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재한조선족 밀집한 식당가의 어떤 풍경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7월10일 07시59분    조회:308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중국동포 거주지에 밀집한 식당, 그곳 풍경들

본문이미지
/사진=김성찬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졸업한 지 수년이 지난 모교를 방문하면서 생경한 풍경에 놀랐다. 전철역부터 학교 정문까지 가장 좋은 상권에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서 있었다. 그 자리는 때마다 가장 유행하는 음식점이 있던 곳이다. 양고기가 익숙치 않던 시절, 학교 축제 등에서 호기심에 양고기 케밥을 한입 베어 물었던 많은 학생들이 얼굴을 찡그리던 걸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양꼬치 전문점의 원조라 할 만한 곳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마포구 연남동, 광진구 건대입구 등이다. 대부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중국 동포나 화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특히 건대 양꼬치 골목은 양꼬치 전문점 70여개가 밀집할 정도로 성황이다. 지금은 종로, 강남, 사당 등 서울의 대표 번화가에도 양꼬치 전문점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사당역 인근 양꼬치 전문점을 좋아한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홍태양 양꼬치'다. 건대 양꼬치 골목처럼 유명지역은 아니지만 양꼬치 맛은 그곳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이곳의 미덕은 초벌구이다. 다른 양꼬치 전문점 중에도 초벌구이를 해주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껏 가봤던 곳 중에서는 '홍태양'이 유일했다.

초벌구이가 중요한 이유는 생양고기를 알맞게 굽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다. 성급한 한국 사람에게는 특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초벌구이라지만 조금만 더 구우면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초심자가 양꼬치를 잘못 구워 못 먹게 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홍태양'은 양념도 일품이다. 양꼬치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즈란'이라는 양념인데,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풍미가 있다. 사실 한국인이 양고기를 선호하지 않았던 건 '즈란'의 향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양꼬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즈란'이 속속 개발됐고 이제는 '즈란' 없이는 양꼬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념 만드는 법은 가게마다 다 다른데 영업비밀인지 그 비법은 잘 알려주지 않는다. '홍태양'도 분명 나름의 방법이 있을텐데도 여느 양념과 다를 바 없다고만 한다. 양꼬치 전문점이라고 해서 양꼬치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식 면요리인 '온면'이나 중국식 탕수육이라고 할 만한 '꿔바로우'도 있다. 양꼬치를 양껏 먹은 뒤 가볍게 입맛을 전환하기에 좋다. 물론 칭다오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본문 이미지 영역
본문이미지
/사진=김성찬

여느 양꼬치 전문점과 같이 '홍태양'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중국 동포다. 하지만 손님은 한국 사람이 더 많다. 요즘 양꼬치 전문점이 인기라 한국 손님이 많을 것이란 건 알았지만 중국 동포나 중국인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의외였다.

양꼬치 전문점에 가면 으레 다른 테이블에서 중국어가 들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홀과 주방 사이의 대화만 그렇고 손님이 중국말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국 동포와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이나 건대 입구 쪽에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섰는데 정작 그들은 사먹지 않는 양꼬치 전문점은 왠지 부자연스럽다.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일용한 양식처였던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 동포들의 자취가 사라져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혹자는 양꼬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대부분 중국 동포인 점을 고려하면 양꼬치 전문점이 성행하는 게 그들의 달라진 경제적 지위를 나타내준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 동포 손님들이 사라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기없던 메뉴에서 각광 받는 외식 메뉴로 변신한 양꼬치. 이같은 변화가 중국 동포들의 한국 생활에 투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몇몇 중국 동포들의 성공담을 전체 중국 동포들의 삶이 나아진 것으로 보는 착시에 가까울 것이다.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는 주변인은 다른 분야보다 서비스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일본 등으로 이민간 한국인들 가운데 성공한 정치가나 경제인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교포가 더 많은 것이 익숙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식당 자영업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양꼬치 전문점을 연 것은 중국 동포들이 한국 사회에 진입하려는 몇 안되는 선택지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있는 중국 동포는 같은 처지의 동포들과 아픔을 나누고 지친 삶을 달래던 자리를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예 자리를 내준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어와 한국어가 뒤섞여 난무할 날을 기대해 본다.

