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중국동포교회·사진)목사가 중국동포를 포함한 외국 국적의 신생아들을 위한 ‘이주민 베이비박스’를 이달 중 설치하겠다고 7일 밝혔다.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일부의 우려가 있지만 “버려지는 생명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 김 목사의 이유다.
이달 말쯤 서울 남부순환로 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1층에 만들어질 이주민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키울 수도, 입양을 보낼 수 없어 버려지는 외국 국적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김 목사의 결단이다. 김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기르며 교육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아이들이 한국에서 적법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위한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지난해 1월 중국동포 소녀 이미경(가명·15)양을 만난 뒤부터 이주민 베이비박스 설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양은 조선족인 부모가 모두 한국으로 일하러 와 중국에서 혼자 생활하다 강제로 아이를 갖게 됐다. 부모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홀로 찜질방을 전전해야 했다. 산통이 시작되면서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서 신음하던 이양은 시민의 도움으로 인근 산부인과에서 간신히 출산했다.
중국 국적인 이양은 아이를 낳고도 퇴원할 수 없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330만원이란 큰 돈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양의 사연을 접한 미혼모지원센터에서 김 목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김 목사는 병원을 찾아 이양을 만났다. 며칠 후 병원비를 마련해 이양을 다시 찾았을 때, 이양과 갓 태어난 아기는 이미 병원을 떠난 상태였다. 이양의 사연을 접한 인근 식당주인이 병원비를 지불했다. 이양은 식당주인에게 아기를 맡긴 채 중국으로 돌아갔고, 아기는 한국 국적을 얻어 보육시설에 맡겨졌다.
외국 국적의 미혼모와 아동은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미혼모가 증가하면서 이를 수용할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라 외국인까지 수혜자로 포괄할 수 없다”며 “본인이나 자녀가 한국 국적을 가져야만 미혼모 시설에 입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기관을 통해 아이를 입양시킬 수도 없다. 현행 입양특례법이 출생신고를 한 아동만을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김 목사는 “물론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정상이고 가장 바람직하다”며 “우리가 설치할 베이비박스에 많은 아이들이 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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