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한국서 남편 유작출판위해 1인출판사 차린 조선족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11월20일 07시59분    조회:735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김수안
김수안씨. 사진 김경애 기자

“모국에서 맘껏 창작하고자 했던 남편의 한 풀어야죠”

[짬] 1인 출판사 차려 남편 유작 펴낸 부인 김수안씨
부인 김수안씨

오로지 모국 땅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온 가족 솔거해 귀국한 지 12년, 마침내 4년에 걸쳐 집필한 원고지 5천장의 방대한 장편소설을 탈고한 2012년, 작가는 출판 계약을 진행하는 도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향년 63. 세 아들과 남겨진 부인은 당장 생계 대책이 막연했다. 하지만 남편의 평생 소원이자 한을 풀어주고자 직접 ‘1인 출판사’를 차리고 출판기금 모으기에 나섰다. 각계의 도움으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일부 지원도 받게 됐다. 기쁨도 잠시, 지난 5월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사고로 큰아들마저 잃었다. 울산에서 회사를 다니며 결혼을 앞둔 아들은 주말에 약혼자를 만나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죽을 힘마저 없는 절망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연변 출신 2006년 귀화한 김정호씨
5천장 집필마친 2012년 교통사고 별세
생전 출판·드라마 제작 계약 등 무산

 

출간기금 모으는중 큰아들도 사고사
시련 딛고 직접 ‘1인 다역’으로 출간
<동방명장 고선지> 3부작·시집 펴내

 

중국 연변 출신 귀화작가 김정호의 유작인 역사소설 <동방명장 고선지>(3부작)와 한중 창작시집 <달빛의 언어>를 나란히 들고 지난주 <한겨레>를 찾아온 부인 김수안(50·사진·도서출판 미르 대표)씨는 뜻밖에도 밝은 모습이었다. “뒤늦게라도 책이 세상에 나와 남편 이름을 남길 수 있어서 다행스러울 따름입니다.”

 

길림성 백산에서 태어나 연변대학을 나온 고 김정호 작가는 1980년 한시로 중국 문단에 등단한 뒤 90년대 ‘대륙의 스타 시인’으로 활약했다고 한다. ‘장백산문학상’ 등 수상 기록도 화려하다. 그러다 한-중 수교 이전인 87년 해외한민족연구소 이윤기 소장과의 인연으로 남쪽 농촌 총각과 조선족 여성들의 결혼 주선 사업을 도와주면서 한국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89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문학과지성사의 주선으로 3개월간 머물며 <중국 당대 소설집>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어 베이징에서 아시아경제문화교류센터를 세워 본격적인 한-중 문화교류에 나섰다. 백낙청 교수의 문학평론집을 비롯해 고은 시인의 <만인보> 등 국내 여러 문인의 글을 중국어로 번역해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러다 2000년 강원도 삼척 출신인 어머니를 모시고 온 가족이 서울로 이주했고 2006년엔 귀화해 정착했다.

 

“남편이 ‘중국 문단의 명성’을 뒤로하고 굳이 한국으로 돌아온 데는 평생토록 흰 셔츠만 고집하셨을 정도로 민족의식이 강했던 시아버지(김려춘)의 영향이 컸어요. 고선지 장군의 일대기를 필생의 작업으로 삼은 것도 한 시절 대륙을 호령했던 우리 민족의 기개를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나름의 소명 때문이었고요. 그래서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역사 사료로 남겨야 한다며 2010년엔 고 장군의 3대 전투지를 직접 답사하기도 했으니까요.”

 

8세기 당나라 현종에게 멸망당한 고구려 유장의 아들인 고선지는 뛰어난 무예 실력과 지략으로 서역을 정벌한 맹장으로, 일부 서양 역사가들도 나폴레옹이나 한니발의 원정에 비견한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소설에서는 소년 시절부터 티베트군을 격파한 서역 파미르 원정과 이슬람군과 맞선 탈라스 전투 등 고선지의 활약상을 중국 사서를 토대로 150여명의 역사 속 인물을 등장시켜 화려하게 되살려놓고 있다.

 

“애초 2008년 고선지엔터테인먼트에서 <영웅 고선지> 드라마 제작을 위한 번역 의뢰를 받아 시작했다가 아예 극본으로, 다시 영화 시나리오로 계속 계획이 바뀌었다가 끝내는 모두 무산되고 말았어요. 남편이 떠난 뒤 유고들을 정리하다 보니, 사고 직전 한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맺어놓았더라고요. 그런데 그쪽에서 책을 내기 어렵다며 계약을 취소했어요. 그래서 직접 나서서 책을 내줘야겠다고 결심했죠.”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평을 통해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 번역가로서 한국 문학에 값진 이바지를 하던 김정호 선생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은 못내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하면서도 “다행히 작고하기 전에 그가 완성해놓은 소설이 간행되니 반갑기 그지없다”고 썼다.

