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소리 뿌리 찾는 조선족 젊은이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옌볜(延邊)에는 우리의 가락이 잘 보존돼 있지 않습니다. 뿌리를 찾고 싶어 한국에 왔습니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인 옌지(延吉)시에서 나고 자란 이홍관(29)씨는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에서 부르던 민요인 서도소리의 뿌리를 찾기위해 2006년 말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중앙대에서 '배따라기와 자진배따라기 비교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모를 쓴 뒤 지난해 3월 단국대 국악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 이론을 겸비한 명창의 길을 걷고 있는 청년이다.
이씨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옌볜은 물론 한국에도 우리 소리를 배우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아 안타깝다"며 "소리는 한민족의 문화이며 얼이기 때문에 맥이 끊기지 않도록 젊은이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우리 민요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동네 명창'으로 불리던 외할아버지가 자신을 무릎에 앉혀 놓고 틈만 나면 들려주던 가락이 계속 귀전에 맴돌았다.
그러다 중소학교(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동방예술학교가 옌지에 개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모 몰래 지원서를 제출해 합격했다.
인문학도가 되길 바랬던 부모는 결사적으로 반대했지만 우리 가락을 배우겠다는 그의 집념을 꺾지는 못했다. 조선족 서도소리 명창 전화자씨에게서 사사한 이씨는 동방예술학교를 나와 연변대학예술학원에 입학, 2005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곧바로 예술학원에 강사가 됐다.
스승인 김광숙 명창과 함께 기념 촬영한 모습.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서도소리의 뿌리를 갈망하게 된 이씨는 1년 남짓한 강사 생활을 접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부모 역시 공무원 생활을 접고 아들의 소리 공부를 위해 한국땅을 밟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단칸 지하세방에 살면서 부모는 일용직 노동자와 가정부로 일하며 이씨를 뒷받침했다. 이씨역시 주방보조와 청소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경야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각종 국악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제15회 한밭국악전국대회, 제9회 전국서도소리경연대회, 제11회 상주전국민요경창대회에 나가 서도소리인 '수심가', '초한가', '정한가' 등을 불러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경연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김광숙(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서도소리 명창) 선생님의 가르침 때문"이라며 "다른 제자들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광숙 명창도 "홍관이는 누구보다도 소리에 대한 열정이 많아 앞으로 계속 매진한다면 큰 재목이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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