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재한조선족 밀집한 식당가의 어떤 풍경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7월10일 07시59분    조회:311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중국동포 거주지에 밀집한 식당, 그곳 풍경들

본문이미지
/사진=김성찬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졸업한 지 수년이 지난 모교를 방문하면서 생경한 풍경에 놀랐다. 전철역부터 학교 정문까지 가장 좋은 상권에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서 있었다. 그 자리는 때마다 가장 유행하는 음식점이 있던 곳이다. 양고기가 익숙치 않던 시절, 학교 축제 등에서 호기심에 양고기 케밥을 한입 베어 물었던 많은 학생들이 얼굴을 찡그리던 걸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양꼬치 전문점의 원조라 할 만한 곳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마포구 연남동, 광진구 건대입구 등이다. 대부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중국 동포나 화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특히 건대 양꼬치 골목은 양꼬치 전문점 70여개가 밀집할 정도로 성황이다. 지금은 종로, 강남, 사당 등 서울의 대표 번화가에도 양꼬치 전문점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사당역 인근 양꼬치 전문점을 좋아한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홍태양 양꼬치'다. 건대 양꼬치 골목처럼 유명지역은 아니지만 양꼬치 맛은 그곳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이곳의 미덕은 초벌구이다. 다른 양꼬치 전문점 중에도 초벌구이를 해주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껏 가봤던 곳 중에서는 '홍태양'이 유일했다.

초벌구이가 중요한 이유는 생양고기를 알맞게 굽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다. 성급한 한국 사람에게는 특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초벌구이라지만 조금만 더 구우면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초심자가 양꼬치를 잘못 구워 못 먹게 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홍태양'은 양념도 일품이다. 양꼬치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즈란'이라는 양념인데,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풍미가 있다. 사실 한국인이 양고기를 선호하지 않았던 건 '즈란'의 향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양꼬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즈란'이 속속 개발됐고 이제는 '즈란' 없이는 양꼬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념 만드는 법은 가게마다 다 다른데 영업비밀인지 그 비법은 잘 알려주지 않는다. '홍태양'도 분명 나름의 방법이 있을텐데도 여느 양념과 다를 바 없다고만 한다. 양꼬치 전문점이라고 해서 양꼬치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식 면요리인 '온면'이나 중국식 탕수육이라고 할 만한 '꿔바로우'도 있다. 양꼬치를 양껏 먹은 뒤 가볍게 입맛을 전환하기에 좋다. 물론 칭다오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본문 이미지 영역
본문이미지
/사진=김성찬

여느 양꼬치 전문점과 같이 '홍태양'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중국 동포다. 하지만 손님은 한국 사람이 더 많다. 요즘 양꼬치 전문점이 인기라 한국 손님이 많을 것이란 건 알았지만 중국 동포나 중국인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의외였다.

양꼬치 전문점에 가면 으레 다른 테이블에서 중국어가 들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홀과 주방 사이의 대화만 그렇고 손님이 중국말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국 동포와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이나 건대 입구 쪽에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섰는데 정작 그들은 사먹지 않는 양꼬치 전문점은 왠지 부자연스럽다.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일용한 양식처였던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 동포들의 자취가 사라져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혹자는 양꼬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대부분 중국 동포인 점을 고려하면 양꼬치 전문점이 성행하는 게 그들의 달라진 경제적 지위를 나타내준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 동포 손님들이 사라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기없던 메뉴에서 각광 받는 외식 메뉴로 변신한 양꼬치. 이같은 변화가 중국 동포들의 한국 생활에 투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몇몇 중국 동포들의 성공담을 전체 중국 동포들의 삶이 나아진 것으로 보는 착시에 가까울 것이다.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는 주변인은 다른 분야보다 서비스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일본 등으로 이민간 한국인들 가운데 성공한 정치가나 경제인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교포가 더 많은 것이 익숙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식당 자영업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양꼬치 전문점을 연 것은 중국 동포들이 한국 사회에 진입하려는 몇 안되는 선택지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있는 중국 동포는 같은 처지의 동포들과 아픔을 나누고 지친 삶을 달래던 자리를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예 자리를 내준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어와 한국어가 뒤섞여 난무할 날을 기대해 본다.

