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쌍의 조선족 신랑, 신부가 한국 대림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후 페백식을 올리고있다.
○정신철연구원: 전사회적인 《새로운 생활창조》운동 일으키자!
추석 국경절련휴 부조돈 4500원
연길에 사는 미혼청년 송씨(가명)는 지난해 추석부터 국경절련휴까지 친구나 동창, 동료들의 결혼식과 아이 첫돌잔치 등에 한달반 로동소득에 맞먹는 4500원의 부조돈을 지출했다.
송씨에 따르면 연길에서는 별로 친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200원, 친한 친구나 직장상사에게는 500원, 심지어 1000원 및 그 이상을 부조하는게 이젠 《류행》이 되여버렸다.
《너는 아직 미혼이여서 〈무리자대부금〉을 지불한다고 생각해라. 이제 결혼식이나 아기 첫돌때면 그 돈을 거두어들일수 있지 않느냐?》
땅이 꺼질듯한 송씨의 딱친구 김씨의 한탄소리가 인상적이다.
연길에서 태여나 탁아소부터 대학교까지 연길에서 다닌 송씨가 연길태생의 동창만 저그만치 300여명인 《마당발》이여서 부조바람을 피해가지 못할수도 있다고 한다면 《류학귀국파》인 그의 친구 김씨에게는 납득되기 힘든 현실이다.
부조바람 피해 유람 다니고 핸드폰 번호도 교환
몇해전, 김씨는 외국류학을 마치고 근 10년만에 귀국하여 연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에 아들의 첫돌도 치뤘다. 그동안 친구들과 련락도 못하고 살아온터라 가까운 지인들만 불러서 간소하게 쇴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귀국하여 연길에 정착했다는 소식이 어떻게 퍼졌는지 그는 외지에서 근무하다가 연길에 돌아와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들이 제일 먼저 통지하는 《1호대상》으로 됐다. 친구들은 《연길에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통지해달라》는 부탁까지 곁들어 한단다. 통지를 받은 친구들로부터도 미움을 살수 있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더 이상 받을 부조금도 없는 그는 이런 부탁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2012년 국경절기간에 부조돈으로 3000여원이나 지출한 김씨는 재작년 국경절련휴에는 부조바람을 피해 핸드폰을 충전상태로 집에 놔둔채 가족과 함께 유람을 다녀와보니 핸드폰에 10여개의 번호로부터 부재중전화가 수십통 걸려와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련휴를 보름 앞둔 9월중순부터 아예 새 번호를 사서 사용, 원래 쓰던 번호를 국경절련휴 마지막날까지 줄곧 꺼놓았더니 편안하고 아늑한 련휴를 쉴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비위가 약한》 그가 생각해낸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외지친구》들의 대조적인 태도가 더 괘씸
외지에 가있는 친구들중 그래도 《량심이 있는》 친구들은 결혼식 며칠전에 친구들에게 일일이 련락하여 식사자리를 만들어 회포를 풀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해동안 련락 한번 안하던 동창들로부터 갑자기 결혼식에 참가해달라는 통지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는데 이들중 대부분은 결혼식이후에는 또 련락두절이 돼버린다.
연길에 사는 친구들이 결혼식때 외지에 나가있는 이들에게 전화해서 결혼소식을 알리면 그중 일부는 그나마 연길에 있는 부모나 친구들에게 부탁해 부조돈을 보내오지만 대부분은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가 전부다.
《이들의 청첩장이나 통지전화를 받으면 생각지도 않게 법원의 소환장을 받은것보다 기분이 더 더럽다》는게 고향에 사는 젊은이들의 대답이였다.
청첩장에 돈 넣어 보내고 하객들에게 복권도 발급
알아본데 따르면 결혼청첩장에 100원, 200원씩 넣어서 보내는 이들도 간혹 있다. 이런 청첩장을 받은 이들은 100~300원씩 봉투에 더 넣어서 부조하는수밖에 없다.
연길의 미혼녀성 윤씨는 얼마전 직장동료의 결혼식에 참가했다가 신부측에서 《특등상에 당첨되여 부자되세요》하며 하객들에게 2원짜리 복권 한장씩 나눠주는것을 보았다.
그는 하객들더러 《기분좋은 상상에 빠지도록》 하는 이런 방법이 진짜 좋아보인다며 자신의 결혼식에도 시도해보겠다고 밝혔다.
결혼부조금으로 주택을 구매한 청년도 있어
부조바람에 휘청거리는 이들과 대조적으로 부조돈으로 《부자가 되어》 《팔자를 편》 이도 있다.
몇해전 고향인 연변주내 모 시에서 결혼식을 올린 정씨(가명), 부모가 농민인 그의 결혼식 하객은 60여명, 반면 정부에 출근하는 처가부모들 덕에 처가측 하객들은 근 700명, 연회상은 예상보다 30상이나 초과해 80상을 차렸다고 한다.
결혼식을 마친 그는 량가에 들어온 부조돈(대부분은 처가측 부조돈) 수십만원으로 모 연해도시에서 일차적으로 100여평방메터의 주택을 구매, 주택구매를 위해 십수년씩 분투하지 않아도 되는 그는 친구들의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부조돈보다 우정을 더 중히 여기는 이들도 있어
2010년, 연길시에 사는 권미옥(가명)은 심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고중때 딱친구로부터 결혼식에 초청받았다. 500원을 부조한 권씨는 호텔방을 배치해주고 왕복기차표까지 떼주는 친구의 처사에 감사한 마음에 앞서 미안한 마음이 더 들더라며 《세월이 가도 색바래지 않는》 우정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 이웃 돕는 처사, 현시대: 엎음갚음 현상
《〈부조〉는 말과 같이 보태어준다는 뜻인즉 과거 농경시절 공동체생활에 익은 겨레들이 이웃을 돕는 처사로 인정미가 가득찬 행실이라고도 할수 있다. 이것이 현시대에 와서는 왕왕 엎음갚음의 현상으로 변하여 부조의 본의와는 완전히 멀어져버렸다.》
중국사회과학원 민족학인류학연구소 연구원이며 중국조선민족사학회 회장인 정신철교수는 이같이 지적했다.
정교수는 시도때도 없이 잦은 행사, 날로 높아만 가는 《부조돈》액수, 이에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부담과 재정적부담을 느끼면서 마음속으로 또는 사사로이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거절하지 못하는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고 말한다. 그는 그릇된 부조바람은 개개인에게 심리적부담과 재정적부담을 초래하고 가정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하나의 고질병이라고 꼬집는다.
전문가 학자: 《새로운 생활창조》운동 일으키자!
《이미 형성된 이러한 사회기풍을 어떻게 개변시켜야 하는가?》하는 기자의 질문에 정신철교수는 《사회적으로 〈부조돈〉의 본의를 환원시켜 부조돈이 정말 인정미를 살리는 행위로 탈바꿈하는것도 중요하고 당사자들에게 기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것도 중요하며 정확한 가치관을 수립하여 그릇된 의식과 행위를 개조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끌어올수 있는 어떤 실질적인 계기를 만드는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교수는 《전 사회적으로 〈새로운 생활창조〉운동을 일으켜 〈부조돈의 본의를 환원시키자〉, 〈친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 〈젊은 사람들의 생일은 쇠지 말자〉, 〈변모된 부조바람은 엎음갚음밖에 없다〉, 〈그릇된 부조바람으로 우리 사이는 점점 멀어간다〉 등등의 여론을 조성하고 이것을 매개인의 마음속에 닿도록 하며 소박하고 인정미가 넘치는 새로운 부조기풍을 만들어가는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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