 

연변 출생으로 연변대 사대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한 김씨는 방송예술단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다 재혼인 김 작가와 15살의 나이 차를 넘어 88년 결혼했다. 남편의 꿈을 쫓아온 낯선 서울에서 전공을 살릴 기회를 찾기 어려웠던 그는 온갖 비정규 일거리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도맡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출판 사업엔 문외한이었던 그는 이번에 기획·디자인·교정·감수·섭외·배급·홍보까지 모든 과정을 새로 배워야 했다.

 

“아직도 남편이 남겨 놓은 원고들이 많아요. 중문으로 쓴 시들도 있고요.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다룬 소설 <검은 나비>(필명 정호)는 2006년 1·2권이 나왔는데 전 5권까지 완성을 짓고 싶어요. 무엇보다 ‘고선지’를 직접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던 남편의 마지막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남다른 시련을 ‘가족애와 의지’로 이겨낸 그의 표정에서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겨레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일본 ㈜JPM(갑급건축설계원) 허영수사장과의 만남 허영수사장과 함께 있는 필자 이번 취재에서 제일 걱정되는 인물이 허영수사장이였다. 왜냐하면 이번 《재일 제1세 조선족류학생》에 대한 취재기획을 적극 협조한 《일본 조선족연구학회》전임 회장인 리강철은 이번 기획에 허영수(許永洙)사장이 빠지면 안되는데 하면서...
  • 2016-09-13
  • 연변가무단 대형무극 “아리랑꽃” 종막 "천년 향기"에서 큰 원을 에돌아 자반뛰기를 하면서 장고를 치고 빠른 장고절주에 맞추어 률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한 꼬마배우가 있다. 공연때마다 그의 뛰여난 실력에 탄복한 관중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 한다. 31일 북경공연후 취재...
  • 2016-09-13
  • 베이징대·서울대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서 6년간 국책 연구 "뉴노멀시대 적극 대처해야…한중관계는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 "한국 좀 더 글로벌화됐으면…" 국적·혈통에 집착말자는 의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의 김부용 교수가 연구실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 2016-09-12
  • 베이징화일박락정보유한회사 진은옥 사장 단독인터뷰 본 방송국 기자의 인터뷰를 받고 있는 진은옥 사장 2014년 이극강 총리는 대중창업 만인혁신(大衆創業, 萬人創新)의 구호를 내세우며 창업절차 간소화를 비롯한 상업제도 개혁을 통해 대중의 창업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이극강 중국 총리는 정부의 행동계획...
  • 2016-09-12
  • [연해지역 조선족탐방] 위해편(2) 산동대학 위해분교 한국학원의 김철 부원장을 만나 위해에 도착한 첫날인 9월 7일 본방송국 기자는 위해국제해수욕장 근처에 자리잡은 산동대학 위해분교를 방문해 한국학원 김철(길림성 룡정시 동성향 룡산촌/64년생) 부원장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되였다. 현재 근 5백명 본과생과 연구생,...
  • 2016-09-12
  • 【연해지역 조선족탐방】 이우(의오 义乌)편(2) 새로운 길-인터넷 판매에 도전하는 사람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시장으로 거듭난 이우 푸텐시장은 곰곰히 따져보면 이 고장 농민이 창조한 기적이라고 할수있다. 개혁개방후 살길을 찾아 대량의 농민들이 이우에 몰려들어왔으며 저마다 자신의 총명과 손재간으로 만든 소상품...
  • 2016-09-09
  • '국혼(國魂)이 부르는 국수(國粹)' 실내악단 창시자인 조선족 작곡가 약룡(躍龍) 2016년 4월19일 저녁, 수도 북경의 중국음악학원 국음당에는 황홀한 무대조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현란한 정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국내 최정상급의 클래식 뮤지선들이 실내악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유명 취관연주 ...
  • 2016-09-06
  • 소설·수필 40여 편…2월 첫 소설집 '중국 여자 한국 남자' 펴내 "조선족 삶 가끔은 소설보다 비참…음지 얘기 양지로 드러낼 것"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했던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독서의 계절을 맞아서인지 평일인데도 인파로 북적였고, 베스트셀러...
  • 2016-09-05
  •     무극 ”아리랑꽃”, 요즘 위챗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관심사이다.  부드러움과 강함을 완벽하게 융합시킨 “아리랑꽃”의 춤사위에는 안무가들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있다. 풍부한 표정, 다채로운 춤사위를 보면서 관객들은 저도 몰래 타임머신을 타고 력사속 이야기로 끌려들...
  • 2016-09-03
  • 국제콩쿠르 우승한 실력파, 예술의 전당 독주 등 수백 회 공연 "다양한 음색 아코디언, '딴따라 악기' 아닌 '원맨 교향악단'" 제자들도 각종 국내대회 석권 "세계적 연주가 키우는 게 목표"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아코디언은 카바레나 밤무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위 '딴따라 악기'가 ...
  • 2016-08-29
‹처음  이전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