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조선족·한족 차세대 위한 유치원 세우겠다"
"한중 가교 구실 하도록 이중 정체성 지닌 인재로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동북 3성을 벗어나 중국 대도시와 한국으로 이주한 조선족이 늘어나면서 자녀의 정체성 교육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선족-한족 간 결혼도 늘어 차세대 동포를 양쪽의 언어와 정체성을 지닌 인재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3년부터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 한국어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조선족 차세대에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치는 데 앞장서온 유병수(46·남) 박사는 최근 중국 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재외동포재단이 지난 16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용인의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에서 실시하는 '2014 중국 지역 조선어교원 초청연수'에 특강 강사로 참여한 유 박사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거주 중국 국적자가 84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조선족이 50만 명에 이른다"며 "이들의 자녀가 한국어 또는 중국어를 잘 모르거나 양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인식이 낮아 이중 정체성을 지닌 인재로 크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에서 국문학으로 학·석사를 마친 그는 1999년 연변대 조선언어문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2003년 민속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변대 유학 시절인 2002년부터 연변대가 주최하는 '연변 한국문화 체험교실'을 열어 2009년까지 중국 전역의 한국어과 학생 초청 행사를 열었다.
2005년에는 코리아언어문화교육센터를 설립해 매년 중국조선어문교수연구회와 한국의 전국국어교사모임이 함께하는 '우리말 학술대회'를 동북 3성의 여러 도시에서 개최해 교사 간의 교류를 추진해왔다. 코리아언어문화교육센터 소장이기도 한 유 박사는 "앞으로는 양국을 오가며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벗어나 생활하는 조선족 자녀가 정체성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을 안타까워한 그는 2012년에는 베이징에 거주하는 조선족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정신철 조선민족사학회 회장과 함께 '북경 정음우리말학교'를 세워 교사로 봉사해오기도 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거주 조선족, 조선족과 한족 간 결혼 가정, 한족 자녀를 위한 유치원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조선족이든 한족이든 각자 고유의 언어와 문화 등 전통에 대한 조기 교육을 받아야 양국 간 가교 구실을 하는 재목으로 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유 박사는 10월부터 국내 유학 중인 중앙민족대 제자 50명과 함께하는 월 1회 한국역사문화탐방을 시작으로 국내 거주 조선족과 한족 차세대를 위한 한국문화 캠프도 운영할 계획이다.
"중국과의 수교가 일본보다 20여 년 늦었음에도 경제 교류가 더 활발히 이뤄진 것은 200만 조선족 덕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국내 거주 조선족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이들의 정체성 교육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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