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장국이 있습니까?”
보통 식당 음식을 찾는 이 평범한 물음이 여기 세계의 지붕 장족지역에서 엉뚱한 물음으로 듣긴다. 그러나 여기 라싸에는 시원한 대답을 주는 이가 있다.
“있다 뿐이겠습니까. 무엇이나 청하십시오.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겹살구이.......”
물 흐르듯 주어 대는 구수한 민족 음식메뉴, 유창한 코리안 언어가 벌써 손님들의 귀를 자극 하며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한다.
이 식당이 바로 라싸시내 한복판, 즉 서장의 중심 사원으로 일컫는 대조사 북쪽 번화한 동북경거리에 1-2층 건물에 자리를 튼 “아리랑 식당”이다. 주인이 2004년 8월에 달 8천 원씩 건물을 임대하여 아리랑 식당을 차렸다. 조, 중, 장족어로 된 커다란 간판에서 아리랑 3글자가 황금빛으로 유난이 빛난다.
이 주인이 바로 우리 동포 중 첫 사람으로 세계의 지붕에 자리를 튼 “아리랑 식당”의 주인 이 동화 사장이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걀큼한 얼굴, 싱글싱글 눈웃음으로 손님은 맞는 흡인력, 그러면서도 식당 내 여기저기 살펴 장족 여복무원들에게 연속 지시하면서 손수 일손을 잡는 날렵한 몸가짐에는 어느 듯 세련됨이 묻어난다.
그는 누구인가? 동북 길림성 매하구에 고향을 둔 올해 46세나는 조선족 사나이이다. 그는 어떤 사연이 있어 중국대륙의 제일 동북쪽 끝머리에서 여기 대륙의 최 서남단까지 횡단하여 왔을까? 내지 사람들이 숨쉬기조차 어려운 이 최고의 해발고 동토의 땅에 그 어떤 사연, 사명이 아니면야 어찌 이 열악한 지방...... 어느새 상대의 궁금증을 알아챈 듯 그는 스스로 입을 연다.
“오해 하지 마세요. 저는 처음 그 어떤 비전이나 사명으로 이 땅을 밟은 건 아니랍니다. 기실 저의 병 치료를 왔다가 어느덧 이 자리에 영 자리 잡게 됐네요. 허, 허”소탈한 그는 스스럼없이 라싸에 온 사연을 아래와 같이 소개해 나갔다.
“저는 원래 불치의 병이나 다름없다는 ‘운동신경 마비병’에 걸렸었습니다. 2년 동안 부인의 등에 업혀 병원을 제집 나들듯 다녔지요.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신의 땅이라는 라싸에 좋은 약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일루의 희망으로 무작정 떠났지요. 때가 바로 지금부터 9년 전인 2000년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고산 지역에서 나는 두루 좋다는 약들을 모두 먹어댔지요. 참, 기적이라 할까요. 몸이 회복되기 시작 했어요” 그는 잠시 말 을 맞추더니 증명이나 하듯 제 다리를 두드려 보였다. “금년 봄에도 병원에가 종합 검진을 하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답니다. 허, 허, 참 이곳으로 인도한 하나님께 감사한 일이지요.”
땅 설고 물 설은 이 외진 곳에 와서 고생하시는데 언제 제일 즐거운가 하는 물음에 그는 “우리 민족 동포들이 찾아 왔을 때지요. 이 외진 곳에서 저의 된장찌개를 잡수신 동포들이 ‘고산증과 피로가 말끔히 씻겨간다‘며 즐겨할 때 저희로서도 이곳에 와서 일하는 보람을 느낀답니다.”라며 흡족한 웃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동포식당에 좋은 일만이 있는 건 아니다. 금년 들어 장사가 저조해진단다. 외부적 요인인지, 라싸에 외국인 출입이 점차 적어지고 또 새로운 경쟁자들인 사천등지의 한족업자들이 대량 라싸로 밀려들면서 그들이 값싼 음식과 세련된 상술로 라싸전체를 파고든다는 애기다.
주인은 필자의 음식 값은 절대 안 받겠다고 굳이 사양하지만 어렵게 창업하는 그에게 부담을 줄 순 없었다. 나는 번마다 식사하곤 밀어주듯 밥값을 치르곤 했다. 나는 떠나올 무렵 그를 찾아 손에 손은 잡고 축복 기도를 해주었다. 힘내라고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문밖까지 따라 나와 손을 흔들어 배웅하여 주던 그의 열정, 다감한 웃는 얼굴이 자꾸 눈에서 어른거린다.
조글로미디어
최민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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