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 5명 중 1명은 일을 하지 않거나 교육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은 국적 취득을 기다리다 취업 교육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연구센터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주배경청소년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센터장을 비롯한 연구진이 2012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15∼24세 다문화가족 자녀 가운데 일을 하지 않고, 직업 훈련이나 교육도 받지 않는 '니트'(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Training) 상태에 놓인 비율은 20.1%로 집계됐다.
외국에서 성장한 자녀의 경우 '니트족' 비율이 32.9%에 달해 국내에서 자란 자녀(10.5%)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해당 나이대의 평균 니트족 비율은 10∼15%인 것으로 추산된다.
김 센터장은 "이들을 위한 진로 및 취업 지원 프로그램은 굉장히 부족한 상태"라며 교육 프로그램의 양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실이 여성가족부·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과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중도입국 청소년의 진로 및 취업 지원을 위해서는 체류 자격의 보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자스민 의원은 "현재의 취업 지원 제도는 한국 국적자에 한해 시행되고 있고, 법무부의 사회통합 프로그램도 청소년보다는 성인에게 집중돼 있다"면서 "중도입국 청소년이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선 센터장은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취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국적 취득을 위해 몇 년을 기다리는 동안 취업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시기를 놓쳐버린다"고 꼬집었다.
김 센터장은 "장기 체류 자격을 지닌 이들에 대해서는 국적 취득 이전부터 체계적인 취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덕희 조선대 교육학과 교수도 "중도입국 청소년 가운데 국적 취득자가 20% 미만이라는 점에서 체류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면서 "중도입국 청소년이 직업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고 체류 자격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지난 6∼7월 중도입국 청소년 2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든 점으로 언어(한국어) 문제를 꼽은 청소년이 27.2%로 가장 많았다.
중국동포 출신으로 고교 시절 한국에 온 이금영(한국외대 1학년) 씨는 "일자리를 찾길 희망하는 친구가 많아도 어떤 경우에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심지어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쓰기 싫다고 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한국어도 서툰데 어려운 기술 교육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며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직업교육 과정이 개설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서 교수는 "언어 소통 능력은 기초 직업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실질적인 직업 체험 속에서 한국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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