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카지노에 목숨 건 인생, 그 '짜릿함'과 슬픔의 블랙홀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11월18일 13시55분    조회:491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故國의 삶의 현장, 동포들의 喜怒哀乐을 살펴보다>

이화진 기자의 現場목소리 시리즈 2 
 

현재, 한국의 건설현장에서 개미군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국동포는 약 20만 명, 이들의 작업 현장과 실생활은 어떨까?… 필자는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법과 제도의 테두리 밖에 있는 이들의 안타까운 노동환경과 생활의 현실을 재조명하고자 이 시리즈를 싣는다. <편집자 주>  지난 10일(일요일) 오후, 나는 철근공으로 뛰고 있는 김 팀장네 팀원 박 씨가 8년간 카지노에 출입하면서 알뜰살뜰 모은 돈에다 빚까지 내어 생돈 1억 원 이상을 날리고 아직까지 대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카지노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난생 처음 카지노를 찾아 가 보았다.



   
▲ 이화진기자
서울역 8번 출구 근처에는 이미 왜소한 체구에 깔끔하게 양복을 입은 박 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2011년 겨울, 카지노에서 월급은 물론 고국의 가산마저 탕진한 중국동포가 온몸에 시너를 붓고 분신했던, 아픔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아깝게 죽어 갔을 뿐, 일확천금을 꿈꾸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요녕성 선양 출신인 박(52)씨는 매일은 아니지만, 그나마 열심히 철근현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저녁까지 피땀 흘리며 번 돈을 손에만 쥐면 “어느새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마음은 자제하리라 다짐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하는 목적이 카지노에 가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박 씨는 2011년에 이곳을 찾아 재미삼아 슬롯머신에 손을 댔다. 잃을 때도 딸 때도 있었지만, 그리 큰돈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블랙잭, 바카라 등 다양한 게임에 빠져 배팅이 커지기 시작하였고, 힘들게 일해서 모아둔 돈은 물론, 월급마저도 ‘카지노’라는 블랙홀에 죄다 쏟아 붓게 되었다.

이날 카지노에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등지, 외국인들이 일각에 2~3명꼴로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전날은 사람이 너무 많아 다닐 길조차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중에 ‘한탕’을 꿈꾸는 중국동포들은 얼마나 될까?

서울 시내 세 곳의 카지노에는 내국인은 입장이 불가능하지만,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증만 있으면 상시 출입 가능하다. 한국에서 항상 이방인으로, 색다른 눈길을 의식해야 하지만, 이곳에 오면 사정이 확연히 달라진다. 현란한 등불 아래의 호화로운 분위기, 드라마에서만 보아 왔던 젊고 아름다운 딜러들의 현란한 손놀림, 배팅할 자금을 가지고 자리하나 꾀 차면 드라마의 멋진 주인공이 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카지노는 이론이 존재하지 않고 고수나 프로가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인 자아만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주관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그때의 흐름에 따라 빨리 적응하고 순응해야 살아남는다. 아무리 감이 좋고 흐름이 보여도, 무조건 전주가 배팅하는 대로 때라 배팅해야 한다. 시드머니대비 10%미만에서 잠그고, -30%를 최대 손절로 한다. 밑천의 10%를 따거나 30%를 잃으면 무조건 일어’서야 한다.

그날 나는 직접 체험을 하고자 10만원을 밑천으로 게임좌석에 앉았다. 박 씨가 더 달라고 판을 두드리라고 하면 두드리고, 아니라고 손을 저으라면 젓고, 판에다 손으로 줄을 그으라하면 그으면서 게임을 했다. 어느덧 나도 동석한 이들과 같이 딜러의 손 움직임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되었고, 바카라 카드 오픈 직전이면 긴장감에 순간적으로 눈앞이 노래졌다. 실지로, 판돈 큰 게임에서는 쇼크가 와서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나는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10만원을 거덜 내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후줄근해서 좌석을 빠져 나왔다. 나는 딜러의 손끝에 시선을 고정시킨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이런 슬픈 현실도 있구나’하고 개탄을 했다. 누가 돈을 잃든 말든, 설사 10만원 아니라 1억을 날린다고 해도, 서로가 눈 깜박하지 않을 정글세계 같았다.

   
 

현재 국내에는 총 16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다. 서울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카지노워커힐은 2011년 한 해 동안 33만9000명이 입장해 344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카지노 업계에서는 이곳 주말 손님 2천여 명 가운데, 10%를 외국인 노동자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자동차나 귀금속 등을 담보로 밑천을 대주는 이른바 ‘꽁지(노름판 뒷돈을 대주는 사채업자)’들도 성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땀 흘려 모은 돈을 몽땅 날리는 것은 물론, 고향의 가산마저 탕진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돈을 모두 날릴 경우, 불법 체류를 비롯해 자칫 강력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처음 건설현장을 취재할 때 보았던 박 씨가 아니었다. 한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일만 하던 때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다. 게임엔 왕 초보인 필자 앞에서 자기 집에 온 손님을 모시듯 구석구석 데리고 다니며 흥분에 들떠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고마움보다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기는 만원부터, 저기는 5만원부터, 저 곳은 VIP들이 모여 있는 곳, 하루에도 몇 십억씩 오간다면서,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빈 종이컵을 딜러한테 던지며 치워달라고 호령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손을 때야지 않겠냐고 묻자 “중국 돌아가도 도박판에 박혀있을 텐데, 여기가 너무 좋다. 하루 삼시 세 때 밥이 나오고 음료수 맘대로 마실 수 있고 환경 좋고, 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눈치 안 보고 놀 수 있고,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느냐?”며, “술도 안마시고, 남들처럼 여자에게 관심도 안 갖는데, 내가 이것까지 안 하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반문했다.

