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액운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유한 돈을 정화하는 무속 의식을 해야 한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중국인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중국의 유명 무속인 손녀인 척하면서 중국 동포들에게 접근, 가짜로 무속 의식을 하는 동안 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커모(42·여)씨 등 중국인 4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작년 8월 종로의 한 환전소를 지나던 송모(59·여)씨를 불러 세워 "아들이 사흘 안에 급사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려면 가진 돈을 모두 정화해야 한다"고 속였다.
이들은 역할을 나눠 한 명이 "딸이 아파 병원에 가야 하는데 길을 아느냐"고 송씨에게 접근한 뒤 다른 사람이 또 다가와 "황선생이라는 용한 무속인을 소개해주겠다"며 송씨를 커씨에게 안내했다.
커씨는 중국에 있는 유명 무속인인 '황 선생'의 손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는 전화 통화로 할아버지에게 무속 의식을 묻는 척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통화한 이는 황 선생 행세를 한 양모(42·구속)씨였다.
깜빡 속은 송씨는 자신이 지닌 현금 1천200만원과 통장에 있는 700만원을 인출해 종로 나래교 근처에서 커씨 일행과 '돈 정화 의식'을 했다.
의식을 시작한 커씨는 송씨에게 현금 1천900만원과 지갑 등을 비닐봉지에 싸서 자신이 준비한 가방에 넣게 했다.
커씨 일당은 송씨에게 "손을 씻어야 한다"며 주의를 돌린 뒤 1천900만원과 지갑 등을 빼돌리고 대신 비닐봉지에 담긴 물통을 가방에 넣었다.
커씨는 "가방을 열면 액운이 달아난다"며 송씨가 가방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송씨는 다음날 가방을 열어보고서야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돼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작년 12월에도 종로에서 만난 천모(70·여)씨를 상대로 비슷한 사기 행각을 벌여 100만원을 빼앗았다.
천씨는 돈을 비닐봉지에 싸 가방에 넣고 청계천을 쭉 걸어가면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커씨 일당의 말에 속아 한참을 걷고 나서 가방을 열어보고는 돈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 일당은 범행을 위해 단기 비자를 받아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은 조선족이 미신을 잘 믿는다는 점을 이용, 중국인 및 중국 교포들이 많이 거주하거나 지나는 지역 환전소 등에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며 "가상의 중국 무속인인 '황선생'을 만들어 한 명이 손녀 행세를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 뒤 홍콩으로 출국한 이들이 다시 범행을 도모하기 위해 입국할 때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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