머니투데이 김성찬 (푸드칼럼니스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38
  • 오역으로 말밥에 웃음거리로 됐던 간판이 오물을 벗고 새롭게 태여났다. 지난 5월, 인터넷 위챗에 훈춘시 방천경구 경신민속촌에 걸린 간판사진이 나돌며 화제로 되였다. 몇몇 영업호들이 오역으로 얼룩진 조선말 간판을 걸고 그것도 모른채 버젓이 영업하고 있은 것이다.  제보를 받은 훈춘시민족종교...
  • 2014-07-11
  • 위챗 모멘트의 공유를 두고 위챗 모멘트(朋友圈)에 “미래아이얼굴 예측하기”프로그램이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호기심과 재미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언론사로부터 할빈시의 모 녀성이 이 프로그램을 리용하다 핸드폰에 바이러스가 침투되여 저장되였던 ...
  • 2014-07-11
  • 정신 나간 방송가 유명 정신과 의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다수 방송에 출연한 유명 정신과 전문의이자 A클리닉 이 모 원장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10일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최근 불미스러운 구설에 휩싸였다. 그가 환자에...
  • 2014-07-11
  • 한동안 뜸했던 금괴 밀수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금괴를 밀수출하는데 주력했던 밀수 조직들이 최근 국내외 가격 차가 줄자, 이번에는 몰래 들여오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슬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던 한 여성. 금속 탐지기 검사 결과, 몸 속에 금괴를 숨기고 들...
  • 2014-07-11
  •   7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7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연길시교통경찰부문에서 음주운전단속시간을 연장하는 등 조치로 음주운전행위를 엄하게 다스리게 된다고 일전 연길시교통경찰대대에서 피로했다. 이 기간 연길시교통경찰대대는 매일 점심과 오후에 음주운전이 발생하기 쉬운 상업구역 주변에다 경력을 배치...
  • 2014-07-11
  • 우리 주 사업단위 사업일군 공개초빙 필답시험 날자가 확정됐다. 주인력및사회보장국에 따르면 주직속 및 연길시는 2014년 7월 19(토요일)일에 필답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시험지점은 수험증을 기준으로 한다.&n...
  • 2014-07-10
  • “단결로 안정을 도모하고 법규로〈보장〉을 추진하며 정책에 의해 화합을 이루고 치밀한 기획으로 특색을 추구하며 항목을 틀어쥐여 발전을 도모하고 조사연구를 통해 사로를 확정하며 협조속에서 실속있는 락실을 실현하고 매체를 통해 광범위한 홍보를 꾀하며 봉사에 치중하여 민본(民本)을 책임지고 인재 양성으로...
  • 2014-07-10
  •   6일 훈춘시하다문향삼도구촌의 촌민 곽씨 등 세 촌민이 조수호(吊水壶)풍경구부근의 빙호구(冰壶沟)에 고기잡이 갔다가 물줄기가 끊긴 질척한 곳에 선명히 남겨진 동북범의 발자욱을 발견하고 혼겁해 집으로 돌아왔다.이어 산에 마른 땔나무를 줏으러 갔던 촌민 오씨가 역시 빙호구주변에서 동북범이 노루를 쫓는 광...
  • 2014-07-10
  • 중국동포 거주지에 밀집한 식당, 그곳 풍경들 /사진=김성찬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졸업한 지 수년이 지난 모교를 방문하면서 생경한 풍경에 놀랐다. 전철역부터 학교 정문까지 가장 좋은 상권에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서 있었다. 그 자리는 때마다 가장 유행하는 음식점이 있던 곳이다. 양고기가 익숙치 않던 시절, 학교 축제...
  • 2014-07-10
  •   “광고딱지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어디에 주차하든 광고딱지들이 반시간도 안돼 서너개씩 차창에 끼여있으니 말이예요.” 요즘 자가용차량운전자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3일, 연길시서시장 부근 주차장에서 만난 김씨녀성은 차창틈에 끼인 광고딱지만 보면 짜증부터 앞선다면서 지난주에 차창틈에 끼...
  • 2014-07-1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