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경기 긴급진단 ◆
인부 나르는 승합차, 2년전 절반도 안돼
31일 새벽 5시께 남구로 인력시장에 모여든 인부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문재용 기자]
새벽 어둠이 막 걷히기 시작한 지난달 31일 오전 6시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력시장. 건설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새벽 인력시장에서는 인부 40명가량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겨울이 지나 공사 현장 등에서 나오는 일감이 제법 늘어나야 할 계절이지만 취재기자가 이날 둘러본 서울 최대 규모인 남구로 인력시장은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침체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인부들은 한숨 쉬듯 뜨거운 담배연기만 내뿜었다. 인력시장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 모씨(65)는 "2년 전만 해도 인부를 구하러 온 승합차들이 차선 두 개를 가득 메운 탓에 시장이 종료되는 아침 6시까지 인근 교통이 마비되곤 했다. 오죽하면 인력사무소에서 사람이 나와 형광봉을 들고 교통정리를 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요즘은 승합차가 가장 많이 몰리는 5시~5시 30분에도 한 개 차선을 채우지 못한다"고 전했다.
긴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일감을 구하지 못한 조선족 안 모씨(41)는 허탈한 표정으로 타들어가는 속내를 털어놨다. 안씨는 "한국 말이 능숙하고 신분 보증까지 되는 사람은 일감 구하기가 그나마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은 요즘 열흘 나오면 닷새는 허탕치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작년 대비 80% 정도, 작년은 그러께 대비 80% 정도씩으로 일이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설경기를 전했다. 옆에 있던 다른 인부 김 모씨(52)도 "보통 일당으로 9만원을 받는데, 불경기 탓인지 요즘은 8만원밖에 못 받는 날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10년 넘게 인부를 모집해 공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일을 하고 있는 김 모씨(61) 역시 "인력시장 체감 경기는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경남기업을 비롯해 중견 건설사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진 탓에 전망도 어둡다"며 "정부 발주 물량도 없으니 아주 죽을 맛"이라며 애환을 토로했다. 인력사무소를 운영 중인 박 모씨(32)는 "2년 전에는 정부 발주 건설 물량이 꽤 있어 인력 수요가 꽤 있었지만, 그 후로 매년 하락세라 보면 된다"며 "원래 건설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게 마련이지만 이번 불경기는 다른 때보다 깊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인다고 해서 인력시장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 만큼 올해 말쯤 돼야 피부에 와 닿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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