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엔 국가정보원 협력자로 알려진 중국 국적의 탈북자 김 아무개 씨가 검찰 조사 직후 자살을 기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위조된 문서를 국정원에 넘겼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씨는 피고인 유우성 씨의 출입경 기록 위조 또는 변조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국정원 협조자로, 지난 2월 28일을 비롯해 최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진상조사팀을 꾸린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은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문서가 위조됐거나 변조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정원은 물론, 검찰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올해 초 국내로 들어온 ‘문서 브로커’ 조선족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신분의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철저한 익명 보장을 요구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하다. 누군가 필요한 문서를 요청하면 돈을 받고 그걸 구해준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비용은 얼마나 드나.
“(중국 관공서와) 인맥만 구축되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내용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500만~1000만 원 사이에서 형성된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나.
“다양하다. 각국 정보기관도 있고, 개인이나 기업도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많다.”
―기억에 남는 문서가 있는지.
“한국 기업에서 온 중년 남성이 사업 인허가 문서를 구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한국에서 그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따냈다고 광고를 하더라. 실체는 없고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사업이었다.”
―이번에 국정원이 재판에 제출한 문서는 들어본 적이 있나.
“그 정도 수준의 문건은 현지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국정원과 우리는 어떻게 보면 협력관계라고 할 수 있다.”
―유우성 씨 출입경 기록이 위조 또는 변조된 것이라고 보는가.
“그건 모른다. 우리는 관공서에서 받은 문건을 의뢰자에게 전달할 뿐이다. 우리에게 주는 쪽이 어떤 문서를 주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언론 등에 보도된 것을 봤을 때 (위조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지금까지 봐왔던 문서에 비해 너무 조잡했다.”
―이번 사건으로 브로커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는데.
“맞다. 중국 공안이 주시하고 있어서 대부분 잠적했다. 나 역시 그래서 국내로 들어온 것이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하고 싶은 말은.
“솔직히 우리가 잘한 건 아니다. 불법적인 일을 한 것은 맞다. 그런데 우리를 필요로 했던 사람들이 더 큰 문제 아니냐. 애초에 떳떳했다면 왜 우리를 찾느냐. 도와달라며 돈을 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죄인 취급하는 건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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