 것이 아니고, 우리 문화를 지키는 고귀한 유산이다”고 말했다.
연길시 중심에 자리잡은 연변조선족전통요리협회를 설립한 것도 우리 민족의 지혜와 조상들의 오랜 경험의 산물인 전통음식의 개발과 보급, 대중화를 위한 것이다.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 독립운동가 이병재의 외손녀로 외가 어른 13명이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은 김 회장은 그가 옳다고 믿는 일에는 주저하지 않고 매진하는 편이다. 남ㆍ북한과 인접한 중국 연변주가 우리 전통문화를 중국 전역에 전파하기에 최적합한 곳이라고 믿기에 13억 중국인에게 우리 전통음식과 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에 여생을 걸겠다는 그의 결심이 그래서 더욱 반갑고, 또 고맙다.
세계한상대회, 서울음식박람회 등이 열리면 협회 소속 회원 60~80명씩을 인솔해 한국 전통음식과 전통문화를 배우고 가는 그는 중국에서 맨손으로 조선족 전통음식 표준화작업을 이룬 성과도 거두었다. 조선족 전통음식의 우수성이 널리 퍼지면서 요리법을 배우려는 중국인들이 늘어났지만 중국정부에서는 표준이 없다는 이유로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았고, 한식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 요리학원 등 교육기관을 합법적으로 세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나섰다. 먼저 전문단체로 2006년에 협회를 창립하고, 서울에서 경험이 많고 자격을 갖춘 강사를 초빙해 한식조리사자격증을 딸 수 있는 조선족 전통요리 교실을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사이에 그는 1년 동안 한국을 오가며 전통음식을 연구하고 조선족 전통요리와 조선족 전통김치를 중국어와 한국어로 각각 출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연변에서 조선족 인구 감소보다 먼저 걱정해야 할 것이 우리 음식문화를 잃는 것이다”고 말했다. 덧 붙여 그는 “한식아카데미를 통해 배출하고 있는 한식조리사들이 중국 전역에 퍼져나가면, 중국 내 조선족의 위상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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