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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과 허영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6월27일 19시13분    조회:3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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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의 수준으로 한 지역을 평가한다면 우리지역은 분명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든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이 지역에서는 허영에 가까운 지나친 행태들이 연출돼 눈살을 찌프리게 한다.

우리에게는 “동북의 홍콩”과 같은 수식어들이 오래 전부터 붙어 다녔고 크고 화려하면서도 그럴싸한 것들이 넘쳐났다.“배고픈 것은 참아도 사촌이 땅을 사서 배 아픈 것은 못 참는”이 지역 사람들의 피 말리는 경쟁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쟁 이전에 우리지역 사람들의 미적 감각이나 생각의 구조가 타 지역보다 앞선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에 비하여 지나칠 정도로 큰 집을 구매하거나 움직일 때마다 돈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중대형 자동차를 굴리는 사람들을 단순히 지역적인 특성으로 귀결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집이나 자동차 등이 우리지역 남자들의 소비구조를 리해하는데 던져진 과제라면 외우기조차 버거운 상표의 옷, 신발, 화장품, 향수, 가방에 액세서리와 휴대용전화기까지 녀자들의 소비경향은 더 세부적이면서 복잡하다.

심지어 평소 소박한 생활을 했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는 그래도 백화점 옷이 비싸긴 하나 어디가 좋아도 좋다는 얘기와 함께 외출할 때 가방 정도는 근사한 것을 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한다. 바래가는 젊음을 외부요소로 보충하려는 심리일지도 모르는 부분이다.

이런 현상이나 세태에 대하여 우리지역 사람조차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문을 품는다. 가장 큰 의문은 돈이 도대체 어디에서 났을까이다. 그러나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은 이내 상대방을 허영심, 사치, 과소비, 주제넘게 등의 경멸에 가까우면서도 신랄한 비판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없는 게 있는 척, 모르는 게 아는 척, 못난 게 잘난 척이라는 이른바 “3척동자”의 리론으로 귀결을 짓는다.

하지만 문제는 타인에 대한 경멸에 가까우면서도 신랄한 비판에서 자신은 늘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 되어있는 또 다른 무엇인가를 찾는다.

의심할 바 없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피라미드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피라미드의 구조는 하부로 갈수록 더 불안하고 힘들다. 그렇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은 세상의 풍파에 지극히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뼈저리게 경험하면서 상부의 신분이나 지위 또는 풍요로움을 자연스럽게 동경한다.

거기에 우리는 배급과 함께 모든 것의 평등을 추구했던 시대를 거쳤다. 그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남이 하는 것을 내가 못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다졌고 평등을 먼저 떠올리는 생각의 구조를 갖게 하였다.

이어 등장한 시장경제체제는 무한경쟁이라 불리며 경쟁하지 못하면 따라가기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변하여 우리의 정신적인 부분에 극심한 상처를 주기도 하였다. 트라우마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강박관념은 자신의 모든 주변사람들을 경쟁자로 보게 하면서 물질적인 것의 과시 속에서 이른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병적인 심리를 만들기도 하였다.

특히 경제를 진작시킬 분야가 별로 없는 지역에서의 허영이 더 그러하다. 누구는 외국에서 보내오는 돈으로, 누구는 부모헌신으로, 누구는 자식도움으로…… 불편하게 들릴지는 모르나 누군가의 희생에 기초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지역에서 허영이 만들어지는 구조이다.

물론 한 지역의 지식수준과 사치나 허영의 정도가 반비례를 이룬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을 때 개인의 잘못이기보다 사회의 문화적 특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볼 수도 있는 부분도 있다.

그동안 우리가 소 팔아 자식 공부시킬 정도로 교육을 중시하는 민족, 문맹이 없는 민족, 대학진학률이 높은 민족 등의 듣기 좋은 수식어로 자신을 마취하면서 오직 종이 한 장에 불과한 졸업장에 매달리고 내실을 소홀히 하는 동안 지적 수준은 한없이 떨어졌고 사치와 허영에 대한 추구는 한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 아쉬운 점이라면 인간을 구성하는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에서 외적인 부분에 속하는 물질적인 허영은 극도의 발달을 이루었으나 내적인 부분은 빠졌다는 것이다. 우리지역에서 허영이 부정적으로 보여지는 원인도 어쩌면 지적인 부분이나 다양성의 부재에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허영이 부정되고 비판 받아야 당연한 것은 아니다. 17세기 허영에 들떠 튤립(郁金香)을 투기했던 네덜란드가 화훼재배의 기술을 이어오면서 오늘날 세계최대의 화훼수출국으로 되었듯이 력사를 돌이켜보면 어떤 사회든 당시의 허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삶이 있게 한 예술이나 문화, 심지어 기술까지도 결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남들과 똑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멍청하면서도 불필요하고 분수에도 맞지 않는 인생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인생에 대한 평가는 오직 부와 명예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식에 기반한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지식과 내실 없이는 진정한 허영이 있을 수 없고, 허영의 분야가 보이는 것에서 벗어나 이 시대를 이끌면서 자신을 빛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한 치의 허영도 없다는 또 다른 형태의 허영을 부리지 말자. 우리 삶에 득이 되는 허영은 그런것이 아니다.

연변일보 정은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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