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골선생님의 외길 삶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5월22일 09시40분    조회:554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김상화

点击浏览下一页

봄에는 향긋한 산나물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드는 오붓한 시골이였다. 화룡시 남평진에서도 더 깊숙이 들어앉은 고령촌에는 100년의 력사를 자랑하는 조선족소학교-용화소학교가 있다.

차로 고령촌까지 가는것도 쉽지 않았다. 고령촌이 가까와질수록 산세가 험해지고 길이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한아름 되는 나무가 겹겹으로 하늘을 가린 산길을 힘겨웁게 2시간정도를 달려서야 아담한 크기의 용화소학교에 다달았다. 학생수 4명, 선생님 8명이 고작이지만 그들의 모습에는 그늘이란 찾아볼수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오구작작 모여들던 애들이 하나, 둘씩 시가지로 떠나가고 몇 안남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지금까지 고령마을에 남아있는 유일한 조선족소학교이다. 때묻지 않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외면할수 없어 30여년을 굳게 한자리를 지켜온 김상화씨에게 학교는 그리움이고 추억이였다.

그 추억과 그리움중엔 유년시절 추억도 한몫 한다. 이른 아침 마을 앞산에서 뻐꾸기가 울 때 긴 사래의 보리밭 사이를 지나 학교로 향했단다. 그리고 학교 울타리에 서있는 앵두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앵두를 주머니 가득 따 먹기도 하고 수업시간을 빼먹고 온종일 세치네잡이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용화소학교는 고령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그의 어린시절까지 잇닿아있어 더욱 애틋하다.

하지만 지금은 가르칠 애들이 몇 안돼 이젠 열정도 식었다는 김상화씨는 “속시원히 페교처리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고 독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그래놓고도 이튿날 새벽부터 제일 먼저 학교에 출근해 교실마다 난로불을 피워놓는다, 비자루를 쥐여들고 청소를 한다 북새통이다. 그러기를 어언 30여년…

시골학교 선생님이란 외길을 걷다보니 어찌보면 영락없는 농사군의 모습이다. 농사철이면 학부모들 일에 발벗고 나선다.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들과 조를 무어 벼모내기에, 기음에, 땔감모으기에 못하는 일이 없다. 요즘 이들에겐 별 구경거리 없는 산촌이지만 그에겐 그야말로 별천지이다. 주말이면 산나물 뜯기에도 나선다. 그래서 더욱 소소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산촌아이들과 고향의 품에서 그는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있었다.

그의 책상우에는 누르스름한 손때묻은 필기책 하나가 고스란히 놓여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꼭 한번은 펼쳐보는 낡은 필기책은 다름아닌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기록부이다. 지난 1948년부터 지금까지 모든 졸업생들을 기록해놓은 필기책은 2001년 김상화씨가 교장을 맡아하면서부터 물려받은 이 학교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단지"이다.

"모두 1800여명의 졸업생이름이 적혀져있습니다. 350여페지중 200페지만 사용했습니다. 애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 기록부가 채워치지 못할가봐 걱정됩니다. "

그 기록부를 만지작거리는 그의 량미간의 주름이 깊어간다.

"저 운동장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돼서 다시 찾아오는 이들이 많습니다. 학교도 옛날 모습이 아니라 섭섭해하시다가도 이 기록부를 보여주면 그리도 좋아하던 모습을 제가 어찌 잊겠습니까"고 말하는 김상화씨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꾸역꾸역 밀어넣느라 애쓴다.

"이 시골마을은 제게는 참 따뜻한 곳이였습니다. 평생 그리운 이름으로만 기억될 용화소학교 마지막 지킴이는 제가 할겁니다."

그의 말처럼 김상화씨와 산촌아이들의 가슴속에 행복했던 나날들이 사람사는 세상의 따뜻한 추억으로 남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연변일보 글·사진 정영철 신연희 기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편협한 '통합' 안돼…'서울시민 인권헌장' 외국인 포함해야" 서울시 외국인 명예부시장 이해응 씨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지난달부터 서울시 외국인 명예부시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해응(39) 씨는 요즘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올해 말 선포되는 '서울시민 ...
  • 2014-09-25
  • 지난 2011년 한국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우리 말 겨루기》에 출연해 재한조선족들의 위상을 빛냈던 석기호(50살)씨가 3년뒤인 22일 저녁 또다시 《우리 말 겨루기》달인에 도전하는 모습이 방송전파를 탔다. 3년전보다 더욱 많은 어휘량으로 달인 등극에 도전한 석기호씨는 방송내내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로 문제풀이에...
  • 2014-09-24
  • 지난 14일(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이 재한중국동포사회 발전에 기여한 4명의 중국동포 출신 단체장과 회사 대표들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고 있었다. 한국과 중국 청소년들이 함께 골든벨을 두고 경합을 버린 이날 행사에서 주관 단체인 중국조선족대모임(대표 허을...
  • 2014-09-23
  •     [서울=동북아신문]조명권 전국귀한동포연합총회 제5기 신임총회장 취임식이 지난 9월 19일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전가복식당에서 열렸다.   이날 취임식에서 조명권 신임총회장은 “귀한동포특별법제정을 위해 열심히 뛰고, 법무부가 지정한 ‘귀한동포교육지원센터’를 회복하며, ...
  • 2014-09-22
  • "내 뜻 이어 안 의사의 사상 연구할 후배 나왔으면…" (하얼빈=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하얼빈(哈爾濱)시 하얼빈역 플랫폼 한쪽에는 둥그런 원이 두 개 표시되어 있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장소를 알리는 표지다. 하얼빈 시가 이 표지를 만들 때 ...
  • 2014-09-22
  • "우리말 인기 높아져 한족도 조선족학교 찾는 것에 가슴 뿌듯" (하얼빈=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족 학교로 전학 갔던 조선족 학생이 조선족 학교로 돌아오고 심지어 한족 학생 입학이 늘 정도로 우리말과 문화의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20일부터 하얼빈시 사범대학 음악청에서 열리는 '제10회 홈타민컵 전국 조선족...
  • 2014-09-20
  •  "드래프트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서 자다가 깼어요." '중국동포' 이영(강릉여고)이 한국 프로팀 입단이라는 오랜 꿈을 이뤘다. 이영은 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유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프로배구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영은 중국에서 ...
  • 2014-09-12
  •   “움직임속에서 정지된 공을 고정된 홀에 넣는것이 골프가 다른 구류운동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점이죠…” 지난 7월 21일, 국가프로골프 남자팀 지도이며 연변대학 체육학원 명예교수인 최용지도(연길 태생, 39살)는 연길귀향차 취재를 흔쾌히 접수면서 골프운동을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해석해주었...
  • 2014-09-12
  •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젊은 양금 명인 윤은화(31)가 중국에서 교수가 됐다. 현지 중점대학 100곳 가운데 하나인 옌볜대학이 양금 연주자 윤은화를 예술학원 객좌교수로 임명했다. tekim@newsis.com 2014-09-11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젊은 양금 명인 윤은화(31)가 중국에서 교수가 됐다. 현...
  • 2014-09-12
  • 꿈이 있는 사람들 (8)   조선족 ‘대학생촌관’ 밀산시 흥개촌주임조리 김검광   (흑룡강신문=하얼빈)피금련 특약기자, 최성림기자 = 해외진출과 연해도시 진출로 조선족농촌의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밀산시에는 '지식인이 농촌으로 들어가는' 시대의 부름에 용약 향응해 자신이 배운 지식으...
  • 2014-09-1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