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광장에서 열린 "신발 없는 하루" 캠페인에 참가한 지구촌학교 학생들이 맨발로 광장을 걷고 있다. 2013.4.16/뉴스1 © News1 |
# A양(15)은 11살에 한국에 왔다. A양을 낳자마자 돈벌러 한국으로 떠났던 조선족 엄마가 9년만에 재혼해 가정을 꾸리면서 A양도 한국땅을 처음 밟았다. 엄마를 만난 기쁨도 잠시. 한국어를 모르는 A양에게 학교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A양은 "친구 사귀는 게 제일 어려웠다"고 했다. "한국어나 학교 공부는 그래도 열심히 하면 배울 수 있는데 놀아주는 친구가 없었다"는 것이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맞은 적도 있다. "중국애들 재수없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A양은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소개로 알게 된 대안학교에 들어가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배운 뒤에야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은 일반 중학교에 다닌다. 공부도 못하는 편은 아니다. A양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 서울 한 중학교에 다니는 B양(14)은 다음달 아래 지방으로 이사를 간다. B양의 요즘 최대 고민은 새로 들어갈 학교 아이들에게 중국인이었던 '과거'를 말해야 할 지다. 아홉살때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운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말이 유창하지만 "혹시라도 애들이 알게 돼서 뭐라고 할까봐 따 당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처음 경험하는 학교라는 한국사회 안에서 두번 운다. 한국어 실력이나 학업이 현실적인 문제라면 다른 외모와 어눌한 말투는 또래의 놀림과 차별로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소외가 무서워 우리 사회가 제공하는 혜택, 필요한 지원을 마다하기도 한다. 한 센터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질까봐 지원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립할 기회를 놓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많은 이유다.
실제 경기도의회가 2012년 작성한 '다문화가정 교육정책 개선방안'을 보면 경기도 다문화가정 자녀 중 중도에 학교를 포기한 비율이 43.8%나 된다. 열에 너댓이 학교를 중간에 그만뒀다는 얘기다.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나이의 학교 미등록률은 35.9%, 중학생 나이는 50.7%, 고등학생 나이는 68.6%를 기록했다.
중도입국 학생의 경우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국 다문화센터 관계자들은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업 포기율을 60~70%로 추정하고 있다. 한참 예민한 청소년기, 한국어를 배우기도 전에 낯선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다 학교 밖으로 아이들이 밀려나는 것이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특성화 교육을 맡는 한 교사는 "중도입국 아이들의 한계를 파악해 도와주고 어떻게 장점을 끌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아이들의 학습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어 실력 향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국 80곳에서 운영 중인 '다문화예비학교'의 프로그램은 한국어 교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문화 아이들의 한국사회 적응 핵심요소로 한국어 실력과 함께 자립 의지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이 남들과 다른 배경과 언어 구사력을 강점으로 인식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구로구의 지구촌학교, 강남구 논현동 다애다문화학교, 강원 홍천의 해밀학교 등 다문화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한국어 교육은 물론 다양한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이들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중도 학습 포기율은 0%에 가깝다.
그러나 6만7000명이 넘는 초·중·고 다문화 학생들을 민간 대안학교가 품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다문화 아이들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는 공교육 현장에서도 이같은 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문화가정 학교인 해밀학교 윤영소 교장은 "다문화사회의 정책 초점을 단지 한국 문화 적응에 두기 보다 이제는 한국사회를 진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적자원 양성을 고민하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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