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광주시 북구 한 공원서 노숙중 중국동포 결국 강제 출국
-무료급식·폐지로 끼니 때우지만 공적 보호 불가
한국 광주시에도 노숙인이 존재하는가? 다수의 목격자들에 의하면 광주에도 꽤 많은 수의 노숙인들이 있다. 잘 드러나진 않는 듯하다.
최근 북구의 한 근린공원에서 노숙을 하던 이가 종적을 감췄다. 올 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을 했던 그는 얼마 전 작은 소란에 연루돼 경찰에 인계됐고 결국 출입국 관리소로 보내졌다. 중국 동포인 장 씨(51)의 이야기다.
붙잡히기 전인 지난 17일 그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의 사연을 통해 광주에서 노숙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얼추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왜 노숙의 상태에 빠지는지, 그들이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은 어떤 것이 있는지…. 광주의 인프라는 어떤지….
노숙인. 길에서 자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엄밀하게는 집이 없는 주거불안층이다. 그래서 ‘홈리스(homeless)’다. 누구나 홈리스 상태가 될 수 있다. 실직과 높은 주거비 때문이다.
장 씨 역시 처음부터 노숙인은 아니었다. 그가 노숙을 하게 됐던 건 비교적 최근의 상황이다.
▶일자리 끊기면서 노숙 외 방도 없어
장 씨의 아버지는 14살 때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했다. 장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많이 들었다.
부산에 사는 조카의 초청으로 5년 전 쯤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돌아가지 않고 정착했다. 이곳이 좋았다고 했다. 이러 저런 말은 안했지만 이혼했고, 자식들은 제 삶 살기 바쁜 것처럼 보였다. 돌아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불법체류 신세였지만 한국말을 잘했던 그라 이러 저러한 ‘노동’을 할 수 있었다. 바다일도 했고, 양식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목욕탕에서 목욕관리사 일을 하기도 했다. 일거리를 따라 여기 저기 떠돌아 다녔다.
광주에 들어온 지는 2년 정도 됐다고 했다. 광주에서 이러 저런 공사현장에서 일을 했다. 한 달에 28만 원짜리 달방에서 살 수 있었다.
그러다 일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달방은 유지하기 어려웠다. 노숙이 시작됐다. 그가 선택한 곳은 북구 두암동의 한 근린공원. 근처 인력대기소에 안면을 터 둔 데다 수퍼 주인, 또 한 사람의 노숙인 등 ‘아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편했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에는 ‘사랑의 밥차’가 공원에서 이뤄졌다.
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자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안경과 성경책과 신분증을 넣어뒀던 가방을 도난당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이 있나 인력대기소에 들렀다가 일이 없으면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월요일과 화요일 점심은 근처 교회에서 해결한다.
목요일에는 사랑의 밥차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폐지를 줍는다. 그렇게 주으면 하루 2000~3000원의 돈을 쥐게 된다.
근처 수퍼 주인의 배려로 1000원을 주고 간단한 밥과 국을 얻어 먹기도 한다. 그리고 두통약을 사먹는 데 돈을 쓴다. 두통에 시달린다고 그는 말했지만 그를 지켜본 다른 노숙인의 말로는 간질 증세가 있다고 했다.
▶한 끼, 소주 한 병…그래도 떠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소주 한 병으로 아침 점심 저녁에 나눠 마신다. “일도 세게 해야되니까 한 잔 씩 한다”고 했다.
“용봉동 ‘주안교회’의 도움으로 바지를 얻었는데, 신발이 낡아서 발이 시렵다”고 했다. “중국에서부터 교회를 다녔고, 성경말씀이라도 읽고 싶은데, 안경이 없어서 성경을 볼 수도 없다. 밤에는 눈이 보이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올 겨울을 나는 일이었다. 더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에 어디 임시 거처라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불법 체류 신분으론 국가의 복지 시스템 안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는 “노숙을 해도 좋으니 이곳(광주 두암동)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아는 사람도 많고, 마음 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노숙은 ‘공권력’에 의해 강제종료됐다. ‘홈리스’는 주거가 없는 이들일 뿐,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
만약 그가 국외로 추방당하지 않고 광주시 복지 시스템 안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었을까? 자격이 되지 않아 시설 입소조차 안됐을 확률이 높.
현재 광주의 노숙인 정책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노숙인 재활 시설인 광주 희망원과 자활시설인 무등노숙인쉼터가 각각 운영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수용’의 개념이다.
광주장애인권익연구소 박찬동 팀장은 “광주시에 노숙인 담당부서가 있긴 하지만 부랑인 시설에 대한 지원 업무 정도이고, 노숙인 지원센터 같은 것은 없다”면서 “많은 노숙인들이 시설에 입소했다가도 다시 노숙을 선택하는데 시설의 ‘통제’나 여러 ‘관계’를 가져야 하는 부담감, 시설의 규정이나 질서에 적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팀장은 “시설로만 입소시키는 것 외에 노숙인들의 주거 안정이나, 사회 생활, 사후 지원 등을 위한 시스템이 광주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서울의 경우 먹고, 자고, 씻고 나갈 수 있는 공간인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공적 보호 불가…서울시는 노숙인 권리장전 제정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노숙인 권리장전’을 제정하기도 했다. 권리장전엔 “노숙인은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다”고 적시돼 있다.
“노숙은 경제적 빈곤, 이용 가능한 저렴한 주거의 부족 등으로 인해 우리사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태로, 서울특별시는 노숙인들에게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을 제정하고, 노숙인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숙인 당사자와 시민, 단체 및 기업들과 함께 노력한다.”
광주의 경우도 ‘광주광역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 2012년 제정됐다.
하지만 광주시의 경우 노숙인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묻는 질문에 광주시 관계자는 “시설 입소”를 이야기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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