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을 이용해 대포통장과 카드 등을 주고 받은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이 붙잡혔다. 이들의 범행에는 부부와 처남 등 일가족 3명이 운영하는 퀵서비스 회사까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같은 일당은 아니지만 비슷한 수법으로 전국 30여 개 대포통장을 전달받아 지난 2개월간 2,200만 원을 중국 총책에 송금한 한국인 김모(26)씨도 같은 혐의로 4일 구속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의 조직적인 현금 인출과 송금 사이에는 한 퀵서비스 회사가 가담해 지난 9개월 동안 ‘전달책’ 역할을 했다. 범행에 가담한 문모(57)씨는 부인, 처남과 함께 올해 초부터 물품을 배달하는 퀵서비스 회사를 운영하다가 돈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3월부터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된 대포통장과 카드 등을 전달하는 역할에만 집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씨는 처남 김모(57)씨에게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대포통장과 카드를 받아와 서울 각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에 넣어두게 하고 해당 보관함 비밀번호를 보이스피싱 인출책에게 알려주는 수법으로 범행에 가담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문씨 등이 물품 한 건당 서울권은 수수료를 3만원씩, 지방은 6만~8만원씩 받아 지난 9개월 동안 총 1억8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서울 논현역 물품 보관함에서 덜미가 잡힌 문씨 등 3명은 모두 사기 방조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출책이 직접 대포통장을 모집하고 송금하는 등 모든 역할을 하면 검거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중간 매개를 거쳐 점조직 형태로 대포통장과 카드 등 주고 받아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슷한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있는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검거 활동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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