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연변의 한 문학지가 마련한 모임에서 성보호텔 정영채회장과 자리를 같이하였다.
여러 말이 오간 가운데 연변은 일본, 한국과의 물류관문으로서 장차 동북아물류중심이 될 복된 고장이라는 얘기와 더불어 지금은 문화인들이 어렵지만 이렇게 어려움속에서 성취를 해야 보람이 있지 않겠느냐는 정회장의 말씀이 인상깊었다. 시장경제의 흐름을 그리고 문화인들의 보람을 긴호흡으로 관조하는 기업가의 탁견이 묻어나는 말씀이였기때문이다.
한국경영인의 연변진출 성공케이스로 각광받고있는 연변성보국제상무빌딩 유한회사의 정영채회장은 연변에 왕림한 시장경제의 전도사라는게 나의 지론이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연변대학과 여러 문학지들에 후원금을 희사하는 등 이곳 사회공익사업의 선도기업이여서만이 아니다. 정영채회장은 무엇보다 먼저 나이 륙십에 제2인생의 스타트를 뗀 만년의 도전자라는 이미지로 인상깊은 경영리더이다.
한국 서울시 관악구에서 (주)성보피혁을 경영하던 그는 지난 세기 90년대 초반 중국 북경, 천진에 투자하려던 생각을 접고 동족들과 함께 여생을 값지게 보낼 결의를 안고 중국조선족의 중심인 연변땅에 성보빌딩 건축시공의 첫삽을 박았던분이다.
남들이 편안한 만년을 생각하는 나이에, 연변은 변방이여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회장은 시장경제의 흐름을 거시적으로 파악하고 륙십평생의 경험을 토대로 동북아금삼각의 연길에 성보라는 한국상품집산지를 일떠세웠던것이다. 말이 쉽지 도전자로서의 꿈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회사원 1500여명에 400여개 상가를 거느린 백화점과 규모를 갖춘 호텔을 일체화한 성보의 성공은 물론 《화합으로 부를 창출하며 나눔과 기쁨을 함께 하는 세상》이라는 이 회사의 선진적인 경영리념과 무관하지 않을것이다. 허지만 정회장의 회고록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가 말해주듯이 그가 평생 갈고닦은 도전자로서의 식견과 용기가 없었더라면 그 역시 적잖은 외국투자자들처럼 난관 앞에서 진작 손을 들고 나앉았을수도 있었다.
오래동안 계획경제의 고정틀에 매워살던 이곳 경제문화의 락후된 풍토에서 외국기업인이 생로를 열어간다는것은 사실상 오장륙부가 뒤틀리는 사회개혁행정의 모진 시련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요, 이 땅에 시장경제의 모델기업을 세우는 개척민의 고달픔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와도 통하는것이였다.
한 도시의 자생능력은 중요하다. 허지만 자생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외의 무수한 경험이 말해주다싶이 외부의 신선한 바람(인재, 자금, 사유방식, 문화 등)이 들어와야 도시의 체질적인 개선은 비로소 획기적으로 가속도가 붙을수 있는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연변거주 외지투자인들과 12만 외국인들에게 깊이 감사하며 도전적인 경영인 정영채회장에게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비록 개인적으로 그는 이곳 투자여건의 미숙, 위약사례의 속출, 복잡한 관계망 등 첩첩한 애로를 겪느라고 고생도 많았을 터이지만 그러나 이곳의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의 누군가가 조만간 들어와야 했던 작금의 사정이 아닌가.
10여년 창업을 통해 외자기업으로서 중국내 최대규모의 한국상품집산지(수입한 한국상품을 중국내 25개 성과 시에 도매)로 부상하며 성공가도를 달려온 성보는 일약 연변경제계의 명주로 떠올랐다. 명실공히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운 성과일테지만 고희를 넘긴 정영채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멈춰설줄 모르는 그는 오히려 연변에서의 제2창업을 선언해 주변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내고있다.
그것인즉 룡정 해란강벌개발과 중국 내지에의 성보백화점 신설 그리고 평양진출 추진이다. 자기 인생의 가장 큰 재산으로 《성실과 진실과 도전정신》을 꼽고 있는 그는 중국에서도 성공을 했을라니 조선에서 성공못할 리유가 없다고 자신하면서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의 창조적인 여생을 기약하고있다.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눈앞이다.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는 봄의 정기가 온 누리에 넘쳐난다. 시장경제는 무섭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이 발달하면 문화인들의 무대도 넓어진다며 그날 모임에서 좌중을 격려하던 시장경제의 전도사 정영채회장의 말을 되새기며 나는 마음속에 움트는 봄을 느낀다. 로마지지(老馬之智)를 소유한 정영채회장의 도전인생의 앞날에 계절을 앞당기는 주렁진 열매가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장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