머니투데이 김성찬 (푸드칼럼니스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38
  • 《지난해까지만 해도 겨울이 오는게 두려웠는데 올해 겨울은 기다려집니다. 더이상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될거니까요》 룡정시 천도사회구역에 거주하는 박씨녀성은 온난주택개조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거주아빠트를 바라보며 다가오는 겨울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 아빠트에 입주한지도 근 20년이 된다는 박씨녀성, 그녀한테는...
  • 2013-10-15
  • 가을걷이가 한창인 분망한 수확의 계절 10월, 풍년 든 기쁨을 뒤로 한채 고금영농민 부부는 한숨만 내쉬고있었다. 연길시의란진춘흥촌 촌민 고금영(60살)은 올해 2만평방메테의 옥수수를 심었는데 밭이 전부 언덕진 곳에 위치하여 기계수확이 어려운 상황이였다. 일손이라 해봐야 그들 내외 둘뿐이고 삯을 주자니 하루 인당...
  • 2013-10-15
  • 【청주=뉴시스】엄기찬 기자 = 지적장애가 있는 이웃집 여성을 성폭행한 60대 조선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이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선족 박모(62)씨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
  • 2013-10-15
  •     일전 연길시공안국 교통경찰대대에서는 차량 통과량이 많은 연길시 태평거리에 101개의 록색정차선(무료)을 새롭게 설치해 이 구간에서 차량들이 정차하기 어려운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있다. 현재 연길시 도로에 설치된 정차선들을 보게 되면 황색선으로 된 정차선은 전문정차선이고 흰색으로 된 정차선은 수...
  • 2013-10-14
  • 공주대 서만철 총장 재외동포언론인대회 주제발표 -《2020년엔 한민족 재외동포가 1200만명이 될 것입니다.》 주제발표를 하고있는 공주대 서만철 총장 2013년 현재 730만명인 재외동포 수자가 7년후엔 1200만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국립 공주대학교 서만철 총장은 8일 공주대 한민족교육문화원에서 열린 2...
  • 2013-10-14
  • 연변의 첫 특대 인터넷융자 사기사건 해명 연길시서 진료소를 경영하던 왕씨는 진료소경영이 불경기에 처해 투자를 다른데로 돌리려하다 《인터넷융자투자》에 귀 솔깃해 하마트면 97만원을 날릴번했다. 채팅하던 중 "신가포르부등(富登)투자정보담보유한공사"에서 모 도박장에 민간융자대출을 제공하고있는데 융자투자자는...
  • 2013-10-14
  • 매하구시에서 25킬로메터 떨어진 매하구시 중화진 려명촌은 하루에 뻐스가 두차례밖에 통하지 않는 광산지역과 가까운 마을이다. 려명촌은 토지면적 1629무, 농호 230호, 인구 631명을 가진 조선족마을이다. 청장년들이 마을을 떠나 도시와 외국으로 떠나다나니 지금 마을에는 40여호에 65명의 로인들만 남아있다. 려명촌 ...
  • 2013-10-14
  • 장백산에서 산불 예방을 위한 인공강우를 실시했다고 중국기상보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장백산을 관할하는 지방행정기구인 장백산관리위원회는 올가을 들어 장백산의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1.7도가량 높아진 반면 강수량은 절반에 불과해 산불 발생 위험이 심각해지자 인공강우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장...
  • 2013-10-12
  • 천진시조선족노년총회로부터 영예상을 받았다.(왼쪽 첫번째)        (흑룡강신문=하얼빈) 흑룡강성 밀산시 련주산진에서 살던 방금녀 노인(68)은 15년 전에 남편을 잃고 허전한 마음에 방황하던 중 몇년전 천진에서 일하는 자식을 따라 낯선 도시생활을 시작했다.   정든 시골과는 달리 문...
  • 2013-10-11
  •   국경절련휴기간인 6일, 연길시 모 상가의 녀자화장실앞에는 여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있었다. 화장실에는 여섯칸이 있었고 이중 세칸은 화변기(蹲便器), 나머지 세칸은 양변기(座便器) 표식을 달았는데 대부분 화변기 앞에 줄을 섰다. 한곳의 문명정도를 평가하려면 그곳의 화장실을 보면 알수...
  • 2013-10-1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