같이 입국해 돈벌이 하다가 불법체류로 입건되어 강제출국 당했다는 아내 보기가 미안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심양에 아파트 있고 딸이 다 커서 제 밥벌이 하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고,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카지노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소원이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다. 그래도 한순간에는 안타까운 기색이 엿보였다. 지금까지 9년 가까이 건설현장 을 다녔지만 10만원 적금통장도 없다고 한다. 중국의 아파트도 아내가 벌어서 샀단다. 그 집까지 팔아버릴까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빚은 빚대로 커져만 갔다. 그러다 병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죽으면 다”라며 서글프게 웃는다.

그로서는 “승부도 빠르고 유독 분석적인 자기 성격과도 딱 부합되는, 놀이 겸 벌이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화려한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인생베팅’, 재산을 탕진하고 한숨을 쉬면서도 욕망의 블랙홀에 빠져드는 줄도 모른 채, 재기를 노리는 이들이 너무 가련해 보였다.

사회는 이곳에서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들을 인생의 패배자로, 도박중독증 환자로 여긴다. 이곳에서 한순간의 선택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갈리고, 다양한 만남과 이별과 사별이 따른다. 카지노는 한번 손을 대면 끊기 어렵다. 한번 빠지면 인간성은 황폐되고, 인간관계는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재산을 탕진하고, 가족과 거리를 두면서 완전 고립에 이르게 된다. 절제를 모르면 영혼도 파멸되고 만다.

당신한테도 당신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들어와서 공연한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붉은 카펫 위에서의 삶은 이제는 그만하기를 기도해 본다.

(다음에 계속)

동북아신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86
  • 갑오년에 채찍을 높이 들며  2014년 갑오년 새 해가 밝았다. 새 해 첫 해돋이와 함께 동쪽 어느 곳에 청마의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는 듯 싶다. 갑오년은 청말띠해이니까. 말 안장을 준비하자. 말 채찍을 찾아들자! 그리고 새해 첫날부터 먼 길을 달려 갈 계획을 세우자. 목표와 의지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게 되...
  • 2014-01-02
  • "기술자격증을 취득하여 F-4자격으로 변경하였는데 단순노무를 하지 못하게 하여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새해에는 취업제한을 없애는 좋은 정책이 안 나옵니까?", "새해에는 불법체류자 합법화 정책이 안 나옵니까?"….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새해 벽두부터 재한동포...
  • 2014-01-02
  • 평택서 공사인부 5명 일산화탄소 질식…2명 사망 (평택=연합뉴스) 김채현 기자 = 31일 오후 5시49분께 경기도 평택시 용이동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작업을 하던 인부 5명이 일산화탄소 가스에 질식했다. 이 사고로 조선족 김모씨 등 2명이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으며 송모(45·조선족)씨 ...
  • 2014-01-01
  •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4년 1월 13일 부터 외국국적 동포(H-2) 취업교육 인터넷 접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24개 소속기관에서 방문, 팩스 우편으로 접수하나 대부분의 동포들이 취업교육 접수를 위해 소속기관을 직접 방문해 거리,시간 제약으로 접수 불편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nbs...
  • 2013-12-30
  •   ▲ 김재원 의원실이 재외동포법과 국적법, 동포고충처리에 관한 특별법 제‧개정을 위해 각계 여론 수렴을 위한 세미나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년 2월24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 10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외동포의 국내체류지원 정책 토론회’. [서울=동북아신문]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실에서...
  • 2013-12-30
  • (논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충남 논산경찰서는 28일 밀린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동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하모(4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씨는 지난 25일 논산시 강경읍 강경대교에서 밀린 임금 120만원을 주지 않는다며 중국동포 남모(37)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흉기에 찔린...
  • 2013-12-28
  •      오토바이 배터리 속에 정품 시가로 300억원 상당의 중국산 가짜 명품시계를 숨겨 밀수입한 일당이 세관에 붙잡혔다. 부산본부세관은 27일 중국에서 가짜 명품시계를 밀수입한 A(31)씨와 B(33)씨를 관세법 및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세관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8월 22일 중국내 밀수총...
  • 2013-12-27
  •  울산 동부경찰서는 26일 식당에서 음식값을 내지 않고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폭행)로 조선족 최모(47·회사원)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는 지난 25일 오전 3시 15분께 동구 일산동의 한 국밥집에 들어가 소주와 국밥 등을 먹은 후 돈을 내지 않고 가려다 20대 종업원이 경찰에 신고하자 종업원의 얼굴을 주먹...
  • 2013-12-27
  •   18일, 심양주재한국령사관에 따르면 H-2비자 만기를 앞두고 일부 재한 조선족들은 출국 후 재입국을 포기하고 불법체류자를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H-2비자만기자는 자국으로 돌아온 후 다시 재입국 기회가 있지만 시간과 돈을 랑비한다는게 주요한 리유였다. 더구나 55세 미만자는 출국후 1년이...
  • 2013-12-25
  • 창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균철 부장판사)는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을 흉기로 찔러 상해를 입힌 혐의(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족 윤모(31)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상해 정도가 중해 엄벌에 처벌해야 하나 피해자가 먼저 폭행해 범행을...
  • 2013-12-25
‹처음  이전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